담배 피운 적 없는데... 간접흡연·요리매연에 여성 폐암 급증 [Weekend 헬스]
1기 5년 상대생존률 80~90% 수준
초기 증상 거의 없어 건강검진 중요


의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폐암의 양상은 통계 수치보다 훨씬 역동적이다. 김문수 센터장은 최근 변화를 한마디로 '환자군의 다변화'라고 정의했다. 김 센터장은 "폐암 환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여성 환자와 젊은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라며 "특히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초기 폐암이 늘고 있다는 점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암이 여전히 사망률 1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김 센터장은 폐암의 '침묵'과 '내성'을 꼽았다. 그는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수술이 어려운 단계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며 "신약 개발로 치료 성적은 개선됐지만, 약제 내성이 생겨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로 인해 치료가 쉽지 않은 전신 상태의 고령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침이나 가래를 폐암의 대표 신호로 여기는 인식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김 센터장은 "폐암이 진행되면 기침, 가래, 각혈, 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러한 증상만으로 조기 폐암을 의심하거나 발견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수술 기법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로봇 수술과 AI 진단에 대해 "만능 해법은 아니다"라는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로봇 수술은 흉강경 수술보다 정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발률이나 생존율에서 큰 차이는 없다"며 "비용과 적용 대상의 한계를 고려해 환자별로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AI 기술은 영상 판독과 진단 보조 등 여러 분야에서 실제 진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폐암 진단을 받는 여성 환자 중 상당수가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비흡연자라는 사실은 의료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안병철 교수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환경적 발암물질의 결합이 이러한 현상의 핵심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암의 근본적인 발생 기전은 유전자 돌연변이이며, 비흡연자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는 간접흡연, 요리 매연, 라돈 노출, 미세먼지 등이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요리 매연'은 주부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는 "조리 전부터 충분한 환기를 유지하고 외부 배출형 레인지 후드를 사용하며, 고온 볶음이나 튀김 조리를 줄이고 발연점이 낮은 기름 사용을 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환경 노출은 수십 년의 잠복기를 거쳐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안 교수는 "미세먼지, 라돈, 과거의 간접흡연 노출은 폐 상피세포에 만성적인 산화 스트레스와 DNA 손상을 유발해 발암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학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 미세먼지 노출은 폐암 발생 위험을 약 1.1~1.4배 높인다. 라돈 노출 역시 누적 수준에 따라 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과거 간접흡연 이력 또한 폐암 위험을 약 1.2~1.3배 높이는 독립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폐암의 생존율은 발견 시기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안 교수는 병기별 생존율을 통해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기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기관별 차이는 있으나 약 80~90% 수준이다. 반면 국소 진행성 폐암(3기)은 20~30%, 전이성 폐암(4기)은 5~10%에 머문다. 다만 4기 환자에게도 희망은 있다. 특정 유전자 변이(EGFR 등)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는 치료 패러다임을 크게 바꿔놓았다. 안 교수는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해 탈모나 심한 오심·구토 같은 전신 독성이 크게 줄었고, 대부분 경구 투여가 가능해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면역항암제의 성과는 더욱 극적이다. 안 교수는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으로 2년 이상 질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환자도 적지 않다"며 "일부 환자는 급여 치료 종료 후에도 자비로 치료를 이어가며 좋은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암 예방의 핵심인 흡연 문제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담배회사 간 소송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김열 교수는 "법적 판단과 의학적 사실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흡연은 폐암 발생에 있어 가장 강력하고 명백한 원인이자 예방 가능한 위험요인"이라며 "이번 판결은 법적 책임을 다툰 것이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흡연은 소세포폐암과 편평상피세포암 발생 위험을 극적으로 높인다. 김 교수는 "장기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소세포폐암 발생 위험이 최대 54배, 편평상피세포암은 21배까지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흡연은 발병을 촉발하고 가속하는 '방화수'와 같다"며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생산성 손실 등을 포함해 연간 13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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