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車, 남미·아프리카 진격… 한국車 타격 우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인 찬카이(Chancay)항 주변은 요즘 중국차 일색이다. 중국 국영 해운사 코스코(COSCO)가 지분 60%를 장악한 이 항구에는 2024년 11월 개항 이래 매달 2000~3000대의 중국차가 쏟아져 들어온다.
찬카이항은 중국차의 ‘남미 공략의 거점’이 됐다. 중국~페루 간 운송 기간이 기존 35~40일에서 23일로 절반 가까이 단축됐고, 물류비는 20% 이상 절감됐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차는 칠레·브라질·에콰도르 등 인접국으로 거침없이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2만대의 중국차가 이곳을 통해 남미 시장에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아프리카, 중국車에 ‘초토화’
찬카이항은 중국차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신흥 개발국)’ 전략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이다.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항만·물류 거점을 구축하고, 가성비를 무기로 남미·아프리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다. 중국의 파상 공세는 신흥 시장의 점유율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우루과이에서는 비야디, 창안자동차 등 중국 브랜드 점유율이 19.5%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량도 전년 대비 20% 급증한 574만대를 기록했다. 수출 물량 10대 중 6대가 전기차일 만큼, 이제 막 전동화가 시작된 신흥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미국·유럽이 중국차에 대한 장벽을 높이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남미와 아프리카로 무게중심을 옮겨 차근차근 시장을 파고든 셈이다. 한국차가 설 ‘기회의 땅’이 사라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차의 위협은 단순한 저가 공세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자본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서구와 일본 자동차 기업이 떠난 빈자리를 빠르게 접수하고 있다. 지난 23일 일본 닛산자동차는 1960년부터 운영해 온 남아프리카공화국 로슬린 생산 공장을 중국 체리자동차(Chery)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연간 4만5000대의 픽업트럭을 생산하던 아프리카 핵심 기지가 중국 손에 넘어간 것이다. 남미 최대 시장 브라질에서는 만리장성자동차(GWM)가 옛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을 인수해 작년 8월부터 연간 3만대를 생산 중이다. 비야디(BYD)는 문 닫은 포드 공장을 사들여 작년 10월부터 전기차 조립을 시작했다.

◇中 밀어내기에 한국車 타격 우려
이런 생산 현지화는 중국 내수 침체와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선진국 무역 장벽을 우회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미국 컨설팅사 로디움그룹은 “2024년 중국 전기차 업체의 해외 투자액이 내수 투자를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사우스가 ‘중국 밖의 중국차 생산 기지’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지역이 한국 자동차의 주요 수출 무대였다는 점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페루 시장에서 도요타에 이어 판매 2·3위를 지켜왔고, 브라질에서도 현대차가 4위를 기록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무역 장벽이 낮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신흥 시장 특성상, 막강한 자본과 물류 시스템을 앞세운 중국차와의 가격 경쟁에서 한국차가 밀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차는 관세 여파 등으로 수출액이 약 4%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고 있는데 신흥 시장에서도 중국차와 버거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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