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3000 띄우기… 정부, 1400조 연기금 동원령

정석우 기자 2026. 1. 3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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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투자 유인책 내놔

정부가 29일 국민연금기금·고용보험기금·공무원연금기금 등 67개 연기금을 대상으로 벤처·중소기업 중심의 주식 시장인 코스닥 투자를 늘리도록 하는 유인책을 내놨다. 코스피만 있었던 연기금 평가 기준에 코스닥 지수를 반영하고 벤처 투자 실적의 기금 운용 평가 배점을 종전보다 두 배로 높이기로 했다. ‘코스피 5000 시대′가 문을 열고 코스닥도 1100선을 넘은 가운데,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코스닥의 추가 부양을 위해 정부가 140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코스피가 장중 5000선을 넘은 다음 날인 이달 22일 더불어민주당의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는 코스닥 3000을 새 목표로 제시했다.

코스닥은 29일 2.73% 급등한 1164.41로 마감하는 등 최근 코스닥 불장(강세장) 흐름이 강한데, 여기에 기름을 더 붓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0.98% 오른 5221.25로 마감했다.

◇평가 수익률에 코스닥 반영

기획예산처는 이날 ‘2026년 기금 자산 운용 기본 방향’을 발표하며, 67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넣었다. 기획처 관계자는 “(연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에 코스닥 종목을 편입·확대해 투자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먼저 코스피만 반영하고 있는 국내 주식 평가 기준 수익률에 코스닥 지수를 5% 섞기로 했다. 종전 방식과 달리 코스닥에 투자하지 않으면 평가가 나빠지기 때문에 연기금의 코스닥 시장 참여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액은 2024년 기준 5조8000억원으로 전체 국내 주식 투자 규모의 3.7% 수준에 불과하다. 기획처 관계자는 “기존에는 ‘수’를 맞으려면 90점을 넘겨야 하는데, 85점을 맞아도 수를 받을 수 있게 허들을 낮춘다는 의미”라며 “이를 통해 코스닥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기금 운용을 평가할 때 현재 100점 만점에 1점인 ‘벤처 투자’ 배점도 2점으로 늘린다. 다만 투자 초기엔 운영비·관리비만 나가 마이너스(-) 수익률이 불가피한 벤처 투자의 특수성을 고려, 첫 3년간 수익률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배점이 1점인 ‘투자 다변화 노력’의 구체적인 평가 항목에 벤처 투자를 추가하고 해외 투자는 삭제했다.

경영 평가권과 기금 운영비 돈줄을 쥔 정부가 평가 때 벤처 투자 점수를 높여 연기금을 압박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국민체육진흥재단 등 기금을 운용하는 공공기관들은 기금 운용 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으면 그만큼 성과급 배정으로 이어지는 경영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공공기관이 아니더라도, 기금 운용 평가 결과에 따라 인건비·임대료·전산망 관리 등에 쓸 수 있는 기금 운영비를 더 받거나,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지침을 따라야 할 유인이 크다.

◇“정부의 투자처 개입 부적절”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 시장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국민의 노후 자금 등 공적 기금의 포트폴리오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미래 가치는 있지만 아직은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좀 떨어지는 기업들이 많은데,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면 거품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거품이 꺼져 외국인들이 고가에 다 팔고 나가면 피해는 개인 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기금이나 운용사들이 알아서 투자 비율을 조정하도록 융통성을 부여해 주는 선에서 그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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