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경체] "돈 공부는 자립심 교육"…'엄마표 경제교육' 시작은?
[EBS 뉴스]
서현아 앵커
경제교육이 이제는 필수가 됐지만, 막상 집에서 돈 얘기를 꺼내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아이의 경제 눈을 뜨게 할 현실적인 경제 소통법, <엄마표 경제교육>의 저자 성유미 작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작가님, 어서 오세요.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가족끼리 돈 얘기하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작가님 역시 평범한 직장인 엄마로 사시다 어떤 계기로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셨는지, 그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성유미 작가
보통 워킹맘들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지갑을 열게 됩니다.
"엄마 오늘 늦으니까 배고프면 뭐 사먹어", "친구들이랑 뭐 먹어" 저 역시 그런 엄마였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보니까 아이들이 돈이 귀한 줄 모르고 자라고 있더라고요.
큰 애는 돈을 잃어버리고도 아무렇지도 않아하고, 작은 아이는 돈을 있는대로 다 써버리는 소비요정이 되어 있었어요.
그때 저는 열심히 재테크 하겠다며 공부하러 다닐 때였는데, 이러다가는 '내가 부자가 되어도 얘네들이 다 까먹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더 늦기전에 아이들에게도 경제교육을 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경제교육은 따로 가르쳐주는 학원이 없잖아요.
어쩔 수 없이 엄마표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청경체] 프로젝트를 1년여간 진행하면서 전문가분들이 공통으로 강조해주신 부분이 바로 '부모와 자녀의 경제 소통'입니다.
작가님이 추천하시는 '가장 현실적인 소통 방법'은 무엇인가요?
성유미 작가
예전에는 '돈 밝히면 안된다'라고 했지만, 지금은 돈을 모르면 위험한 세상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와 지금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많이 다르거든요.
돈을 쓸 곳도 너무나 많고, SNS나 게임 등에서 훨씬 복잡한 금융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돈 관련 사건에 휘말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은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겁니다.
용돈을 줄 때도 일방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규칙을 잡는거죠.
얼마가 필요한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시고, 용돈으로 해결할 것과 부모가 별도로 지원해줄 것을 미리 구분해두면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집 돈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아이들과 솔직히 이야기 나눠보세요.
가르친다기보다는 경제공동체 일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집 식비는 얼마정도인지, 학원비는 어느 정도인지, 저축은 얼만큼 하는지, 엄마의 가계부를 공유해도 좋습니다.
그렇게 실제 돈의 흐름을 봐야, 아이들이 '현실 경제'에 눈을 뜨고,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소통을 하려 해도 아이마다 성향이 다릅니다.
어떤 아이는 저축을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쓰는 걸 즐기죠.
부모가 우리 아이의 경제 성향을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성유미 작가
맞습니다.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르다보니, 우리 아이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게 우선인데요.
소비와 저축은 정 반대 유형 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축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저는 크게 '욕구'와 '조절력' 두 가지 기준으로 아이들을 파악해보라고 권해드립니다.
욕구도 강하고 조절력도 좋은 아이는 CEO형입니다.
원하는 것을 차근차근 이뤄나갈 수 있게 투자를 가르치면 좋고요.
욕구는 낮지만 조절력은 좋은 유형은 '알뜰형'인데요.
자칫하면 구두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가치있게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욕구는 강한데 조절력이 부족한 경우는 한마디로 YOLO 스타일인데요.
과소비 습관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용돈을 받자마자 저축을 하고 시작하는 '선 저축' 시스템을 갖추는게 필수입니다.
욕구도 없고, 조절력도 낮은 경우는 돈에 무관심한 성향인데요.
돈의 필요성을 아직 깨닫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돈으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 혹은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가정 내 경제활동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집안일을 돕고 용돈을 주는 방식으로 경제교육을 시작해보라는 조언도 많은데요.
"당연한 일을 하는데 왜 돈을 주냐"는 반론도 있는데요.
이렇게 일종의 '홈 아르바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경제교육, 어떻게 보시나요.
성유미 작가
당연히 해야 할 집안일은 홈 아르바이트가 아닙니다.
예를들어 자기 방을 정리하고, 학교/학원 숙제를 하는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거기에 용돈을 주면 안됩니다.
이 '당연한 일'은 가정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어요.
가족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집안일이 있어요.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 거실이나 화장실, 이런 공간을 아이가 청소 했다면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잖아요.
혹은 '인내심과 책임감'을 기를 수 있는 일이면 더 좋습니다.
화분에 물을 주고, 애완동물 산책을 시키는 일 등이 있겠지요.
가족 회의를 통해서 기준을 잡고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과정의 진짜 핵심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배우는 겁니다.
내 시간과 노력이 돈으로 교환되는 과정을 몸으로 익힌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도 쉽게 돈을 벌려는 유혹이나 사기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땀 흘려 번 돈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죠.
서현아 앵커
작가님은 평소에 "돈 공부는 결국 자립심과 자존감을 키워주는 공부"라고 강조해주셨습니다.
단순히 돈을 관리하는 기술이 어떻게 아이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자존감으로 연결되는 건가요?
성유미 작가
돈을 쓴다는 건 결국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행위잖아요.
그 과정에서 아이는 계속 생각을 할 거예요.
지금 이 선택이 최선일까?
후회하지 않을까?
한정된 용돈으로 무엇을 살 지 고민하고, 후회하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의사결정 연습입니다.
어릴 때는 과자 뭐 먹을까, 무슨 옷 입을까? 이정도의 작은 선택을 하지만, 크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 취업, 결혼, 내집마련 등 크고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만나게 돼요.
어려서부터 이런 연습이 쌓여서 아이들은 점점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나는 주도적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결국 자기효능감으로 발전하게 되고요.
서현아 앵커
경제 교육을 시작하고 싶지만 아이와 갈등이 생길까 봐 주저하는 부모님들, 그리고 돈 관리가 막막한 청소년들에게 경제체력을 기르기 위한 당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유미 작가
아까도 강조드렸지만 '소통'이 우선입니다.
사춘기 무렵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갑자기 안하던 돈 얘기를 하자고 하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거든요.
너무 빡빡하게 규칙을 잡지 마시고, 큰 틀의 울타리만 쳐 주세요.
그 안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돈을 써 보고 실수하는 모습을 지켜보시면 됩니다.
아직은 실수해도 부모님이 커버해줄 수 있잖아요.
그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성장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부모님들이 "돈 관리 잘 하라"고 하면 잔소리로 들릴텐데요.
돈 관리를 한다는 건 내 인생의 주도권을 내가 가지고 가는 연습이거든요.
지금 작은 돈부터 잘 다루는 연습을 해야 나중에 진짜 하고싶은 일이 생겼을 때 돈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경제체력이 길러집니다.
오늘부터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돈 이야기를 편안하게 시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시간들이 모여 우리 아이들이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힘이 될 겁니다.
서현아 앵커
역시 결국 거창한 이론보다 솔직한 대화가 우선이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작은 돈부터 스스로 다루는 연습이 곧 내 인생의 주도권을 갖는 과정이라는 사실,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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