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으로 입증한 HBM4…삼성전자 '초격차' 반격
11.7Gbps·3TB/s…성능·전력 효율 동시 개선
HBM4E 샘플링·맞춤형 제품 하반기 투입

AI 메모리 판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앞세워 주도권 탈환에 나섰다. HBM3E에서 한발 물러섰던 삼성전자는 HBM4에서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반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HBM4부터는 승부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달 엔비디아·AMD에 HBM4 정식 공급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와 AMD 등이 진행한 HBM4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 다음 달부터 주요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4 양산 출하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양산 투입을 마친 상태로 생산은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HBM3E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삼성전자는 HBM4 개발 단계부터 전략의 출발점을 달리 잡았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성능 구현'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HBM4에 적용된 D램은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이다. 연산을 제어하는 로직 다이에는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에서 선단 공정을 동시에 끌어올린 구성이다.
기술 경쟁의 갈림길은 이 지점에서 분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주요 고객사들이 AI 가속기 성능 강화를 이유로 HBM4 동작 속도 상향을 요구했지만, 삼성전자는 추가 설계 변경 없이 품질 검증을 통과했다. 일부 경쟁사가 최종 검증 단계에서 설계 보완과 일정 조정에 들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재설계 없이 평가를 마치고 곧바로 양산과 출하 국면으로 넘어갔다. 초기 설계 단계부터 상위 성능을 전제로 목표치를 설정한 전략이 검증 속도와 양산 일정에서 그대로 확인됐다는 평가다.
HBM4 성능은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HBM4는 초당 11.7Gbps의 동작 속도를 구현했다. 업계 표준으로 제시된 제덱(JEDEC) 기준 속도인 8Gbps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AI 가속기 업체들이 요구하는 성능 조건을 여유 있게 충족한다.
데이터 처리 능력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데이터가 오가는 입출력(I/O) 핀 수를 늘리며 단일 스택 기준 메모리 대역폭을 3TB/s(초당 테라바이트)까지 확장했다. AI 연산 과정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서 병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설계다.
전력 효율 역시 개선됐다. 4나노 기반 베이스 다이 설계 최적화를 통해 이전 세대 대비 에너지 효율을 약 40% 높였다. 고속 동작 환경에서도 발열을 억제해 장시간 운용이 필요한 차세대 AI 가속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삼성의 구조적 우위
이러한 완성도는 삼성전자의 구조적 강점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업계는 HBM4 경쟁력의 배경으로 종합 반도체 기업(IDM) 구조를 꼽는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동시에 보유한 덕분에 설계와 양산을 하나의 흐름으로 최적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제품 사업화 과정에서도 신중한 기준을 적용했다. 고단 적층 제품 관련 기술적 준비는 마쳤으나, 수요가 확인된 구간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HBM 경쟁이 기술 과시의 단계에서 벗어나 양산 안정성 및 공급 시점이 성패를 가르는 국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차세대 제품 준비도 병행된다. 삼성전자는 7세대 HBM4E를 올해 중반 스탠다드 제품 기준으로 고객사에 샘플링할 계획이다. HBM4E 코어 다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HBM 역시 하반기 고객 일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은 HBM4 이후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JP모건은 삼성전자의 올해 HBM 비트(bit) 출하량이 전년 대비 128%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4 양산과 출하 시점이 앞당겨진 점이 반영된 전망이다. 반면 일부 경쟁사는 HBM 매출 비중이 전년 대비 둔화할 가능성이 함께 거론된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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