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줄고 책임 늘고"···카드업계 흔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통합

김태영 기자 2026. 1. 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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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적립 전제로 설계된 신용카드 상품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
문제는 통합 이후 마일리지 전환 비율···1대 0.82로 사실상 손실 감수 구조
소비자 불만 시장 분출 전망···민원 및 분쟁 조정 신청 등 집단적 반발 가능성 제기
향후 대응 전략 두고 카드업계 ‘고민’···고객 신뢰와 수익성 사이서 해법 고심 거듭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가시화되면서 항공 마일리지 제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마일리지 적립을 전제로 설계된 신용카드 상품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카드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모습이다. 통합 이후 마일리지 체계가 대한항공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존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 가입자들의 반발과 이를 떠안아야 하는 카드사들의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세 차례에 걸쳐 마일리지 통합안을 제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마일리지 제도와 관련한 소비자 보호 방안 보완을 요구하자 대한항공이 후속 대안을 잇따라 낸 것이다. 다만 카드업계가 강하게 요청해 온 기존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 적립 구조 유지 방안은 끝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통합 이후 마일리지 전환 비율이다. 통합 이전 아시아나항공 제휴 신용카드의 경우 대부분 소비금액 1000원당 1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반면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제휴 카드는 1500원당 1마일리지 적립이 일반적이다. 동일한 카드 사용 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가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해당 차이는 카드 상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미 고객에게 약속된 혜택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통합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두 항공사가 하나로 합쳐질 경우 신규 적립 마일리지는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기준으로 쌓이게 된다. 기존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사용하려면 스카이패스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환 비율이 1대 0.82로 정해지면서 사실상 고객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일리지 통합 관련한 보완을 요구했지만 전환 비율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 불만이 고스란히 시장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업계가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기존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 가입자들의 집단적 반발 가능성이다.

해당 카드들은 가입 당시 '아시아나 마일리지 적립'과 '1000원당 1마일'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판매됐다. 항공사 통합이라는 외부 변수로 인해 실질적인 혜택이 줄어들 경우 고객 입장에서는 계약 조건이 일방적으로 변경됐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항의, 민원, 분쟁 조정 신청은 물론 집단 소송 가능성까지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이 불만의 최전선에 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마일리지 제도의 결정권은 항공사에 있지만 고객과 직접 계약을 맺고 카드를 발급한 주체는 카드사이기 때문이다. 항공사 통합에 따른 정책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고객 불만은 카드사를 향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발생한 정책 변화의 책임을 사실상 떠안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이에 카드업계 내부에서는 향후 대응 전략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단순히 항공사 정책 변경이라는 설명만으로 고객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일부 카드사는 보완 혜택 제공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 역시 비용 부담으로 직결돼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존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브랜드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항공사와 카드사 간 협상 여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마일리지 제도는 단순한 항공사 정책 변경을 넘어 카드사와 고객 간 계약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카드업계 전반이 마일리지 통합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고객 신뢰와 수익성 사이에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객 불만이 현실화될 경우 카드업계 전반에 걸친 부담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고민은 당분간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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