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정청래는 왜 지금 조국에게 손을 내밀었나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들 한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정치 세계에서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시점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바꿔 말해 타이밍에는 행위자의 의도가 담겼다는 의미다. 현재 여권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에 대한 합당 제안으로 뜨겁다. 핵심은 타이밍, 즉 왜 지금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 타이밍이 암시하는 의도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방선거 전 합당'이라는 예정된 미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합당론, 다시 불붙은 이유
이 시기 민주당의 한 의원은 양당의 합당 필요성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밖에 두고 상대하기보다 안에 두고 관리하는 게 낫다. 원래 싸움이라는 것은 같은 뿌리에 있던 사람들끼리 싸울 때 더 치열하다. 다만 시점은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보아가며 합당이 지방선거에 진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야 할 때다."
정청래, 먼저 손을 내민 이유는?

그래서 관심은 '왜' '지금'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당 규모나 지지도에서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이는 민주당의 정청래 대표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냐다.
"지방선거에서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다." 정청래 대표와 정 대표 측 인사들은 합당 제안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수도권, 특히 서울은 지금 정당 지지도가 차이가 나지만 결국 2~3%포인트 안팎의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수 있는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으로 후보가 줄어 표의 분산을 막는다면 승산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을 산술적으로 합산한 결과다.
하지만, 합당 효과에 대해서는 다른 전망도 나온다. 합당을 해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합당이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전국적으로는 그만큼 마이너스가 발생해 총합은 합당을 하든 하지 않든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다"고 전망한다.
지방선거를 넘어선 '다른 꿍꿍이'에 대한 의심
정 대표나 정 대표 측은 손사래를 친다. 지금이 아니면 합당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합당을 제안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5월 14일부터 지방선거 본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그 전에 당내 공천을 마무리 짓고, 출마자들 간 교통정리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 합당을 추진해 3월 중순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늦었다는 것인데, 합당 제안의 이유는 오롯이 지선 대비용이라는 설명이다.
8월 전당대회 포석이라는 의심의 논리

의심의 논리는 이렇다. 8월 전당대회에서 친명계 당원들의 표심은 김 총리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 세가 크지는 않지만 이른바 동교동계 구주류 당원들도 김 총리 쪽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연임을 위해선 정 대표에게 새로운 우군이 절실한데, 혁신당과 합당하면 친문 성향의 혁신당 현 당원들이 정청래 대표를 지지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 현재의 혁신당 당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정 대표가 합당을 제안했다는 논리다.
조국의 '생존'과 정청래의 '리더십 시험대'
그런데 왜 지금 조국 대표는 내부 의견 수렴을 진행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긴 했지만 합당 제안에 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까.

지난해 말에 만난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조국 대표 개인의 지지율에 비해 현격히 낮은 당 지지율이 문제였다. 총선과 달리 지방선거에는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지민비조'를 외칠 수 없는 것도 문제였다. 해당 인사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단일 후보로 조국 대표를 지지하지만 당 지지는 민주당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고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는 당 지지율이 중요하고, 언제가 됐든 민주당과 합당을 하지 않을 것도 아닌 만큼 일단 최대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의 말은 더 직설적이었다. "조국혁신당은 여차하면 정의당처럼 존재감을 잃고 소멸해 버릴 수도 있다". 전원 비례대표로 구성돼 지역 기반이 없고, 사실상 조국 대표의 개인기에 의해 당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여론에 따라 당의 운명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였다. 그리고 올해 초 조국혁신당 안팎에서는 "조국 대표가 당 운영을 2030년 자신의 대선 출마에 맞춰서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장 다가온 지방선거 전략까지 조 대표 본인의 대권 플랜에 맞춰서 짜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당 대표 취임 후 가장 큰 시험대에 선 정청래
그런데 정 대표가 상황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설득과 절차적 정당성, 숙의를 통한 의견 수렴은 직진형이라는 비판받았던 정 대표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합당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면 한국 정당사에 족적을 남길 수도 있다. 반면 상황과 과정 관리에 실패하다면 합당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정청래 대표 입장에선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 정청래 대표에게 취임 후 가장 큰 숙제가 주어졌다.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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