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주사제 ‘레켐비’ 제형·용법 다변화… 먹는약 대항마 될까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치매 치료 주사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제형과 용법 변경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두 회사는 이달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관련 허가 신청 건을 차례로 등록했다. 경쟁 제품인 미국 일라이릴리의 '키선라'가 아직 EU에 진출하지 못한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굳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레켐비의 사용 옵션이 다양해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국내 아리바이오와 프랑스 사노피 등이 개발 중인 경구용 치매약의 시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고 있다.
2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주1회 투약 방식의 '레켐비 아이클릭' 개시요법 허가신청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접수됐다. 레켐비 아이클릭은 레켐비의 피하주사(SC) 제형이다. 또 이튿날인 26일에는 레켐비 정맥주사(IV) 제형의 월1회 유지요법 허가신청서가 유럽의약품청(EMA)에 제출됐다. 개시요법은 치료 초기에 약물 농도를 목표치까지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고, 유지요법은 목표 상태에 도달한 후 그 효과가 장기가 이어지도록 관리하는 요법이다.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아밀로이드베타(Aβ)를 표적으로 삼는 항체 약물로 당초 2주 간격으로 투약하는 IV로 개발됐다. 이 약물은 미국에서 2023년 1월 가속승인됐고 같은 해 7월 정식 승인을 획득했다. 지난해 4월 EMA도 재심사 끝에 레켐비를 조건부 승인했다. 레켐비는 항체 기반 치매 치료제 중 유일하게 미국과 EU 진출에 성공했으며 총 50여 국가에서 승인된 상태다.
다만 동종 계열의 경쟁 약물인 키선라(성분명 도나네맙) IV 제형이 2024년 미국에서 승인된 이후 출시 국가를 확대하면서 레켐비의 위기가 가중됐다. 임상 3상에서 키선라의 인지 기능 개선 효능은 35%로 레켐비(27%)를 넘어섰고, 투약 용법 역시 월 1회로 이점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레켐비 아이클릭을 개발해 지난해 8월 FDA에서 허가를 받았다. 다만 당시 이 약물의 적응증은 기존 레켐비 IV 제형을 18개월 동안 2주 간격으로 투약받은 환자의 유지요법이었다.
이번에 두 회사가 FDA에 제출한 신규 요법은 처음부터 레켐비 아이클릭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개시요법이다. 신속 심사 기간을 고려해 오는 5월 이 요법이 승인되면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키선라보다 투약 편의성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바이오젠과 에자이 등은 EU에서 키선라가 승인되기 전에 키선라와 대등한 용법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병행했다. 이를 위해 이번에 레켐비의 투약 주기를 키선라와 같은 월 1회로 늘리는 신청서를 EMA에 제출했다.
국내 치매 신약 개발업계 관계자는 "레켐비나 키선라는 임상 단계에서 인지 기능 개선 효능 차이가 강조됐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그 차이가 피부에 와 닿을 정도는 아니다"면서 "그보다는 투약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 확대에 중요한 요소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치매 주사제가 용법과 제형 다변화에 속속 성공하는 최근 상황은 먹는 치매 지료제의 시장 진출 과정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일 1회 먹어야 하는 경구약이 IV 제형에 비해 투약 편의성이 좋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주 1회 SC 제형과 비교하면 환자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주사제일지라도 주 1회 맞는 SC 제형은 매일 복용하는 경구약과 일정 부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경구용 치매 신약에 있어 대표적인 개발사로 거론되는 기업은 국내 아리바이오다. 이 회사는 다중 작용 방식을 가진 치매 치료 후보물질 'AR1001'에 대해 미국과 EU, 중국 등을 포함한 13개국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해당 임상을 연내 종료하고 내년 AR1001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때문에 AR1001은 상용화 개발 단계에서 가장 빠른 경구용 치매 신약 후보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 중 사노피는 지난해 미국 비질 뉴로사이언스로부터 인수한 'VG-3927(임상 2상 진행)'과 국내 바이오텍 '아델'에서 도입한 'ADEL-Y01(미국 1상 진행)'를 경구용 치매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결국 주사제와 경구약의 최종 승부는 약효에서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투약 방식을 대폭 개선한 주사제가 선발 주자로서 당분간 시장을 이끌겠지만, 더 좋은 효능을 지닌 경구약이 선보이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한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항체 치료제가 국내외에서 출시돼 널리 쓰이지만, 장기간 치매 진행을 막는 데는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높다"며 "레켐비 등 주사제를 뛰어넘는 효능을 입증한 경구약은 환자에게 추천하기 좋은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tw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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