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파고드는 '스타링크'… 6G 하늘길, 머스크에게 내줄 건가

김진욱 2026. 1. 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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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기지국 하늘로 올린 '스타링크'
가정용·이동형 국내 서비스 확대 중
판매는 韓 통신사, 주도권은 美 기업
'한국형 6G 선도'는 여전히 구호로만
북아메리카 북서쪽 알래스카 지역에 설치된 '스타링크'의 전파 수신기. 스타링크 소셜미디어(SNS) 캡처

"휴대폰이 안 터져요."

이제 이런 말은 과거의 유산이 될 듯하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 잠시 꺼두셔도 좋다"던 과거 TV 광고 문구처럼 굳이 휴대폰 전원을 끊지 않는다면 24시간 세계 어디에서든 통신이 가능한 세상이 성큼 다가왔다. 인적을 찾을 수 없는 망망대해든, 하늘 위 수천m를 다니는 비행기 안이든, 전신주 수십 개를 세워야 겨우 통신선을 끌어올 수 있었던 산골짜기든, 이젠 위성 안테나 하나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저궤도(LEO)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가 국내에서도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6G 표준 완성 전 이미 요금제 출시

스타링크는 고도 550km에 있는 저궤도 위성 수천 기를 사용해 지구 전역에 고속·저지연 인터넷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최대 400Mbps(초당 메가비트) 수준 속도를 제공한다. 통신 기지국을 땅 위에 설치하는 대신 하늘로 올린 셈이다. 400Mbps는 약 20초에 1기가바이트(GB) 용량의 영화를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지난해 12월엔 한국 공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대규모 선단을 운영하는 해운업체부터 서비스 활용이 본격화하고 있다. 가정용 기본 요금제도 월 8만7,000원에 데이터 무제한, 다운로드 수십~100Mbps대, 업로드 수십Mbps 속도를 내세운다. 이동형 상품은 100GB 기준 7만 원대, 사실상 무제한 구간은 14만 원대에 책정됐다.

미국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를 도입하는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반선. 현대글로비스 제공

편의성은 증대됐지만, 눈여겨볼 점이 있다. 스타링크는 한국에서 SK텔링크·KT샛(SAT) 등과 재판매 계약을 맺고, 이들을 통해 기업간 거래(B2B) 상품을 판매한다. 이용자 눈에는 '국내 통신 계열사가 파는 위성 옵션'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망 주도권은 미국 민간 기업이 쥐고 있는 구조다. 스타링크가 상용화에 착수한 이 시점에 한국이 몇 년째 외쳐온 '6세대(6G) 이동통신 선도' 구호는 여전히 2030년 목표와 로드맵 속 문장에 머물러 있다.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통신 주권'이 미국 사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6G는 5G보다 속도가 몇 배 빠르다는 숫자 차이를 넘어 지상 기지국, 광케이블, 저궤도 위성, 공중 플랫폼을 한 덩어리로 묶어 쓰는 '다층망'을 지향한다. 자율주행차, 원격 수술, 원격 공장 제어, 클라우드 게임, 실시간 협업 서비스는 모두 끊김 없는 초저지연·고신뢰 연결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 스타링크는 6G 표준이 완성되기도 전에 이런 방향의 요금제를 만들어 실제로 팔고 있는 셈이다.


생성형 AI의 교훈... "선점 못 하면 종속"

유럽 기업 원웹의 위성망을 활용하는 한화시스템의 '저궤도 위성통신 네트워크' 상상도. 한화시스템 제공

한국이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한화시스템은 2021년 영국 저궤도 위성통신 회사 원웹에 약 3억 달러를 투자하며, 스타링크와 경쟁하는 글로벌 우주 인터넷망 사업에 합류했다. 원웹은 이미 위성 수백 기를 쏘아 올렸고, 한화는 국내 서비스용 위성통신 단말 개발에 착수하며 기간통신사업자 신청과 국경 간 공급협정 승인 절차를 밟는 등 준비에 나섰다. 지상 6G 표준 싸움에서는 SK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통신사가 규격 논의에 적극 의견을 내고 있다.

정부도 2030년 6G 상용화를 공식 목표로, 연구개발과 시험망, 표준 특허 확보에 수천억 원을 투입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한국판 스타링크'를 내세우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방부·기업이 함께 저궤도 위성통신 민관 협의체까지 띄우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방향만 보면 '한국형 6G·위성' 밑그림은 마련된 모양새다.

2025년 3월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국제민간표준화기구(3GPP)의 6G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문제는 선점 효과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광풍에서 얻은 교훈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대규모언어모델(LLM)과 AI 클라우드를 먼저 개발하자, 한국을 포함한 후발주자들은 소버린(주권) AI,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등을 거론하면서 추격에 나섰다. 그나마 뛰어난 기술력과 인재가 있는 한국은 사정이 낫지만, 추격을 엄두도 낼 수 없는 국가들은 빅테크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표준을 선점하지 못한 결과는 생태계 종속이라는 것이다.

6G와 저궤도 위성통신도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스타링크가 세계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독점적 지위에 올라 6G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의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중이다. 미국 사기업 한 곳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통신망이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와 국내 민간 기업, 학계가 힘을 모아 6G·위성망 표준 구축에 나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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