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포기냐 미군 공격이냐···‘독배’ 받아든 이란 정권, 트럼프 ‘최후통첩’에 진퇴양난

이영경 기자 2026. 1. 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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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항모 앞세워 “다음 공격은 더 강력할 것”
미국 핵개발 포기·미사일 사거리 제한 등 요구
이란 정권으로는 체제 위협하는 수용불가안
이란 “방아쇠에 손가락 올려”···미 공격 강력 대응
핵협상 환영하면서도 “핵개발 포기 못해”
“경제적 압박은 하메네이 정치적·군사적 제거 전단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니어처가 이란 국기를 배경으로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에 배치한 채 이란이 핵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군사 공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하지만 미국이 핵개발 포기 등 이란 정권으로서는 수용 불가능한 조항을 요구하면서 이란 정권은 핵 포기냐, 미군의 공격이냐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어느 것을 택하든 이란 정권에는 체제 존립을 위협하는 독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조속히 협상 테이블로 나오기를 바란다. 핵무기는 절대 안 된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다음 공격은 ‘한밤의 망치’보다 강력할 것”이라며 지난해 6월 이란의 핵시설 폭격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물밑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무력 시위를 통해 ‘최대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이 이란에 △모든 우라늄 농축의 영구적 중단과 현재 보유한 농축 우라늄의 전량 폐기 △탄도미사일의 수량과 사거리 제한 △하마스·헤즈볼라·후티 반군 등 이란 대리 세력에 대한 모든 지원 중단할 것을 이란과의 회담에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그동안 서방에 굴복하지 않는 자립과 저항의 상징으로 핵개발을 선전해왔다. 때문에 미국의 핵포기 요구에 타협하는 것은 안 그래도 약화된 이란 신정체제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또 탄도미사일 사거리와 수량 제한은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타격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 이란으로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마지막 억지력을 포기하는 셈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난해 6월 이란을 공습한 이스라엘은 이란이 재무장할 경우 다시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2019년 11월 19일(현지시간)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미국은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이끄는 미 해군 타격전단을 중동 해역에 배치했다. AFP 연합뉴스

NYT는 지난주 미국과 이란의 물밑 협상은 진전이 없었으며,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굴복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란 국회의장 고문인 메흐디 모하마디는 전날 미국의 요구안에 대해 “이란의 패배를 의미한다”며 “우리(미국)가 원할 때 공격할 수 있도록 스스로 무장해제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출신인 텔아비브 소재 국가안보연구소 선임 연구원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하메네이가 타협할 가능성도 있지만, 정권의 근간을 흔드는 타협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우라늄 농축, 미사일 증강, 대리 세력 지원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경고하는 한편 미국과의 핵협상에는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핵심 요구 사항인 핵개발 포기에는 선을 그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협상은 강압·위협·협박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란의 평화적 핵기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용감한 군대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사랑하는 조국과 하늘, 바다에 대한 어떠한 침략에도 즉각적이고 강력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의 공격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23일(현지시간) 인도양에서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의 비행 갑판에서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가 이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의 이란 공격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미국과의 ‘12일 전쟁’으로 약화된 이란 정권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 등을 향한 보복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 자체가 위험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란의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의 실제 수준을 외부에 노출시켜야 하며, 미국의 추가적 군사 대응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이란 경제에 더욱 강력한 경제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WSJ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했듯이 이란의 ‘유령 함대’ 유조선을 차단해 석유 수출을 봉쇄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카림 사자드푸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하메네이를 겨냥해 경제적 압박을 정치적 제거, 어쩌면 군사적 제거의 전 단계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 항공모함의 중동 배치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선제적 방어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미군이 이란에 대한 선제 공격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가디언은 유럽 외교관들이 이번 주말 무력충돌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이란의 보복 가능성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란 화폐인 리알화 가치는 이날 역대 최저 수준인 달러당 160만리알로 곤두박질쳤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해 “잠시 잦아들었을 수 있지만, 앞으로 재점화할 것”이라며 시위대의 핵심 불만이었던 경제난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시간 얼마 안 남았다” 경고···이란은 ‘전시 비상체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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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국무 “이란 시위 재점화 할 것”···군사 옵션에는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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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외무 “침략에 강경 대응, 공정한 핵 협상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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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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