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겨울철, 혈관 속 시한폭탄 '당독소'와 항생제의 역설

이주영 2026. 1. 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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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영 동편부부한의원 대표원장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잔뜩 웅크리게 되고, 본능적으로 열량이 높은 음식을 찾게 된다. 최근에는 베이커리 카페를 찾아 습관적으로 커피와 빵 한 조각을 찾는 것이 현대인의 겨울 일상이 되어버렸다.

만성 질환 환자들을 마주하는 한의사의 입장에서, 이러한 겨울철 생활 습관은 우리 몸에 치명적인 '독'을 쌓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 '당독소(최종당화산물, AGEs)' 때문이다.

당독소란 잉여 당분이 단백질과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변성 물질로, 혈관과 조직을 딱딱하고 누렇게 만든다. 이 당독소는 유독 겨울철에 우리 몸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며, 단순한 대사 질환을 넘어 전신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첫째, 겨울은 '혈관 사고'의 계절이다. 추위로 말초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오른 상태에서, 당독소가 혈관 내피세포에 달라붙어 혈관벽을 딱딱하게 만들면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둘째, 겨울철 잦은 바이러스 질환과 항생제 오남용의 문제다. 감기나 독감은 바이러스가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항생제를 과도하게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항생제는 나쁜 균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면역의 최전선인 장내 유익균까지 파괴하여 '장내 세균총'을 황폐화시킨다. 이로 인해 내성균(슈퍼박테리아)이 생기면 정작 치료가 필요할 때 약이 듣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된다. 무너진 장내 생태계와 당독소로 인한 만성 염증이 결합하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걷잡을 수 없이 붕괴한다.

셋째, 당독소의 축적은 '낫지 않는 통증'의 원흉이 된다. 진료실에는 "유명하다는 대학병원, 한의원을 다 다녀봤지만 그때뿐이고 통증이 낫질 않아요"라며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MRI 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는데 환자는 괴로워한다. 이는 당독소 상승으로 인해 근막과 인대 조직이 '설탕 절임'처럼 끈적하고 딱딱해져, 오장육부의 균형이 어그러지고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위험한 겨울, 우리는 어떻게 당독소로부터 내 몸을 지켜야 할까. 핵심은 '연료의 교체'다. 당독소를 유발하는 탄수화물을 줄이는 대신, 염증을 잠재우는 '양질의 지방'과 '건강한 단백질' 섭취를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

염증 상태일수록 고기의 질에 집중해야 한다. 옥수수 사료가 아닌 풀을 먹여 키운 소고기(Grass-fed), 무항생제 돼지고기, 자연 방사 유정란 등을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식재료는 오메가-3 지방산 비율이 높아 당독소로 손상된 세포막을 복구하고, 항생제로 지친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방 섭취 또한 전략적이어야 한다. 산패되기 쉬운 식용유 대신, 냉압착 들기름이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그리고 기버터(Ghee)와 같은 질 좋은 오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좋은 지방은 추위를 이겨낼 에너지를 공급하면서도 혈당 스파이크와 당독소 생성을 차단하는 강력한 항염증제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추운 겨울밤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다스려보자. 예로부터 출혈과 염증을 잡는 약재로 쓰인 '선학초(짚신나물)'를 차로 우려내어 따뜻하게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선학초는 몸의 독소와 염증을 배출하고, 항생제와 당독소로 지친 오장육부를 달래주는 훌륭한 겨울철 건강 동반자이다.

진정한 건강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혈관과 오장육부의 흐름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달콤한 빵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이 계절, 당신의 식탁을 건강한 지방과 단백질로 채우고 선학초 향기로 마음을 데워보라. 맑아진 혈액과 유연한 몸이야말로 다가올 봄을 맞이하는 가장 확실한 준비가 될 것이다.

/이주영 동편부부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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