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합산 매출 ‘300조’⋯ 현대차 올해 ‘17.8조’ 베팅, 판 바꾼다
SW·하이브리드, ‘미래차 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사상 처음 합산 매출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미국 관세 장벽과 글로벌 경쟁 심화란 ‘이중고’에도 몸집 불리기에 성공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내친김에 올해 17조8000억원을 투입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하이브리드 기술로 미래 모빌리티 판을 흔들 승부수를 던졌다.

29일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양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300조3954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가 186조2545억원, 기아가 114조14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6.3%, 6.2% 성장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정체기에도 기아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과 314만대란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양사 모두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과 우호적 환율 효과가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실인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다. 양사 합산 영업이익은 약 20조5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빠졌다.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관세 압박과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비용 증가가 뼈아팠다. 현대차 관계자는 “4분기에 25% 관세율이 적용된 재고가 판매되면서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위기 속에서도 현대차는 ‘통 큰’ 투자를 이어간다. 이날 발표한 ‘2026년 가이던스’에서 현대차는 올해 연구개발(R&D)에 7조4000억원, 설비투자에 9조원 등 17조8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특히 SDV 전환을 위한 자율주행·인공지능(AI) 핵심 기술 확보와 차세대 하이브리드 및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개발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기아 역시 올해 매출 122조3000억원, 영업이익 10조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등 신차 효과와 더불어 유럽 시장에 EV2 등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시장 지배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수익성 악화에도 주주 환원은 오히려 강화했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순이익이 24.6% 감소했음에도 연간 배당금을 주당 1만원으로 유지했고, 기아는 주당 6800원으로 배당금을 300원 늘리며 주주환원율을 35%까지 끌어올렸다. 단기 실적 부침에 흔들리지 않고 미래 성장과 주주 가치 제고를 동시에 잡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기아는 “회사의 성장을 지원한 주주 및 투자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이라고 강조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