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의 ‘정치의 스포츠 절대 불간섭’
(시사저널=전종규 충청본부 기자)

"선수단 프런트 구성에 대해서 절대 개입하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과 성남FC 구단주를 겸하고 있던 2015년 2월 한 중앙지와의 인터뷰에서 "구단 운영의 최우선 원칙을 '공정ㆍ투명ㆍ정치권 불개입'에 두고 있다"면서 꺼낸 말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히딩크 감독이 정치적 간섭 안 받고, 연고 없이 좋은 선수 뽑아서 기회 주고 '너의 인생을 열어 봐라'하니깐 목숨 걸고 뛰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스포츠의 정치적 불개입은 곧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스포츠의 정치적 불개입'은 특별히 새로운 가치가 아니다. IOC 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 정관에도 명시돼 있는 기본적 원칙이고 보편적 상식이다. 특히 총성 없는 전쟁터인 프로 스포츠계에서 정치적 개입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천안시의회에서 스포츠계의 기본 가치를 뒤 흔드는 광경이 연출돼 파문이 일고있다. 그것도 시민이 지켜보는 의정 단상에서다. 김길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3일 본회의 질의에서 "공석인 천안시민프로축구단(천안시티FC)의 단장 임명을 미루라"고 천안시에 요구했다. '차기시장의 인사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 이유였다. 김 의원은 "시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공석인 시 산하 출연기관들이 대행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형평성과 연속성에도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한 논란거리는 차치하고, 그의 주장은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차기시장의 취임은 앞으로 5개월 후인 7월이다. 새 시장이 만사 제치고 단장 공모 작업 절차에 들어간다 해도, 임명까지는 최소 2개월은 걸린다는 것이 구단 사무국의 의견이다. 빨라야 9월쯤에나 새로운 단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시즌 종료까지 불과 1~2개월여 앞둔 시기다. 숨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프로축구단이 최종 결정권자 없이 한 시즌을 허비하는 셈이다.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는 그는 왜 '겁박성' 요구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일까? 지역정가에서는 정치적 셈법이 숨어있는 불순한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시민구단을 특정 진영의 소유물로 치부하는 정치적 속내가 숨어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속한 당적 후보가 차기 시정을 잡을 수 있다는 섣부른 오만함도 읽힌다.
시민축구단은 시 출연기관이면서 법적 의결기구가 있는 재단법인에 속한다. 인사는 물론 회계 감사 운영에 이르기까지 관련 절차와 세부 규정에 준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시의회의 인사 개입은 자칫 월권 논란 소지도 안고 있다.
프로축구단의 지상 최고 목표는 성적이다. 성적이 좋아야 멀어진 시민 관심도 돌아온다. 시민구단이 존재하는 핵심적 이유일 것이다. 2023년 K리그2에 진입한 '천안시티FC'는 3년 연속 최하위권에 그쳤다. 출범 2년까지는 신생팀으로서 안착기까지 겪어야 할 비싼 수업료로 여겼다. 그러나 3년 차인 지난해 역시 겨우 꼴찌를 모면하는 참담한 순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저조한 성적이 이어지자, 천안시티FC를 바라보는 지역사회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존폐를 거론하는 위기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기로에 선 올 시즌은 그래서 너무 중요하다. 가정하고 싶지 않지만, 올해 역시 지난 3년과 같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든다면 시민들은 매서운 회초리를 들지 모른다.
지난해 K리그 시즌 초반, 홈 유니폼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꾼 이웃구단 충남아산FC, 그리고 홈구장 일부 좌석을 상징색인 파란색에서 돌연 빨간색으로 교체한 울산HD. 공교롭게도 당시 두 팀의 구단주(시장)는 모두 보수 진영 정당 소속이었다. 팬들은 분노했고, 안팎으로 어수선한 구단의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됐을 때 발생하기 쉬운 안 좋은 사례다. 구단 수뇌부가 흔들릴 때 선수단의 경기력이 좋아질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올 시즌 천안시민구단은 시민 심판을 기다리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재단 인사권을 놓고 진영 간 정치적 셈법을 따질 때가 아니다. 위기에 봉착한 시민구단을 회생시키기 위해선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똘똘 힘을 모아도 될지 모를 판이다. 천안은 대한민국 축구의 메카 '코리아 풋볼파크'를 품고있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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