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이 ‘경제’] (하) 용인 반도체 지방 분산 최적지는 구미…"전력과 물이 넘친다"

신승남 기자 2026. 1. 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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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부담 안고 생산한 전력, 고스란히 서울과 수도권으로…
전력과 용수 갖춘 경북(구미)이 ‘경제’ 가지는 것은 당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650조 투자, 전력·용수 ‘물리적 한계’ 직면
반도체 공정 모습. 구미시 제공
국미국가산업단지 제1·2·3단지 전경. 구미시 제공

반도체 생산기지 입지 조건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력'과 '물(용수)'이다. 경북의 전력 생산력은 우리나라에서 압도적인 1위다. 경북은 국내 전력 생산의 핵심시설인 원전의 절반에 해당하는 13개를 보유하고 있다. 낙동강과 주요 댐 등을 중심으로 한 용수도 풍부한 편이다.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시끄럽다. 650조 원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전력 및 용수 부족이라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어서다. 전북도는 전 도민 서명운동까지 벌이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분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전력과 용수는 경북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북은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서울과 수도권에 고스란히 보내는 현실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은 지역에서 소비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은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일극 전략을 수정해 전력 생산량과 여력이 풍부한 TK(대구·경북)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분산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윤재호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장(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첫 설계부터 충분한 생산요소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안으로 구미에 일정 부분 반도체 팹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보완 반도체 클러스터'(가칭) 구미 유치를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이는 수십조 원이 투자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전력과 용수 등 기반 부족으로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각계의 우려를 반영한 주장이다.

반도체 공장은 대표적인 전력·용수 다소비 시설이다. 업계에 따르면 첨단 파운드리 팹 한 곳이 상시 사용하는 전력은 300~500㎿다. 이는 인구 50만~70만 명 규모 도시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계획된 공장 수십 개가 모두 가동될 경우 총 전력 수요는 10GW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재 인공지능(AI)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수도권 전체 최대 전력수요 증가분을 단일 산업단지가 흡수하는 셈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과 물 '태부족'

문제는 전력 공급 능력이다. 수도권 내 신규 발전소 건설은 환경 규제와 주민 반발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비수도권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초고압 송전망을 통해 끌어와야 하는데, 1GW급 전력을 송전하기 위해서는 수백㎞의 765㎸ 송전선로가 필요하다. 이마저도 노선 확보와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사업 추진이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바와 같이 지방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기존 방식은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용수 문제도 심각하다. 첨단 반도체 공장 한 곳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초순수(유기물이나 전기 전도도 따위를 최소화함으로써 불순물이 거의 없는 물)'는 2만~3만t 규모다. 이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입하면 하루 평균 100만t 이상이 필요하다. 이는 중소형 광역시의 전체 생활·산업용수 사용량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수도권은 이미 한강수계 의존도가 높고, 추가 취수에 대한 환경적 제약도 큰 형편이다.

경북이 최적지…구미는 '전력', '물' 모두 보유

이 같은 제약 속에서 대안으로 부상하는 지역이 경북, 특히 구미다. 경북은 국내 최대 전력 생산지 중 하나로 원자력·화력·신재생에너지를 합쳐 연간 전력 생산량이 8만9천GWh로 전국 1위다. 전력 소비량은 9천635GWh에 그쳐 생산량이 소비량을 크게 상회하면서 전력자립도(215%) 역시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 2기의 최적지로 영덕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경북 동해안과 내륙 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여력의 전력을 구미국가산단에 공급할 경우, 수도권과 대비할 때 송전 손실과 계통 부담이 현저히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구미는 자체적으로도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국가산단 내 전력 공급 용량은 이미 대규모 전자·소재 기업을 감당해 왔다. 최근 한국서부발전이 501.4㎿ 규모의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시험가동 중이어서 GW 단위의 전력 수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용인과 달리 전력을 끌어오는 산업단지가 아니라, '전력이 이미 존재하는 산업 입지'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용수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구미는 낙동강의 풍부한 수량을 이용해 안정적인 초순수 공업용수 확보가 가능하다. 구미의 용수 공급능력은 하루 32만8천t이며, 현재 공급능력의 23%인 7만5천440t만 사용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공정에 필수적인 초순수 생산 경험도 있다. 이미 구미국가산단 입주기업인 SK실트론은 2024년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구미2공장에서 초순수 국산화 플랜트 통수식을 갖고, 양산한 바 있다.

폐수 처리량은 하루 25만t인데, 처리가능량(53만t)의 50% 정도로 여유가 있다.

부지 확보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불과 10㎞ 내에 구미국가5산단 2단계 168만 평과 장천면 일원에 조성 중인 30만 평을 제공할 수 있다.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반도체산업 입지는 더 이상 땅값이나 접근성 문제가 아니라, 전력과 용수의 절대량이 결정한다"며 "용인에 모든 팹을 집적하는 방식은 국가전력망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첨단 팹 일부와 전력·용수 부담이 큰 공정을 구미 등 TK로 분산 배치하는 것이 비용과 안정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분산전략은 국가 균형발전에도 효과가 크다. 전력 생산지 인근에 산업 입지을 배치하는 '지산지소'는 송전 비용과 갈등을 줄이는 동시에,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산업을 고도화하고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650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반시설이 부족한 수도권에 집적하기보다 전력과 용수가 실제로 존재하는 TK로의 전략적 분산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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