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반도체, 美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2호' 타고 우주 간다

국내 대표 반도체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탐사 로켓 '아르테미스 2호'에 탑재돼 우주 환경에서의 내구성 향상을 위한 데이터 확보에 나선다.
29일 우주항공청과 한국천문연구원은 아르테미스 2호에 탑재될 큐브위성인 'K-라드큐브(RadCube)'가 지상 준비를 마치고 2~4월 중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장 빠른 발사 예정일은 2월 6일이다.
아르테미스 2호 임무는 유인 달 착륙을 위한 시험 비행이다. 달 주변까지 비행경로와 절차를 실제 비행으로 점검한다. 발사체인 우주발사시스템(SLS)과 오리온 우주선으로 구성되며 달에 착륙하거나 달 궤도에 진입하지는 않고 선회하는 임무다.
K-라드큐브는 오리온 우주선에 부탑재체로 탑재돼 발사 후 5시간 7분 뒤 지구 고궤도(HEO)에서 사출된다. 지구 자기장에 붙잡힌 고에너지 입자들이 분포한 밴앨런 복사대를 가로지르는 타원 궤도를 비행한다. 밴앨런 복사대의 우주방사선 현황을 정밀 측정하고 향후 지구와 달 이동 구간에서 우주비행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K-라드큐브는 임무 궤도부터 도전적으로 설정됐다. 지구와의 거리가 가까운 근지점 고도 150~200km부터 최대 7만km까지 떨어진 지점을 24~25시간 주기로 크게 돌면서 임무를 수행한다. 초기 궤도에서 장착된 추진체를 활용해 근지점 고도를 단계적으로 정밀하게 상승시킨다는 계획이다.
심채경 천문연 행성탐사센터장은 "밴앨런 복사대는 방사선이 집중된 고에너지 영역이기 때문에 큐브위성이 보통 피하는 영역이지만 아르테미스 2호에 탑재되면서 오히려 방사선 영역을 더 잘 측정할 기회로 봤다"며 "7만km 거리에서의 지구 통신, 추락 위험을 무릅쓰는 근지점 비행 등 위험성이 크고 도전적인 궤도"라고 설명했다.
아르테미스 2호는 사람이 직접 탑승하기 때문에 K-라드큐브는 열폭주 시험, 파괴시험 등 기존 시험에 더해 까다로운 유인 탑재체 안전 기준을 통과했다. SLS 발사체의 강한 진동 환경도 견뎌야 한다. 기존 발사체의 진동이 지구 중력가속도의 10~14배 정도라면 SLS 탑재체는 20배의 진동을 버텨야 하는 규격이 요구된다.

촉박한 준비 기간도 극복해야 했다. 위성 개발을 주도한 국내 우주기업 나라스페이스의 박재필 대표는 "총 1년 1개월 사업기간 중 개발기간이 11개월로 그 안에 설계부터 제조, 발사 준비까지 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며 "저희가 가진 인공지능(AI) 설계 기술도 적용해 기간 안에 개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라드큐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만든 국산 반도체도 탑재된다. 강한 방사선 환경에서 반도체의 열화, 고장 유발 과정 데이터를 모아 우주방사선에 잘 견디는(내방사선) 반도체 연구에 활용하는 것이다. 우주산업이 커지면서 방사선에 강한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이 경쟁력으로 주목받는다.
최신규 SK하이닉스 Cell개발Device팀장은 "지금도 지상에 내려오는 우주방사선을 고려해 소자를 만들고 있다"며 "우주에 올라간 반도체가 방사선 영향으로 어떻게 기능을 잃어가는지 보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우주방사선 노출은 지상에서도 모사할 수 있지만 예측이 어려운 실제 우주 환경에서 이력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최 팀장은 "달리기 연습과 실전 마라톤 출전과의 차이"라고 비유했다.
한진우 삼성전자 상무는 "소자가 소형화·미세화되면 미량의 방사선에도 결함이 생긴다"며 "우주 방사선 노출 상황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샛 용인 위성센터와 위성 관제 운용실에서 위성 운용을 주도하며 관측된 데이터와 위성 상태는 천문연으로 전송돼 실시간으로 확인된다. 해외 지상국 4국 5개 안테나를 사용해 K-라드큐브가 수집한 위성 운영 및 과학 자료를 수신한다. 관제량은 칠레가 약 90%로 대부분이고 스페인이 8%를 차지한다. 미국 하와이와 싱가포르에서 나머지를 담당한다.
고에너지 방사선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임무 기간은 일반 저궤도 위성보다 짧은 편이다.
강 부문장은 "단기간에 소형 큐브위성 내에 고신뢰도 부품을 모두 적용하긴 어렵다"며 "방사선 띠 안쪽을 반복 운행해 2주 이상 살아남으면 관측 임무는 충분히 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주 기상을 모니터링하려면 지속적으로 태양 활동에 따른 지구 자기장과의 역학관계를 연구해야 한다"며 "최근 태양활동에 따른 입자 수준 변화가 커 데이터를 추후 자세히 분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보된 데이터는 발사 6개월 이후 전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 2호에는 독일,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의 큐브위성도 같이 동승해 발사 대기 상태다. 2월 예정된 발사가 미뤄질 경우 K-라드큐브의 궤도도 수정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2월 발사 케이스만 대비를 하는것은 아니다"라며 "3, 4월 발사 케이스에 대해서도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궤도를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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