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확률 논란’ 넥슨, ‘백기투항’에도 이용자 분노 여전한 까닭은?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넥슨코리아가 국내 게임 업계 최초로 '전액 환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기 모바일 게임 '메이플 키우기'의 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서다. 이용자들의 집단 반발에 '백기투항'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환불을 신청하면 게임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공지 탓에 환불과 계정 중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전날 '메이플 키우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게임 플레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오류를 확인했음에도 이용자에게 고지 없이 수정하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책임을 통감해 원하는 모든 이용자에게 전액 환불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환불 대상은 '메이플 키우기' 출시일인 지난해 11월6일부터 지난 28일까지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결제한 모든 상품이다.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중 운영상의 논란으로 '전액 환불' 카드를 꺼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용자들의 강도 높은 집단 반발과 지난해 시행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 등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게임산업법 개정안에는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을 미표시·허위 표시한 경우 이용자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메이플 키우기' 출시 초기인 지난해 말부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확률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유료 재화를 소모해 무작위로 재설정하는 '어빌리티' 능력치의 최대 수치가 등장하지 않고, 캐릭터의 공격 속도 수치가 실제 성능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이용자 실험 결과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영상을 통해 공유되기도 했다.
그러나 넥슨은 이용자들의 지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게임 내에서 정해진 확률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대응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2일 별다른 안내나 보상 없이 오류 해결을 위한 '잠수함 패치'를 단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넥슨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이용자들의 불신을 한층 키웠다. 앞서 넥슨은 2024년 인기 IP인 '메이플스토리'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사실을 은폐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받았다.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로는 역대 최대 과징금이었다. 앞서 2018년에는 '서든어택'에서 판매하던 확률형 아이템 관련 거짓·기만행위가 적발돼 공정위 제재를 받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강대현·김정욱 넥슨코리아 대표는 사과문을 내고 "이번 일은 유저분들의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 게임회사에서 믿음을 저버리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메이플 키우기' 담당 책임자에게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해고를 포함한 모든 징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넥슨이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에서 유저들의 신뢰를 훼손하는 경우 투입된 비용을 넘어서는 최대치의 보상안을 제공하는 원칙을 세우겠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메이플 키우기' 이용자들은 집단 반발에 나섰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최근 게임 이용자 1507명의 위임을 받아 공정거래위원회에 넥슨을 대상으로 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협회는 또 게임물관리위원회 산하 이용자피해구제센터에도 '메이플 키우기'에 대한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용자피해구제센터는 지난해 게임산업법 개정으로 신설된 게임위 산하 조직이다.
다만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넥슨의 전액 환불 조치에 공정위와 게임위 신고를 철회하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넥슨의 전례 없는 환불 조치를 강한 이용자 보호 의지로 판단했다"며 "규제와 처벌을 떠나 이번 사안이 게임 업계 이용자 권익 향상을 위한 바람직한 선례로 남는 것이 타당하다는 관점에서 대승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용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문제는 환불 방식이다. 넥슨은 공지에 '환불 완료 시점 이후에는 기존 서비스 이용 정책에 따라 게임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환불을 신청하면 그동안 육성한 캐릭터와 계정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환불과 계정 유지 중 택일을 강요받는 구조"라며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넥슨이 에이블게임즈와 공동 개발한 '메이플 키우기'는 출시 직후 양대 앱 마켓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 중이다. 출시 45일 만에 매출 1억 달러(한화 약 1400억원)를 달성했고, 2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수 300만 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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