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 “첫 영화가 ‘왕과 사는 남자’라 감사합니다”[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6. 1. 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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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매화 역을 연기한 배우 전미도. 사진 미디어랩시소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를 보러 갈 다음 달 4일 이후의 관객들은 배우 전미도의 등장을 보고 두 번 놀랄지 모른다. 하나는 전미도가 영화에 드디어 등장했다는 사실 때문에, 다른 하나는 전미도의 분량이 연극이나 뮤지컬, 드라마에서 보던 것보다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전미도는 ‘왕사남’에서 단종 이홍위(박지훈)가 영월로 유배 올 때 그를 보필하는 궁녀 매화 역을 맡았다.

전미도의 등장을 놓고 관객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그 가짓수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변함이 없는 건 전미도가 드디어 영화에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는 이른바 ‘무대 연기’라 불리는 연극과 뮤지컬을 비롯해, ‘매체 연기’라 불리는 드라마와 영화에 모두 등장하게 됐다. 굳이 플랫폼을 따진다면 이제 OTT만이 남았다.

“극 중 박지환 선배님이나 이준혁, 안재홍 등 배우들도 분량과 상관없이 참여한 분들이에요. 다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모두 다 이렇게 이야기를 좋아해서 참여하는데, 여기서도 한 꼭지를 하면 감사하겠다는 마음이었죠. 작품을 결정할 당시에 들어온 이야기들이 다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면이 있었어요. 피로감이 있었는데 분량과 상관없이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매화 역을 연기한 배우 전미도. 사진 미디어랩시소

아마 전미도가 연기한 매화는 당시 단종 이홍위의 유배길을 보필한 수많은 궁녀를 대표하는 캐릭터였을 것이다. 그는 계유정난 이후 아끼는 이들을 모조리 잃고 유배길에 오른 단종을 돌보면서도, 유배지를 관리하는 ‘보수주인’ 엄흥도(유해진)와는 티격태격하는 호흡을 보여준다. 단종의 대사에도 있듯, 그는 “친구이자 누이이자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오히려 대사가 많지 않았기에. 짧은 대사 안에서 미묘한 캐릭터의 뉘앙스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공부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일단 인물을 연구하면서, 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고요. 대신 시나리오에 없었던 여러가지 행동을 넣어봤죠. 사실 유해진 선배님이 불편하셨다면 안 됐을 장면인데, 예를 들면 흥도가 단종을 위해 차려온 밥상을 들춰보는 장면이죠. 이를 선배님이 다 맞춰주시더라고요.”

존재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 단순히 유배 온 선왕과 동네 촌장의 ‘브로맨스’가 주가 될 뻔했던 이야기는 전미도가 끼면서도 조금 더 따뜻해졌다. 특히 전미도의 고민은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도드라졌는데, 단종이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에서의 비밀을 알아채고 단종이 사약을 받는 장면부터 눈이 퉁퉁 부어 서 있었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매화 역을 연기한 배우 전미도 출연장면. 사진 ㈜쇼뱍스

“그 모습을 찾으셨었나요?(전미도는 감동하는 눈치였다) 아마 매화는 그 사실을 알고 한 숟갈도 밥을 못 뜨고, 피혜하게 있었을 것 같았어요. 초연하려고 하지만 못하는 무기력함이 있었겠죠. 제가 주름이 있거나 그렇지도 않아서 할 수 있는 게 감정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대기하는 동안 그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시작한 연기. 전미도는 오랜시간을 연극과 뮤지컬을 활보하며 활약했다. 그러다 2020년 신원호 감독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합류한 것이 큰 전기였다. 매체 연기를 시작한 그는 지난해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포함해, ‘서른, 아홉’ ‘커넥션’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번에는 영화의 진미도 맛봤다.

“사극의 톤이 좀 연극적이잖아요. 그래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영화촬영의 환경이 쉽진 않았지만, 함께 모여서 며칠을 촬영한다는 게 연극을 올릴 때와 비슷해 보이더라고요. 가족적이고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요. 장항준 감독님 때문에 현장이 많이 좋아졌어요. 굳이 같은 소속사(미디어랩시소)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첫 영화로 복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입니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매화 역을 연기한 배우 전미도 출연장면. 사진 ㈜쇼박스

‘슬기로운 의사생활’ 조정석만큼이 자신과 호흡이 잘 맞던 유해진 그리고 가수인 줄은 몰랐지만 ‘약한영웅’은 봤던 박지훈과의 호흡도 새삼스러웠다. 어느 정도 에너지를 쓰는지도 모르다가, 매번 카메라에 담긴 모습을 보며 숙제를 안았던 영화 현장의 분위기도 좋았다. 이 모든 경험을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베르테르’와 ‘어쩌면 해피엔딩’ 두 작품 사이에 ‘왕사남’을 끼웠고, 피곤했지만 얻은 것이 많은 한 해를 보냈다.

“만약 영화 앞뒤에 처음 해본 공연을 했다면 힘들었겠죠. 하지만 다 해봤던 작품이라 좋았습니다. 게다가 ‘어쩌면 해피엔딩’은 토니상도 받았잖아요. 정말 워크숍부터 재미있게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10년 만에 결실을 맺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예술이 다양하게 인정받고 빛을 발해 너무 좋았습니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매화 역을 연기한 배우 전미도. 사진 미디어랩시소

전미도는 연기에 있어서는 잘한다는 소리도 듣지만, 자신의 연기에 겁이 많은 편이다. 결국 자신이 꿈꾸는 60대 이후의 연기를 보기 위해 한 발 한 발 쌓아가는 과정이다. ‘왕사남’은 그의 본격 영화 데뷔작으로 남을 것이다. 그는 작았지만, 매화를 했기에 영화 데뷔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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