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에서 쫓겨난 ‘야인’ 한동훈…제명 이후 그의 정치적 선택지는?
②신당 창당 혹은 이준석과 연대? 정성국 “신당 만들 가능성도 없어”
③불출마 후 권토중래 모색? “내란 심판 정국에서 대안으로서 기회”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결국 당에서 '제명'됐다. 그를 둘러싼 당원게시판 논란을 고리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월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 제명 안을 의결하며 숙청의 칼을 내리쳤다. 한 전 대표 입장에선 '가처분 인용'이라는 법의 구제 없이는 앞으로 5년간 '보수 1당 후보' 타이틀을 달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향후 한 전 대표에게 남은 정치적 선택지는 어떤 것들이 놓여있을까.
정치권에선 ①한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6월 지방·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경우(홍준표 모델) ②'10만 팬덤'을 보유한 한 전 대표가 독자적인 신당 창당에 나서거나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손을 잡는 경우(이준석 모델) ③불출마 후 무소속 상태에서 레지스탕스(저항군)를 꾸리고 국민의힘 중도 인사들을 포섭해 장동혁 지도부가 무너지는 이후를 기회로 엿보는 시나리오 등이 언급된다. 어떤 경우든 '야인'이 된 한 전 대표 앞에는 가시밭길이 기다릴 전망이다.
돌아온 장동혁, 곧바로 '韓 제명' 의결…다시 커지는 내홍
장동혁 대표는 단식 후유증을 회복한 후 당무에 복귀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최고위를 통해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확정했다. 명분은 한 전 대표가 당원게시판에 자신과 가족 이름으로 익명의 비방글을 올려 여론을 조작하고, 당 당무감사위원회와 윤리위원회에 소명을 거부했다는 이유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2023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정치에 입문한 지 2년 만에 당적을 박탈당하게 됐다.
이번 제명 안을 놓고 지도부 내부도 신경전이 펼쳐졌다. 친한(親한동훈)계 우재준 최고위원은 "당이 지금 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데 탄핵을 찬성한 사람을 쫓아내면 국민들 시야에서는 어떻게 보이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당권파 인사들은 "모든 관심이 한동훈에게 맞춰져 있는데, 개인이 아니라 사건에 집중해야하는 거 아니냐(김민수 최고위원)" "많이 힘들고 아프지만 당 미래를 위해 우리의 악성 부채들을 정리해야 한다(조광한 최고위원)"고 맞받아쳤다.
이에 당장 당내 친한계 인사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박정훈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전 대표 징계에 대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자해극을 벌이고 있는 정당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해당행위"라며 "(오히려) 장동혁 지도부를 다 제명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대표 지지층 역시 지난 24일에 이어 오는 31일 국회 앞에서 추가 제명 반대 집회를 열고 당 지도부를 향해 성토할 계획이다.
한 전 대표도 마냥 로우키 행보만 이어갈 가능성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는 28일 영화 《잊혀진 대통령-김영삼의 개혁 시대》를 관람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당한 제명을 당하면서도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 말씀처럼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국민을 믿고 계속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앞서서도 그는 본인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일련의 징계 조짐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불법 계엄이 진행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 같은 한 전 대표의 결기와 반대로 그의 앞에 놓인 '야인으로서 길'은 가시밭길일 전망이다. 일단 현재로선 한 전 대표가 당의 결정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전날 시사저널TV 《정품쇼》에 출연해 "한 전 대표 본인이 최종 결정을 하겠지만 아마 할 수 있는 것들은 할 것"이라며 "가처분이든 뭐든 윤리위의 잘못된 행위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기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더 많다"고 전했다.

韓의 다음 스텝 놓고, 친한계 내부도 '의견 분분'
만약 가처분 인용이 불발된다면 다음 스텝으로 한 전 대표가 '10만 팬덤'과 함께 신당 깃발을 치켜들거나 이준석 대표가 있는 개혁신당으로 보금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이준석 대표 역시 국민의힘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선례가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안과 미래' 소속 소장파나 친한계 일부 인사들도 이 대표나 개혁신당 인사들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이 경우는 지방선거까지 남은 물리적 기간과 친한계 현역 의원들의 동반 탈당 손익계산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높진 않다. 이미 친한계 정성국 의원도 "(한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의원들은 당을 지키고 있어야 된다. 한 전 대표가 다시 돌아올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자당 최고위 직후 "국민의힘 소장파 분들이 물어보고 이런 것들이 많긴 하지만 선거 연대 방향으로 가는 움직임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6월 지방·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앞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21대 총선 과정에서 탈당한 뒤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 후보로 당선돼 1년3개월 만에 복당한 전적이 있다. 한 전 대표 역시 튼튼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양당 후보와의 경쟁에서 해볼 만하다는 기대도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한 전 대표 측에서 주요 광역자치단체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친한계 내부에선 해당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내부 이견 차가 있다는 전언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얘기"라며 "장동혁 지도부가 제명을 밀어붙이는 것 자체가 잘못된 폭거인데,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도망하고 잘못한 사람은 회피하고 남는 게 과연 정치인가"라고 반문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한 전 대표가 아예 불출마 선언 후 야인 상태에서 언론을 통해 존재감을 이어가는 한편, 당 밖 중원에서 저항군을 꾸리고 지방선거 이후 장동혁 지도부의 거취를 엿보는 그림도 거론된다. 정성국 의원도 "한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영향력과 지지층이 확고하고 언론 관심도 높아 개인으로 충분히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 사법부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로 인정한 만큼, 대표적 찬탄(탄핵 찬성)파인 한 전 대표의 보수 진영 내 입지에 숨통이 트였다는 해석도 있다. 다음 달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비롯한 각종 내란 관련 재판이 기다리는 만큼 한 전 대표가 '중도보수' 대안이자 '내란 극복' 가능 세력으로서 자신의 소구력을 입증할 기회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장동혁 지도부로는 당 선거 승리나 그 이후 보수 재건 가능성이 어렵다"며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의 정치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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