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얼음 위의 진풍경' 화천의 겨울
(화천=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 엎드리고, 무릎 꿇고, 고개 숙이고, 주저앉고, 멍때리고… 시선은 얼음 위에, 구멍 안에, 미끼 위에, 허공에, 하늘에, 연인의 눈동자 위에 꽂힌다.
천태만상.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진지하다. CNN이 '겨울철 7대 불가사의'라고 소개한 강원 화천 산천어 축제 현장이다.
![하늘에서 본 산천어축제 행사장 [사진/임헌정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9/yonhap/20260129113326432vlkh.jpg)
얼음과 강태공들, 그 진풍경
때마침 잿빛 하늘에서 눈송이가 쏟아졌다.
축구장 40여개 크기의 거대한 얼음판은 눈과 얼음이 뒤섞인 회백색 캔버스 위에 낚시하고 썰매 타는 군상(群像)이 빽빽한 점들로 이어진 점묘화처럼 보인다.
수은주가 영하 15도까지 떨어졌다. 만물이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이름만 들어도 추위가 느껴질 것 같은 강원도 화천군 화천천에는 남녀노소,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빙판 위에 모여 있다.
두꺼운 얼음판 위로 1만개가 넘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모두 그 구멍 속에서 산천어가 미끼를 물기만을 기다린다. 진풍경이다.
![빙판 위로 수없이 뚫린 작은 구멍들 [사진/임헌정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9/yonhap/20260129113326654psmj.jpg)
내국인과 외국인 구역(Zone)에 차례로 들어가 물어봤다.
"몇 마리나 낚으셨나요?", "아직…", "시작한 지 얼마나 되셨나요", "2시간 가까이 됐어요"
춘천에서 온 이 40대 남성 직장인은 물고기를 낚는 걸까, 시간을 낚는 걸까.
대만에서 온 52세 여성 리구이펑 씨는 1시간 동안 두 마리의 산천어를 잡고는 활짝 웃었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대만에서 이미 유명하다고 했다.
강태공들은 낚시에서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고 말한다.
하지만 축제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낚시로부터 인생을 배운다거나 의미를 논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다르다. 제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와서, 다른 이유로 즐겁고, 다른 결과와 교훈을 얻고 돌아간다.
잡은 산천어를 지정된 곳으로 가져가면 즉석에서 회나 구이로 요리해주니, 먹는 일만으로도 즐거울 수밖에 없다.
![구멍 속 산천어 찾는 시민들 [사진/임헌정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9/yonhap/20260129113326924ppgz.jpg)
산천어 맨손 잡기 이벤트는 구경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반소매에 반바지 차림으로 물에 뛰어들어 팔짝팔짝 뛰는 큼지막한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고 환호하는 사람들의 얼굴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스쳐 간다.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첨벙이며 소리치는 사람들은 이미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썰매장에서 열심히 얼음을 지치는 아이들은 유튜브와 게임기가 없던 시절, 시골 마을 앞세대의 어린 시절 겨울 놀이를 접하곤 신기해한다.
![직접 잡은 산천어를 들어 보이는 시민 [사진/임헌정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9/yonhap/20260129113327189ghrz.jpg)
인구 2만3천명의 화천군이 이런 글로벌 축제를 성공적으로 열고 있는 건 기적에 가깝다.
20여일간 이어지는 축제 기간에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매년 10만명이 넘는다.
2011년 CNN이 소개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지금은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산천어축제 운영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얼음을 얼리는 일부터 매우 기술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며, 수만 명이 동시에 얼음 위에 오르내리는 만큼 얼음의 두께와 빙질 등에 대한 완벽한 안전성 확보가 절대적이다.
![강태공이 낚은 산천어 [사진/임헌정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9/yonhap/20260129113327413lhqm.jpg)
화천은 온통 축제장
축제 기간 화천 서화산 다목적 실내 광장에는 세계적 빙등축제가 열리는 중국 하얼빈이 부럽지 않은 실내 얼음조각 전시장도 있다.
이곳은 모든 게 얼음이다. 대형 태극기를 시작으로 얼음 궁전, 러시아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 신데렐라, 얼음으로 만든 술집과 호텔 방도 있고, 경주 황룡사지도 얼음으로 재현해 놓았다.
전시장엔 얼음 미끄럼틀도 있다. 아이들에겐 천국 같은 곳이다.
산천어축제와 자매결연한 하얼빈 빙등축제 조각 기술자 30여명이 1개월간 땀을 쏟았다고 한다.
![얼음 미끄럼틀 [사진/임헌정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9/yonhap/20260129113327666maki.jpg)
해가 저물면 선등거리로 나가봐야 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산천어 형상의 등과 LED 조명이 뒤덮은 거리. 휘황찬란한 오색 불빛은 지나가는 모든 이가 잠시 고개를 들고 멍하니 불빛을 바라보게 만든다.
극상의 화려함을 보며 사람들은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을 할까.
밤에도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화천은 지금 온통 축제장이다.
![화천 읍내 선등거리 [사진/임헌정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9/yonhap/20260129113327957hwow.jpg)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파로호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섰다. 잠시 긴 숨을 허공으로 내어본다. 물도 구름도 바람도 그리고 시간도 잠시 멈추어 선다.
파로호는 화천군과 양구군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다. 1944년 화천댐이 건설되면서 생겨났다.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 호수 근방에서 중공군을 물리친 것을 기리면서 '오랑캐를 격파했다'는 뜻으로 이름 붙여졌다.
저 멀리 화천댐도 보인다. 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이고, 전쟁 전에는 북한 땅이었다. 산과 물은 말이 없지만 격동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냈다.
산세는 물결치듯 가파르고 눈 쌓인 계곡과 겨울 숲은 한 몸처럼 엉겨있다.
![파로호 [사진/임헌정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9/yonhap/20260129113328197qaqn.jpg)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고 하지만, 댐이 만든 물은 산을 건넜고 산과 마을은 물에 잠겼다.
그렇다고 해도 화천의 높고 거친 산줄기는 결국 파로호도 넘지 못했다.
큰 물을 둘러싼 큰 산들은 어디서 봐도 장관이다. 산천어축제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할 장소다.
자연과 인공의 구별이 쉽지 않은 시대, 화천의 겨울엔 인공빙벽도 있다.
2005년 설치된 딴산유원지의 인공폭포는 겨울이 되면 빙벽이 된다. 얼어붙은 거대한 폭포는 화천의 명소가 됐다.
안전 문제로 현재는 빙벽 등반이 금지돼 있지만 빙벽 자체가 볼거리다.
얼음벽은 바위같이 단단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물이 되어 흘러내릴 것이다. 자연은 그 어떤 불변도 용납하지 않는다.
![딴산유원지 인공빙벽 [사진/임헌정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9/yonhap/20260129113328429luwi.jpg)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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