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도 반할걸? 게임을 거리로 불러낸 서울관광재단 [여밤시]

양형모 기자 2026. 1. 29. 10:5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종각 치지직 롤파크 아레나 관중석 사진제공 | 서울관광재단
게임은 늘 방 안에 있었다.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를 붙잡고, 헤드폰 너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모든 것은 함께이면서도 혼자였다. 그런데 변화가 일어났다. 게임이 거리로 나왔다. 종각 한복판, 박물관 전시실, 홍대와 강남의 PC방까지. 게임은 더 이상 혼자 방에서 즐기는 취미가 아니라, 함께 보고 걷고 체험하는 도시의 풍경이 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중심으로 성장한 e스포츠는 스포츠이자 문화 콘텐츠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해외 팬들까지 서울로 불러들이고 있다.

e스포츠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도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살아있는 전설, 페이커 이상혁이 e스포츠 선수 최초로 체육훈장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수훈한 것이다. 월드 챔피언십 사상 최초 3년 연속 우승, 개인 통산 6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통해 대한민국 e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연아, 손흥민에 이어 e스포츠 선수 최초로 받은 청룡장은 게임이 국가 위상을 높이는 소프트파워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서울관광재단이 서울 도심에서 즐기는 새로운 콘텐츠형 관광자원으로 떠오른 게임 명소들을 추천했다.

종각 롤파크 벽면에 그려진 페이커
종각 치지직 롤파크 입구
종각 치지직 롤파크는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e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전용 경기장이다. 경기 날이면 관람석은 팬들의 응원으로 메아리친다. 대형 스크린, 음향, 조명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마주하는 선수들의 플레이는 화면으로 보던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관중의 뜨거운 환호와 탄식을 보고 있으면 e스포츠가 완벽한 스포츠 관람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해외에서 찾아온 팬들의 모습도 자연스럽다.

경기장 밖의 풍경도 흥미롭다. 통로에는 주요 선수들의 모습, 우승 트로피와 MVP 반지가 전시돼 있다. 경기 후에는 팬 미팅이 열리기도 하고, 비시즌에는 다양한 전시가 공간을 채운다. 굿즈숍과 PC방, 휴식 공간까지 이어지며 롤파크는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한 문화 공간이 됐다. CGV와 협업한 간식 메뉴는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넷마블게임박물관 아서스 조형물
넷마블게임박물관 아케이드 게임 체험실
구로의 넷마블게임박물관은 또 다른 방향에서 게임을 풀어낸 곳이다. 이곳은 이전 세대의 추억이자 문화였던 게임을 기록한 공간이다. 1950년대 초기 컴퓨터에서 시작해 아케이드 게임, 온라인 게임과 e스포츠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게임이 어떻게 문화 산업으로 성장해 왔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1978년 국내에 처음 들어온 아케이드 게임기와 1980년대 오락실의 풍경은 많은 관람객의 기억을 불러낸다.

입구에서 마주하는 아서스 대형 조각상은 게임 속 세계로 들어가는 문처럼 느껴진다. 기획, 그래픽, 사운드 등 게임 제작 과정과 직무를 소개하는 전시, 캐릭터를 직접 꾸미고 조작하는 체험 공간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발길을 붙잡는다. 8비트 사운드부터 현대 게임 음악까지 이어지는 사운드트랙 코너, 고전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컬렉션도 인기다.

T1 베이스캠프 페이커 픽 불닭게티
젠지GGX에 전시한 트로피와 유니폼
프로게임단이 운영하는 PC방은 또 다른 놀이터다. 젠지GGX, T1 베이스캠프 홍대점, 레드포스PC아레나 신논현점은 PC방을 넘어 e스포츠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며졌다. 트로피와 유니폼, 굿즈숍, 뷰잉 파티존이 방문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선수 이름을 활용한 메뉴와 셰프가 직접 만드는 식사는 또 어떠한가. 이곳에서는 게임을 하지 않아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e스포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모니터를 끄면 끝나버렸던 게임이 이제 거리까지 따라 나왔다. 종각에서 환호를 듣고, 구로에서 추억을 꺼내고, 홍대와 강남에서 다시 키보드를 잡는다. 서울의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게임 속 장면 하나쯤은 품게 된다. 서울에서 게임은,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