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美 토큰화 국채 1위...기관자금 빠르게 유입
서클 'USYC', 블랙록 'BUIDL'보다 실용적...넓은 투자자층 확보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미국의 토큰화 국채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서클의 'USYC'가 시가총액 16억9000만달러(약 2조3660억원)를 기록하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BUIDL'(16억8400만 달러(약 2조3576억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토큰화 국채는 국채 또는 국채를 보유한 펀드 등을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으로 발행·거래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실물(Real World Asset, RWA)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만들어 유동성을 높이고 거래를 자동화·통합 처리하려는 흐름이 핵심이다.
RWA.xyz 자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두 상품 간 격차는 약 614만달러(약 86억원)에 불과하지만 최근 30일간 자금 흐름은 확연히 달랐다.
승부를 가른 것은 담보 인프라 통합 시점과 상품 설계의 차이였다. USYC는 지난해 7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파생상품 담보로 먼저 채택되며 기관자금을 빠르게 끌어모았다. 반면 BUIDL은 4개월 늦은 11월에야 담보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초기 경쟁에서 뒤처졌다.
업계는 이번 역전을 "브랜드보다 실용성이 이긴 사례"로 보고 있다. 토큰화 금융 시장에서는 얼마나 편리하게 담보로 쓸 수 있는지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는지가 시장 점유율을 좌우하는 핵심이 됐다는 평가다.
BUIDL과 USYC는 블록체인 기술로 미국 국채를 디지털 토큰화한 상품이다.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으면서도 블록체인의 24시간 거래와 즉시 결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파생상품 거래 시 담보로 활용할 수 있어 기관 투자자들의 자본 효율성을 크게 높여준다. 며칠 걸리던 국채 거래가 몇 분 안에 완료되고 필요할 때 스테이블코인으로 즉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장점이다.
◆ 30일간 명암 극명… USYC 11%↑, BUIDL 3%↓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지난 2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0일 기준 USYC 시총은 약 11% 증가한 반면 BUIDL은 약 3% 감소했다.
최윤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상품 간 자금 유입 흐름이 뚜렷하게 갈렸다"며 "이는 담보로 쓰기 편한 구조인지 투자자가 접근하기 쉬운지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역전의 가장 큰 이유는 담보로 쓸 수 있게 된 시점의 차이다. USYC는 파생상품과 증권 중개 시스템에 먼저 편입됐지만 BUIDL은 나중에야 담보 자산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서클은 지난해 7월 24일 바이낸스와의 협업을 통해 기관 고객이 USYC를 장외거래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USYC는 바이낸스 뱅킹 트라이파티 또는 기관 수탁 파트너 Ceffu를 통해 보관되며 필요할 때 USDC로 거의 즉시 환전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
카시 라자기 서클 최고 비즈니스 책임자는 당시 "USYC를 바이낸스에 연결한 것은 기관 투자자의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며 "USDC로 거의 즉시 환전할 수 있어 디지털 시장의 담보로 쓰기에 최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블랙록의 BUIDL은 USYC보다 약 4개월 늦은 작년 11월 14일에야 바이낸스의 담보 자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초기 담보 시장 선점 경쟁에서 불리한 출발을 한 셈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담보로 쓸 수 있게 된 시점이 시장 점유율 확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 축적형 vs 배당형, 구조 차이… 담보 시스템 연동성 '승부처'
두 상품이 수익을 나눠주는 방식의 차이도 경쟁력 격차를 벌렸다. USYC는 토큰 개수는 그대로 두고 이자 수익을 토큰 가치 상승으로 반영하는 '축적형' 구조를 택했다. 이는 마치 적금처럼 원금에 이자가 계속 쌓여 전체 가치가 불어나는 방식이다. 반면 BUIDL은 토큰 가치를 1달러(약 1400원)로 고정하고 이자를 별도의 새 BUIDL 토큰으로 매달 지급하는 '배당형' 구조다. 주식 배당처럼 정기적으로 수익을 따로 받는 방식인 셈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축적형은 담보 가치와 마진 계산이 단순해서 자동화된 담보 시스템과 연결하기 쉽다"며 "배당형은 배당 처리, 재투자, 세금 계산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해 같은 담보 시스템에 연결할 때 상대적으로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크립토슬레이트도 "축적형 모델은 토큰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동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별도로 배당을 처리할 필요 없이 담보 가치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어 운영 효율성이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투자 전문 매체 아인베스트는 "서클의 USYC가 블랙록의 BUIDL을 앞선 이유는 마케팅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아니라 우수한 상품 설계와 시장 적합성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 최소 투자금 50배 차이… '72억 vs 1.4억' 문턱이 판세 바꿨다
투자자가 접근하기 쉬운지도 두 상품의 큰 차이점이다. BUIDL은 미국의 적격 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고 최소 투자금이 500만달러(약 70억원)나 된다. 가상자산 전문 펀드 다수가 투자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미국 적격 투자자 자격은 개인의 경우 500만달러(약 70억원) 이상의 투자 가능 자산을 보유해야 하고 기업의 경우 2500만달러(약 350억원) 이상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이는 대부분의 가상자산 네이티브 펀드, 자기매매 데스크, 소규모 기관 투자자를 배제하는 조건이다.
반면 USYC는 미국 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최소 투자금을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해외 기관, 패밀리오피스, 중소형 트레이딩 회사까지 폭넓게 투자할 수 있다. 투자 문턱이 50배나 낮은 셈이다.
USYC의 구조는 미국 규제 범위 밖에서 운영되지만 달러 표시 수익률 담보가 필요한 해외 기관, 패밀리오피스, 트레이딩 회사들에게 훨씬 넓은 접근성을 제공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온체인 담보 수요가 미국 외 기관과 중소형 투자자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USYC가 훨씬 더 넓은 투자자층을 확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1년 반 만에 10배 폭증…100억달러 돌파
미국의 토큰화 국채 시장 전체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RWA.xyz에 따르면 미국 전체 시장 규모는 100억8000만달러(약 14조1120억원)를 넘어섰다. USYC와 BUIDL을 합치면 전체 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 2024년 초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미만에서 2026년 1월 현재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돌파하며 약 1년 반 만에 10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개념 증명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 인프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그 뒤를 온도파이낸스의 USDY, 프랭클린템플턴의 BENJI, 위즈덤트리의 WTGXX 등이 잇고 있다.
국제증권감독기구는 최근 가이드라인에서 "토큰화 머니마켓펀드가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과 가상자산 거래의 담보로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바로 USYC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이다.
JPMorgan은 토큰화 머니마켓펀드를 "스테이블코인 다음 단계"로 규정하며 이동성과 담보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진화라고 분석했다. 스테이블코인 수익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토큰화 국채는 가상자산 레일을 벗어나지 않고도 무위험 온체인 수익률을 제공한다.
크립토슬레이트는 "USYC가 BUIDL을 제친 것은 서클이 블랙록보다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쓰기 때문이 아니다"며 "유통, 구조적 설계, 접근 제약이 기관들이 실제로 온체인 담보를 사용하는 방식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토큰화 국채가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약 3100억달러(약 434조원))의 3~4%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12개월 내 이 비율이 두 배로 늘어날 경우 시장 규모가 200억~250억달러(약 28조~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담보 시스템 통합이 가속화되고 더 많은 거래소가 바이낸스와 유사한 담보 레일을 구축할 경우 시장은 400억~600억달러(약 56조~84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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