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음식 등 잘못 사용하는 방송 용어 [권대영의 한식 인문학]

음식이나 식품은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 중 음식에 대하여 한마디씩 다 할 수 있다. 또 음식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만큼 동시에 잘못된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위험성도 높다. 오늘은 식품과학자가 볼 때 우리나라 음식과 식품 시장에서 흔히 잘못 쓰이고 있는 용어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요즈음 건강에 대하여 사람들이 관심이 많아서 이를 이용하여 음식·식품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식품에 대하여 과학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잘못된 말들도 걸러지지 않고 쓰인다. 이렇게 정확히 모르고 쓰는 말들이 식품광고나 방송용어에 많이 등장하고 있고 방송 PD들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다 보니 잘못된 용어들이 그대로 전파를 타는 경우가 많다.
그중 가장 잘못된 말이 ‘효소’이다. 예를 들어 매실과 같은 열매들을 설탕과 같은 당성분을 듬북 넣어 오랫동안 담갔다가 나온 제품을 ‘효소’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방송을 탄다. 과학적으로 분명히 효소라고 말할 수 없으며, 굳이 바르게 말을 붙인다면 ‘매실청’ 또는 ‘매실설탕절임’이라는 말이 오히려 맞다. 그런데도 설탕이나 장에 오랫동안 묵히거나 일부에서는 숙성이 일어난 제품을 ‘효소’라고 불려 판매된다.
효소는 동물이나 식물에 또는 미생물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면 이 단백질이 생기어 어떤 화학물질이 다른 물질로 바꾸어지는 데 주된 역할을 한다. 효소가 없으면 이러한 반응이 거의 일어날 수 없는 데, 효소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반응이 일어나 새로운 물질 또는 대사물질이 생긴다. 이러한 반응을 크게 ‘화학반응’이라고 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효소반응’이라고 한다. 특히 동식물만큼 다양한 효소를 갖고 있는 미생물은 운동성이 동물이나 식물에 비하여 훨씬 뛰어나 어디든지 아무데나 쉽게 들어가서 필요한 효소를 바로 내면 효소반응을 쉽게 바로 할 수 있다. 특히 물과 같은 물질이 매개가 되면 효소가 더욱 활발하게 활동한다. 미생물은 하나의 생명체이고 효소는 이 생명체가 필요에 따라 내는 단백질이다.
매실과 같은 열매를 설탕에 절여두면 매실에 있는 자체 효소에 의하여 원래 매실에 있는 물질이 맛있거나 건강에 좋은 물질이 나오는 효소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아니면 매실을 담아둔 그릇 안에 여러 가지 미생물이 살 수가 있어서 그 미생물에서 나온 효소에 의하여 좋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그러한 제품을 ‘효소’라고 말하면 안 된다.
그러면 왜 매실을 담글 때 몸에 좋지 않은 설탕을 조금만 넣고 담지 않고 설탕을 듬북 넣고 담글까? 여기에는 수분활성도(water activity)라는 과학이 담겨 있다. 미생물이 단지 물이 많다고 잘 자라는 것이 아니라, 활동할 수 있는 물이 많을 때 미생물이 잘 자란다. 같은 물의 양이라도 활동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많아야 미생물이 잘 자란다. 만일 설탕을 조금 넣고 매실을 담그면 활동할 수 있는 물의 양이 그대로 있어서 여러 미생물이 쉽게 잘 자라 매실을 잡아먹을 수 있는 온갖 효소를 내어 썩어가게 한다. 그러나 설탕을 많이 넣으면 이 설탕들이 물을 붙잡아 매어 활동할 수 없게 함으로 수분활성도가 낮아 미생물이 거의 못 자라게 되어 부패 효소도 못 내게 되어 매실이 오래가게 된다, 그러니 오랫동안 바깥에 두어도 잘 썩지 않는다.
이 원리는 장을 담글 때도 쓰이는 소금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른 봄에 물에 다량(적당량)의 소금을 넣고 메주를 넣으면 부패되지 않고 (맛있는) 장을 담글 수 있다. 이때 너무 적은 소금을 넣으며 물이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여러 균이 자라 맛있는 장이 담가지지 않고 부패된 맛이 난다. 그러나 일정량의 소금을 넣으면 소금이 물을 붙들어 매어 활동을 적절하게 못하게 하면 미생물이 쉽게 자라지 못해 썩지도 못하게 한다. 짜기 때문에 보통의 효소 작용이나 화학작용도 일어나지 않지만 일부 미생물만 자라고 그 미생물이 내는 일부 효소에 의해 숙성되어 맛있는 장이 된다. 반면에 소금을 많이 넣어 너무 짜지면 효소 자체가 힘을 일어 아무 일도 하지 못해 숙성도 발효도 일어나지 않아 맛이 없는 장이 된다.
이러한 것을 보면 ‘발효’와 ‘부패’는 종이 한 장 차이임을 느낄 것이다. 매실청이나 장담그기를 보면 적당한 설탕량이나 소금량이 매우 중요하다. 어떠한 조건에서 인간에게 나쁜 일을 하는 효소가 많이 만들어지면 썩게 되어 ‘부패’라고 하고, 좋은 일을 하는 효소가 주로 만들어지면 ‘잘 익었다’고 하거나 ‘잘 삭혔다’고 해서 ‘발효’라고 한다. 즉 발효와 부패는 미생물의 관점에서는 아무 차이가 없는 똑 같은 작용이지만 인간적인 관점에서 먹고 배탈이 나면 ‘부패’라고 하고, 먹고 ‘맛있다’하면 ‘발효’가 된다. 이 동전 양면과 같은 대척점에서 적당한 양이라는 최적점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나라 음식 발달의 역사이다.
발효는 미생물이 내는 효소가 화학작용을 잘하게 하여 우리에게 이로운 물질을 내거나 맛있게 하는 행위를 말하며, 효소는 물질로 미생물이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내어 화학작용을 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미생물 또는 동식물은 이러한 효소를 항상 갖고 있거나 필요에 따라 몸 안 또는 몸 밖에 낸다. 지금도 많은 광고에서 효소라고 잘못 말하고 있는데 당장 고쳐야 한다. 비과학으로 어떻게 소비자를 이해시킬 수 있겠는가.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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