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만년 전 화석에서 현생인류 ‘진화의 뿌리’ 찾았다
북아프리카에서 77만년 전 화석 발견
스페인 호모 안테세소르와 같은 시기
마지막 공통조상서 분리한 초기인 듯

화석 증거에 따르면 30만년 전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출현했을 당시 지구상에는 현생 인류와 가장 가까운 두 종의 호미닌(사람족)이 생존해 있었다. 하나는 네안데르탈인, 다른 하나는 데니소바인이다.
네안데르탈인은 40만년 전에 출현해 유럽과 중동, 중앙아시아 일대에 분포해 살았다. 데니소바인은 현생인류와 비슷한 시기에 출현해 주로 시베리아, 티베트 고원, 동남아시아를 주된 근거지로 삼았다. 두 인류 종은 각각 4만년 전, 3만~5만년 전 멸종하고 오늘날 남은 호미닌은 현생 인류만 유일하다.
그렇다면 세 인류의 공통조상은 언제 어디에서 살았을까? 과학자들은 그동안 세 호미닌의 공통 조상을 찾기 위해 중기 플라이스토세(77만4천년~12만9천년 전) 화석 기록에 주목했다. 그러나 그동안 100만~60만년 사이의 아프리카 고인류 화석은 빈칸으로 남아 있었다. 과학자들이 마침내 현생 인류의 마지막 공통조상 단서를 잡을 수 있는 화석을 찾았다.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북아프리카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토마스 채석장에 있는 호미니드동굴 유적지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세 인류의 공통조상에서 분리된 현생 인류 계통의 초기 직계 조상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유적지에선 초기 인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가 만든 130만년 전의 석기도 발견된 바 있다.
연구진은 우선 자기층서학 기록 등의 방법으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이 화석의 주인공들이 살았던 시기는 77만3천년 전이라는 걸 알아냈다. 마침 지구 자기장이 바뀌던 시기와 겹치는 때여서 지층에 남아 있는 그 흔적을 통해 정확한 연대 측정이 가능했다. 연구진은 “호미니드동굴은 해안 지형에 형성된 독특한 동굴로, 해수면 상승과 함께 동굴이 퇴적물로 채워지면서 화석이 훼손되지 않은 채 잘 보존돼 있었다”고 밝혔다.

최초의 호모 사피엔스 유적과 200km 거리
이에 따르면 일부 특징은 더 오래 전 고인류인 호모 에렉투스와 비슷했다. 예컨대 어금니는 입 뒤쪽으로 갈수록 가늘었고, 척추뼈 아랫면은 안쪽으로 휘어져 있었다. 반면 사랑니 모양과 크기는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했다. 연구진은 이런 혼합적 특징은 이 화석이 현생 인류로 이어지는 계통의 뿌리 근처에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고유전학 증거를 토대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마지막 공통 조상(LCA)은 76만5천년~55만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공통조상 중 아프리카에 남은 집단은 31만5천년 전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 이는 1961년 모로코의 제벨 이르후드라는 유적지에서 발견된 두개골을 2017년 다시 분석한 결과 확인한 사실이다. 이 두개골은 오늘날의 인간과 크기와 생김새가 비슷했다. 눈썹은 도드라지고, 턱은 작았으며, 얼굴은 납작하고 넓었다. 다만 오늘날 인간의 특징인 둥근 모양이 아니라 길고 납작한 형태였다.

유럽 화석들은 네안데르탈인과 가까워
고인류학계에서 처음에 현생인류의 마지막 공통조상으로 제시된 모델은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살았던 중기 플라이스토세 시기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였다. 그러나 화석을 분석한 결과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의 얼굴과 턱, 치아 모양은 마지막 공통조상 모델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신 마지막 공통조상이 살았던 시기는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보다 더 오래 전인 초기 플라이스토세 말기, 즉 90만~77만년 전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증거들이 여럿 나왔다. 특히 스페인 그란돌리나유적에서 발견된 초기 플라이스토세 후기(260만~77만4천년 전)의 호미닌 화석들을 분자시계로 분석한 결과 80만년 전 화석인 호모 안테세소르가 새로운 마지막 공통조상 후보로 떠올랐다. 분자시계란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정한 속도로 진행된다는 걸 이용해, 두 종이 언제 갈라졌는지 시간을 역추산하는 기법이다.
호모 사피엔스 계통과 네안데르탈인-데니소바인 계통이 언제 갈라졌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는 치아의 형태다. 치아는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법랑질 덕분에 유전자가 가장 잘 보존되는 화석이다.
그러나 호모 안테세소르를 포함해 유럽에서 나온 기존 화석들은 호모 사피엔스보다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계통에 더 가까웠다.

사하라사막, 장벽 아닌 생태 통로로 기능
연구진은 오랜 기간 북아프리카와 남유럽 호미닌 간에 왕래가 있었으나 77만년 전 무렵에는 두 지역의 호미닌 집단이 명확하게 분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이번 발견은 사하라사막이 과거 기후 변동에 따라 주기적으로 생태학적 통로로 변모하던 시기에 아프리카 북서부가 인류 진화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시기의 사하라사막은 지금과 같은 영구적인 생물지리학적 장벽이 아니라 아프리카 북서부와 동부 및 남부 사바나 지역을 오가는 통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번 연구 결과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위니펙대의 미르야나 록산디치 박사(고인류학)는 “다소 과장된 주장인 것같다”며 “연구에서 언급한 유사점과 차이점은 이 시기의 대뇌 인류 전체에 걸쳐 존재하는 변이일 뿐, 그들을 구별하는 특징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 논문 정보
Early hominins from Morocco basal to the Homo sapiens lineage. Nature (2026).
https://doi.org/10.1038/s41586-025-09914-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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