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7조 쏟은 '거품 섬' "두바이 따라하다 쫄딱" [여의도 Pick!]

백승기 기자 2026. 1. 2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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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중국해 해안에 떠 있는 거대한 인공 군도 ‘하이화다오’(오션플라워아일랜드). 이곳은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두바이의 ‘팜 주메이라’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곳은 빚으로 쌓아 올린 중국의 경제적 거품을 상징하는 120억 달러(17조 5908억 원)짜리 거대한 구조물이 됐습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는 ‘부동산 대박의 꿈이 유령처럼 떠도는 중국의 섬’이라며 하이화다오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하이화다오는 헝다(에버그란데)의 설립자 쉬자인이 2011년 싱가포르 휴가 중 부겐빌레아 꽃 모양의 인공 군도를 구상하고 세부 사항을 직접 챙기며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습니다. 헝다는 이 섬에 약 120억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대부분 빚이었습니다. 원래 구상은 ‘중국 최대의 엔터테인먼트·컨벤션·쇼핑’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어떻게 돈을 벌어 섬을 유지하고 부채를 갚을지,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돈도 더 필요했습니다. 헝다는 최대 20만 명이 살 아파트를 짓기 위해 총 230억 달러(33조 7387억 원)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실제 투입자본은 그에 못 미쳤습니다. 이로인해 하이화다오는 표류상태에 놓였고, 2021년 헝다가 3000억 달러(약 440조 원) 이상의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면서 이곳 역시 폐허로 남게 됐습니다.

결과는 처참합니다. 관광객을 맞겠다며 만든 510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 ‘더 캐슬’은 야외 수영장 물을 빼고, 성수기 패키지 여행객을 받으며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중 대부분 텅 비어 있습니다. 러시아 재별이 살 법한 해안 빌라는 유리창이 깨진 채 바람소리만 들리고, 일부는 노동자들이 바닥에서 잠을 자는 공간이 됐습니다. 이탈리아·독일·중국풍 건축을 흉내 낸 쇼핑 거리는 텅 빈 영화 세트장처럼 남았습니다.

5년 전 하이화다오의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한 은퇴자는 뉴욕타임즈에 “당시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계약하려 했지만, 지금 팔면 투자금의 절반을 잃게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섬 곳곳에는 짓다 만 고층 아파트 39개 동이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으며, 빗물이 고인 건물 기초 공사 현장은 낚시터로 변해버렸습니다.

14억 인구와 끊임없이 증가하는 소득 기대치를 가진 중국에서 부동산 투자는 오랫동안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2021년 중국 정부가 통제 불가능한 대출 증가를 우려, 부동산 개발업체의 대출을 제한하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국영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의 대출이 끊기면서 부동산 투자 열기는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화다오에는 여전히 부동산 신화를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국 북부 허베이성 출신의 은퇴 은행가인 왕셴은 향후 10년 동안 약 3억 명의 중국인이 은퇴할 예정이며, 많은 사람들이 햇볕이 잘 들고 안전한 곳에서 살기를 원할 것이라며 “단 1%만이라도 이곳으로 온다면 이 곳은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승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