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재허가도 논란인데…산지 훼손 원상복구도 "무늬만"
묘목은 바짝 마르고 토양 일부 여전히 파여있고
전국 최초 지침 유명무실…외래종 식재·점검 부실 비판도
"행정 판단 납득 어려워…객관적 감시 장치 필요"
사업자 "복구 최선…추가 조치 요구하면 따를 것"

대규모 임야를 불법 훼손해 최근 징역형을 받은 제주 서귀포시 유명 A관광농원이 훼손 임야에 대한 원상복구를 마쳤지만 '무늬만 복구'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특히 행정이 실질적인 산림 복원보다는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최소한의 관리감독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재판 중 사업 재허가 논란에 이어 원상복구 부실 문제까지 겹치며 행정 책임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형식에 그친 원상복구
서귀포시의 고발로 수사가 이뤄졌고 2015년 8월부터 약 8년 동안 임야 3만 3천여㎡를 불법 훼손해 농어촌관광휴양단지를 운영하려던 사실이 드러났다. 농어촌관광휴양단지는 정부가 소관하고 지자체가 주관하는 사업으로 농촌 경제 활성화 등을 목표로 한다.
서귀포시는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훼손 임야 3만 3천여㎡ 중 2만 8천여㎡에 풀을 자라게 하는 초류종자를 파종하고 외래종인 편백나무 묘목 4500여 본을 식재하게 했다. 준공 허가는 지난해 1월과 5월 두 번 났다.

원상복구 준공 이후 약 8개월 뒤인 지난 20일 오후 취재진이 다시 찾은 현장. 전반적인 전경이 복구 완료라는 행정 판단과는 거리가 있다.
훼손 구역 곳곳에 사람 허리 높이의 편백나무 묘목이 식재돼 있지만 대부분 바짝 말라 있다. 일부는 고사해 갈변했고 지지목을 건드리자 맥없이 쓰러진다. 주변에는 벌목 흔적인 그루터기들이 그대로 있다.
임야 중앙에 쌓여 있던 돌무더기는 처리됐지만 일대에 중장비가 오간 탓에 토양이 파인 흔적이 남아 있다. 석축은 허물어졌으나 형태가 그대로인 구간도 있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동백나무 군락과 산책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전국 최초 원상복구 지침 '유명무실'

강화된 지침조차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먼저 편백나무 식재가 복원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곶자왈공유화재단 송관필 상임이사(식물학 박사)는 "자연 상태의 복원을 전제로 한다면 자생 수종을 식재하는 것이 원칙인데 편백나무는 외래 수종이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정도 기후자원정의센터 아크 사무국장도 "자연 활엽수가 많은 곳인 만큼 주변 식생을 조사하고 그에 맞는 수종을 선택해야 하는데 편백나무를 일괄 식재한 점이 의아스럽다"며 "훼손된 산림을 복구한다기보다 사실상 새로운 편백나무 숲을 조성한 셈인데 생태계 교란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침 제5조 1항은 훼손 이전 상태를 고려해 향토 수종 식재를 규정한다. 그러나 서귀포시는 제5조 2항을 근거로 산림청 권장 수종이라며 외래종인 편백나무 식재를 허가했다. 편백나무는 묘목 확보가 쉽고 생육 속도가 빠른 데다 단가가 낮다.

또 지침에 따르면 행정은 원상복구 이후 5년 동안 매년 복구 상태를 점검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원상복구 준공 허가 이후 현장 점검을 한 차례 했지만 규정에 따른 점검이 아닌 취재진의 정보공개청구에 따른 확인 차원의 방문이었다.
제주도도 A관광농원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재심의 과정에서 임야 훼손과 원상복구 문제는 완벽히 해소된 상태라는 사업자 측의 말만 듣고 아무 지적 없이 사업을 재허가했다. 제주지방법원 1심 재판부도 대규모 산지 훼손이 있었다면서도 원상복구를 참작 사유로 들며 사업자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행정 판단 납득 안 돼…나쁜 선례 만들 수도"
김정도 아크 사무국장은 "사업을 허가했다가 취소하고 다시 허가한 뒤 비판이 커지자 또 점검에 나서겠다는 점이 황당하다"며 "법적·행정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무늬만 복구에 그친 원상복구를 그대로 인정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제3자가 참여한 민관 거버넌스 등을 통해 객관적 점검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관광농원 운영자 B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원상복구와 사후관리가 부실하단 지적에 대해 "준공 허가를 두 번 받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기상 상황 때문에 수목이 급격히 시들었지만 여름에는 울창했다"며 "행정에서 추가 조치를 요구하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1심 선고에 대한 심정과 항소 계획에 대해서는 "수사 초기부터 잘못을 인정했다.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여 항소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원상복구 한 달 만에 사업을 재추진한 데 대해선 "납득하지 못하는 시선이 있을 수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불가피했다"며 "지역 경제와 주민 상생도 고려한 결정이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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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이창준 기자 cj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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