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한 채로 제주마트에…대기업 우유 불법유통 파장
냉장설비 없는 항공기 이용해 제주 운송
최소 5년간 1L우유 기준 132만 개 추정
전문가 "심한 경우 식중독·전염병 발생"
해당 기업 "문제 인지 직후 곧바로 개선"

대기업에서 생산한 '저온살균우유'가 제주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상온에 장시간 노출되며 상한 채로 불법 유통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 기간만 최소 5년으로 1L 우유 기준 132만여 개 분량이다. 사실상 상한 우유가 도내 대형마트와 호텔 등지에 대량 유통된 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초여름인데…저온살균우유 야외 방치
A씨는 "당시 초여름이라 점심 무렵인데도 굉장히 무더웠다. 땅바닥이 후끈후끈했다. 처음에는 종이상자를 보고 그냥 지나쳤는데, 30분 지나도 그대로 있어서 자세히 보니 대기업에서 생산한 저온살균우유였다. 저온살균우유라 무더운 날씨에 그대로 노출되면 안 되는데 방치됐다"고 했다.
문제의 우유는 모 대기업이 강원도 공장에서 생산한 '○○○○우유'다. 공장에서 냉장 탑차로 김포공항까지 옮겨진 뒤 항공운송을 통해 제주공항 화물청사에 운송된 직후 벌어진 일이다.

취재진이 확보한 기업 자체 조사결과를 보면 2024년 6월 5일 오전 8시 20분쯤 우유 160박스가 제주공항 화물청사에 도착했다. 이 중 150박스는 당일 오전 8시 30분쯤 냉장 차량에 실린 뒤 대리점으로 옮겨졌다. 남은 10박스는 낮 12시까지 3시간 30분가량 노상에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저온살균우유와 같은 냉장 제품은 '0~10도'에서 보존과 유통이 이뤄져야 한다. 생산부터 배송까지 규정된 온도로 유지가 가능한 설비를 이용해 일정한 온도 관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반하게 되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류연철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는 "멸균이 아닌 이상 저온살균우유의 경우 미생물이 어느 정도 남아있다.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활발하게 번식한다. 상온에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미생물에 의해 부패가 진행된다. 심한 경우 식중독 병증이 생기거나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온살균우유는 살균을 최소화한 것이다. 그런 제품을 상온에 장시간 방치하면서 유통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위생적인 공장 안에서도 이 정도로 상온에 노출되면 전량 폐기한다"고 했다.

상한 우유 최소 5년간 불법유통 정황
제주공항에는 하루 3편씩 냉장 설비를 갖춘 'ULD(Unit Load Device)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항공기가 운항된다. 대한항공에서만 운항하는 항공기로 냉장 제품을 운송할 때 필수적이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수년간 우유를 제주로 운송하면서 냉장 설비가 없는 아시아나 항공기만 이용했다.
사실상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까지 저온살균우유를 상온에 노출시킨 채 운송해온 것이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수사 결과 해당 기업은 2019년 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우유와 요거트 등 유가공품 148종을 1765차례에 걸쳐 냉장 설비가 없는 항공기를 이용해 불법 운송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간은 공소시효를 고려해 적용된 최소 기간이다. 해당 사안의 경우 축산물위생관리법상 법정형이 징역 5년 미만이라 공소시효가 5년이다. 더욱이 도 자치경찰단은 기상청 기상자료를 일일이 대조해 법률상 규정된 온도(0~10도)를 벗어난 채 항공 운송된 물량만 범죄사실에 적용했다.
이렇게 제주도 자치경찰단에서 특정한 불법운송 물량만 1369톤이다. 1L 우유 갑 기준으로 환산하면 132만6550개에 달한다. 200㎖ 우유팩 기준으론 663만 2750개다. 도 자치경찰단은 사실상 상한 우유가 도내 대형마트와 호텔, 학교, 카페, 베이커리 등지로 유통돼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강원도 공장에서 우유를 실은 냉장 탑차를 목포항까지 이동해서 제주까지 배로 운송하면 최소 18시간 걸린다. 신선한 우유를 제주 소비자에게 최대한 빨리 배송하려고 항공 운송을 이용해 왔다. 문제가 불거진 직후 곧바로 선박화물로 냉장 운송하도록 개선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축산물관리위생법 위반 혐의로 우유 운송을 담당한 해당 기업 계열사인 모 물류회사와 그 관계자, 재 위탁을 받은 도내 물류업체와 그 관계자 등 4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2월 도내 물류업체와 그 관계자 등 2명만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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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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