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물의 길, 골퍼의 길

방민준 2026. 1. 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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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에서 녹아내린 눈은 처음엔 미약하다.

물이 돌에 부딪혀 소리를 내듯, 골프도 부딪힘 속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물이 폭포를 지나 더 큰 강이 되듯 골퍼도 실패를 지나 더 깊어 진다.

물을 보면 골프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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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칼럼과 관련 없는 참고 이미지입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설산에서 녹아내린 눈은 처음엔 미약하다. 손바닥에 고이는 물방울처럼 존재를 증명할 뿐이다. 그러나 그 물은 멈추지 않는다. 숲에 모인 빗물과 만나고, 바위틈에 고였던 고독한 물과 합류하며, 어느새 개울이 된다. 작은 굴곡을 만나면 속도를 낮추고, 절벽을 만나면 망설임 없이 떨어진다. 그렇게 폭포가 되고, 여울이 되고, 마침내 유유한 강이 되어 바다로 향한다. 물은 단 한 번도 '어떻게 흘러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흐를 뿐이다.



 



한 사람의 골프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처음 클럽을 잡았을 때의 스윙은 설산의 물과 닮았다. 힘은 있으나 방향을 모른다. 공은 멀리 날아가기도 하고 발 앞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 미숙함 속에서 골퍼는 배운다. 연습장이라는 숲에서 수많은 빗물 같은 조언을 맞고, 코스라는 바위틈에서 시행착오를 겪는다. 고여 있는 시간도 있다. 성장이 멈춘 듯 느껴지는 시기, 아무리 휘둘러도 답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다. 그러나 물이 고여 썩지 않듯, 골퍼의 시간도 결국 움직인다.



 



어느 날 작은 깨달음 하나가 흐름을 만든다. 힘을 주지 않아도 공이 날아간다는 사실, 멈추려 할수록 리듬이 깨진다는 진실. 



그 순간 골프는 여울이 된다. 빠르지만 소란스럽지 않고, 거칠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미스샷은 여전히 나오지만 흐름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물이 돌에 부딪혀 소리를 내듯, 골프도 부딪힘 속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폭포의 구간도 있다. 스코어가 무너지고, 자신감이 추락하는 시기다. 많은 골퍼가 이 지점에서 길을 잃는다. 정신도 잃는다. 그러나 물은 절벽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것이다. 



 



골프 역시 그렇다. 무너지는 듯한 시기는 다음 흐름을 위한 낙하다. 물이 폭포를 지나 더 큰 강이 되듯 골퍼도 실패를 지나 더 깊어 진다.



나이가 들면 골프는 강을 닮는다. 예전만큼 빠르지 않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불필요한 힘은 빠지고, 방향은 명확해진다. 비거리는 줄어들어도 스코어는 지켜진다. 물이 바다를 향한 흐름을 서두르지 않듯, 이 시기의 골퍼는 결과를 재촉하지 않는다. 샷 하나, 홀 하나를 음미한다. 이미 목적지는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바다에 이른다. 바다는 모든 물을 받아들인다. 눈 녹은 물도, 탁한 빗물도, 폭포의 포효도 거부하지 않는다. 



 



골프의 끝도 이와 같다. 잘 친 샷과 못 친 샷, 젊은 날의 집착과 노년의 내려놓음이 모두 하나가 된다. 그때 비로소 골퍼는 안다. 골프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흘러 흘러 함께 가는 길이었다는 것을.



물을 보면 골프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골프는 멈추지 말라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스스로를 믿고, 결국 자기 바다로 향하라는 조용한 철학을 얘기한다. 오늘도 코스에 선 골퍼는 하나의 물줄기다. 어디로 흘러갈지 몰라도, 그 흐름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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