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도 미분양이…미분양 주택 수 1위 지역 ‘경기도’, 2위는?[전국 미분양 지도]

지금은 3.3㎡(평)당 2억원 시세를 찍는 반포 아파트도 한때 미분양이었다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요즘. 미분양 주택 통계는 가파른 변화 없이 약 2년째 박스권 안에 갇혀 있다. 그런데 최근 분양 현장에서는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조차 미분양 단지의 계약률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통상 주택수요는 탄력성이 높아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미분양이 급격히 쌓이게 된다. 반면 집값이 한번 상승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매수인이 몰리며 물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집값이 오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년간 금리인상으로 인해 주택공급이 위축된 데다 지방의 경우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득세 감면, 인구감소지역 소재 주택의 주택 수 제외 등 세제 혜택이 나온 영향도 있다.
다만 3~4년간 급등한 땅값과 공사비, 금융비용으로 인해 분양가격이 높아진 것은 큰 변수다. 실수요자가 선호할 만한 입지와 주변 시세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잘나가던 천안·아산, 미분양 2500채 넘겨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8794호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부터 7만 호를 밑돌기 시작한 전국 미분양 물량은 7월 6만2244호까지 줄었다가 다시 증가해 10월 6만9069호를 기록했다. 그리고 11월 소폭 감소한 상태이다.
전국 광역시도 중 미분양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였다. 경기도 미분양 가구 수는 1만3491호로 압도적인 수치를 나타냈다. 경기도에선 외곽 지역에 속하는 평택, 양주, 김포, 이천 등의 남은 물량이 많았다.
그다음은 충남이 차지했다. 11월 말 기준 충남의 미분양 주택 수는 7875호를 기록했다. 충남에서 미분양 주택은 천안과 아산에 밀집됐다. 아산은 2571호, 천안은 2566호의 근소한 차이로 각각 충남 내 미분양 1, 2위 지역이 됐다.
충남에 이은 3위는 대한민국 제2 도시인 부산광역시가 차지했다. 총 7277가구가 분양되지 못한 부산에선 부산진구의 미분양 물량이 2053호로 가장 많았다. 대구도 7218호, 비광역시 중에는 경북이 5297호를 기록했다.
호재는 있는데…가격·물량이 문제

1, 2, 3위를 차지한 경기, 충남, 부산은 요즘 들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외려 ‘미분양의 상징’과도 같던 대구에선 미분양 주택이 줄면서 최상위권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공급과도 관련이 있다. 2022년 8월 금리인상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이 어려워지고 매수 심리도 얼어붙으면서 주택 공급실적 역시 급격히 감소했다. 공급이 가장 급감한 지역은 부동산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 비광역시와 ‘물량 폭탄’ 우려가 생겼던 대구 등이었다.
반면 수도권, 그중에서도 경기도에선 주택 공급과 인허가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부산, 충남에서도 분양단지와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꾸준히 나왔다. 경기도 인허가 실적은 2022년 12만1624호에서 2023년과 2024년 각각 약 13만4000호, 16만1000호로 반등했다. 부산과 충남에서도 2023년과 2024년 인허가 주택 수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19년, 2020년보다 많았다.
건설 업계에선 부동산 불황에도 이처럼 일부 지역에 대규모 공급이 나온 현상에 대해 크게 2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몇몇 사업지는 이미 토지비 등 투자가 이뤄진 상태에서 사업주체가 더 이상 분양을 미룰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버티기에는 원금과 이자 상환 압박이 크기 때문에 분양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려 했다는 것이다. 통상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조합에서도 이주 및 철거 후 금융비용 문제로 분양, 입주를 서두르는 측면이 있다.
일부 지역은 기존에 주거 선호지역이거나 지역 일대에 대형 호재가 있어 아파트 공급 시 준수한 분양률이 점쳐지기도 했다. 경기도에서는 반도체 산업,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착공 등이 호재로 작용하며 분양 홍보에 활용되기도 했다.

경기도에선 용인, 화성, 평택, 이천 등이 ‘반도체 벨트’로 묶이면서 아파트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의정부와 양주에는 기존에 GTX-C노선 정차역(의정부역, 덕계역)이 예정된 가운데 평택, 천안, 아산에선 선거를 거치며 GTX-A, C 노선 연장 바람이 불기도 했다. 이들 지역 인근에 공공택지와 도시개발사업 부지에 아파트 공급이 늘었다.
부산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높은 해운대, 수영구뿐 아니라 원도심인 서면 일대에 재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됐다.
그러나 이들 지역도 대구처럼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법칙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평택은 대구와 마찬가지로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지속됐던 과잉공급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평택은 고덕역 인근 고덕국제신도시와 브레인시티, 화양지구 등 택지개발에 따른 ‘물량 폭탄’에 싸여 있다.
천안도 천안일반산업단지와 가까운 성성 호수공원과 부성역 일대에 성성지구, 부성지구 등 다양한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며 아파트 물량이 계속 공급되고 있다.
물량 해소의 가장 큰 장애물은 높아진 분양가격이다. 지난 3년여간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공사 자재비와 인건비, 금융조달 비용이 치솟았다. 현재 시장에 나오는 아파트 부지 대부분은 부동산이 최대 호황이었던 2020~2022년 비싼 가격에 확보됐다. 이 같은 원가가 반영되면서 분양가격이 갑자기 치솟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출 금리가 오르고 기존 아파트 시세가 수억씩 떨어지면서 수요자 입장에서는 비싼 신규 주택을 분양받을 매력을 잃게 된 것이다.
인근 집값 오르자 매력도↑

그러나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10·15 대책 이후 미분양이 없는 서울과 서울 인접지역이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점차 풍선효과가 확산하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자연스레 분양시장에도 활기가 돌게 된다.
대표적인 곳이 대구 수성구이다. 대구는 지역 내 분양물량이 많았던 신세계건설이 유동성 위기와 상장폐지를 겪을 정도로 미분양이 심했던 지역이다. 준공 후 미분양 부담도 커 이미 입주를 시작한 달서구 소재 ‘빌리브 라디체’,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 등은 CR리츠에 의해 매입돼 민간임대로 공급되고 있다.
그런데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던 수성구는 사정이 다르다. 수성구는 학군, 교통인프라가 우수해 실수요가 선호하는 지역이라 반등이 빨랐다. 특히 2023년부터 ‘수성 범어W’ 분양권에 웃돈이 붙으면서 인근 지역 미분양이 빠르게 해소되기 시작했다. 미분양 상태였던 ‘범어 자이’ 잔여 물량도 곧 소진됐다. 범어 자이 전용면적 84㎡ 분양가격이 10억원에 육박했는데 수성 범어W 같은 면적 시세가 10억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부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수동’(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본격화하며 분양시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진구에 ‘서면 써밋’도 ‘완판’됐다.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서면 써밋’은 해운대 ‘르엘 리버파크 센텀’과 마찬가지로 시공사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됐으나 3.3㎡당 3000만원이 넘는 높은 분양가격이 책정됐다. 이 같은 고분양가 단지들은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더라도 실제로는 미계약 물량이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서면 써밋’은 이 물량을 단기간에 턴 것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분양가격 대비 주변 아파트 시세”라며 “주변 시세가 분양가 이상으로 오를 것이 확실할 때가 좋은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가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기존 미분양 단지가 저렴해보이는 효과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2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1년간 공급된 전국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당 611만9000원을 기록했다. 3.3㎡(평) 단위로 환산하면 3.3㎡당 2022만7000원으로 지난해 1889만원 대비 7.05% 상승했다. 수도권 평균 분양가는 3.3㎡당 3215만원으로 3000만원을 돌파했다. 전용면적 84㎡ 기준 약 10억원에 달한다.
김포·천안 성성지구·대구 동구 등 유망해
이 같은 상황에서 향후 시세 상승이 기대되는 지역으로는 김포 풍무지구와 천안 성성지구, 대구 동구, 부산 서면 등이 꼽힌다.
김포 풍무지구는 서울과 가까운 역세권개발 사업으로 김포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김포 풍무 호반써밋’, ‘김포 푸르지오 더 마크’도 분양 마감에 성공한 가운데 일부 단지에 잔여 물량이 남아 있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김포 미분양 아파트도 계약률이 이미 높은 편이며 이런 아파트의 남은 물량을 계약하는 것이 좋다”면서 “김포 외에도 충남에선 앞으로 천안 성성지구 일대가 아산 탕정을 잇는 신규 주거타운으로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구의 경우 수성구와 인접한 동구가 ‘수동구’라 불릴 정도로 최근 주목받고 있고 부산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편이나 분양가가 비싼 후분양 단지는 주의해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평택은 고덕국제신도시와 브레인시티 등에서 정주여건 개선 효과로 인한 실거주 수요 유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평택 일대에 남은 물량이 많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분양가격이 저렴한 소형 타입을 우선적으로 계약하고 있다.
지방 미분양에 대한 규제완화 흐름도 지방 부동산 시장에 좋은 시그널이다. 올해부터 개정된 지방세법이 시행되면서 전용면적 85㎡, 6억원 이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취득 시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취득세를 중과하지 않고 최고 50%까지 감면한다.
인구감소지역 또는 인구감소관심지역 소재 주택을 구매하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기존 보유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매길 때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한다. 즉 기존 규제대로 다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구감소지역에는 광역시를 제외한 84개 소도시와 군이 포함되며 인구감소관심지역은 강원도 강릉, 속초와 전북 익산, 경북 경주, 경남 사천 등 9곳이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는 “최근 지방 미분양 감소는 비광역시 지역의 공급 감소와 미분양 주택에 대한 규제완화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 같은 환경에서 지방 미분양 매수에 단점이 있는 것은 맞으나 세제 혜택의 대상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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