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얼굴 자체가 위험”…美이민단속에 한인사회도 ‘공포 확산’
![지난 24일(현지시간)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요원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이 사망한 가운데, 연방 요원들이 시위자를 체포하고 있다. 미네소타에서의 연방요원들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과 시위대 진압이 이어지는 가운데, 애리조나주 국경지대에서 27일(현지시간) 이민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1명이 중태에 빠졌다.[EPA]](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9/ned/20260129055446406wnku.jpg)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중심으로 한 이민 단속이 강화되면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주민 사회 전반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불법 체류 여부와 무관하게 인종적 외형을 기준으로 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시민권자와 입양인들까지 위협을 체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는 아이작 리 목사는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가 28일(현지시간) 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ICE 요원들이 최소 두 차례 우리 쉼터 주차장에 들어왔다”며 “이웃들 사이에서는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비상용 가방을 싸두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리 목사는 자신 역시 가족과 함께 비상용 가방을 준비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단속 여파는 지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리 목사는 “한 식료품점 주인이 지금 상황이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며 “코로나 당시 매출이 10% 줄었는데, 지금은 매출의 60%를 잃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회에 출석하던 일부 가족들은 외출을 두려워해 한 달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리 목사는 “외출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위치 추적 기기를 숨겨 두고, 4살과 2살 아이들에게 위험할 때 호루라기를 불라고 가르쳐야 하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위협은 불법 체류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릴 때 입양돼 미국에서 자랐고 시민권을 가진 입양인들 역시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입양인 출신인 킴 파크넬슨 위노나주립대 교수는 “ICE가 인종 프로파일링을 주요 전술로 삼고 있다면, 이민자처럼 보이는 인종적 특징을 가진 누구나 잠재적 표적이 된다”며 “지금 미니애폴리스에서 아시아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파크넬슨 교수는 미네소타주 전체 한인 인구의 절반가량이 입양인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하며, 이들이 백인 가정에 입양된 경우가 많아 이민자 커뮤니티나 관련 정보망에서 고립돼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입양인들은 자신의 법적 지위를 증명하는 데 필요한 서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서류 누락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며 극심한 불안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외출 전 ICE 활동이 보고된 지역을 확인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국 여권과 전자 추적 장치를 지니고 다닌다고 밝혔다.
리 목사는 “일부 입양인들은 부모가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해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했고, 심지어 본인이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미네소타주에는 한인 약 2만700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만5000여 명이 입양인으로 추산된다.
한인뿐 아니라 미네소타 최대 아시아계 집단인 몽족 커뮤니티도 주요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인구 약 9만5000명 규모의 몽족 사회에서는 대규모 직장 단속이 아니라 개별 가정을 찾아가는 방식의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세이 양 ‘트랜스포밍 제너레이션스’ 대표는 “몽족 커뮤니티에서는 새벽이나 밤에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추적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몽족은 베트남전 당시 미국을 도운 뒤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에 정착한 민족이다.
한영운 NAKASEC 조직국장은 현재 미 상원에 계류 중인 국토안보부(DHS) 예산안에 반대하는 상원의원 대상 전화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인인 앤디 김 상원의원은 DHS 예산이 포함된 모든 법안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하원에서도 공화당 소속 영 김 의원을 제외한 메릴린 스트릭랜드, 데이비드 민 의원 등 다른 한인 의원들이 관련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한 국장은 “ICE와 관세국경보호국(CBP)이 영장 등 헌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책임자 탄핵을 촉구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민 단속 요원들은 우리가 한국어를 쓰는지 중국어를 쓰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의 눈에는 모두 이민자로 보인다”며 “한인 커뮤니티도 더 이상 ‘우리는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아시아계 커뮤니티와 연대해야 한다. 입양인 역시 우리 커뮤니티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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