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몰아 자기 소용없네”…한국인 93%가 놓치는 ‘숙면의 11시 골든타임’

김현주 2026. 1. 2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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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5조원 사라지는 ‘수면 부채’, 당신이 새벽에 자꾸 깨는 3가지 이유

“새벽 4시만 되면 눈이 ‘번쩍’ 떠집니다. 더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와요. 낮에는 꾸벅꾸벅 조는데 말이죠.”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체 리듬은 ‘강제 기상’을 유발해 신체적·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46) 씨는 요즘 ‘수면 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면 어김없이 새벽 5시면 눈이 떠집니다. 억지로 다시 눈을 감아보지만, 정신은 이미 말똥말똥해진 상태죠. 하루 6시간 수면. 남들은 ‘그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김 씨의 몸은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헤드뱅잉을 하고, 오후 2시 회의 시간엔 눈꺼풀이 천근만근입니다. 주말에 10시간씩 몰아서 자봐도 월요일 아침 피로감은 그대로입니다. 김 씨는 “잠이 보약이라는데, 내 몸은 보약을 거부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것은 비단 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잠 못 드는 밤’을 지나 ‘잠 짧은 새벽’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7시간 이상 푹 자고 싶은데 왜 내 몸은 6시간 만에 기상 나팔을 부는 걸까요. 그 속에 숨겨진 건강의 적신호와 해법을 취재했습니다.

◆사라진 15조원…잠 줄이면 ‘빚’만 남는다

수면 부족은 단순한 피로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갚아야 할 거대한 ‘빚’이다.

29일 대한수면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수면 장애로 인한 국내 경제적 손실액은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잠을 못 자 떨어지는 업무 효율, 사고 위험, 의료비 등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나오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개인의 건강 성적표는 더 처참하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사람은 7~8시간 적정 수면을 취하는 사람보다 비만 위험도가 약 1.3배(30%) 높았다.

더 무서운 건 뇌와 심장이다.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6시간 이하 수면 시 심장동맥 질환 위험은 48%, 뇌졸중 위험은 15%나 치솟는다. 특히 치매 위험도는 7시간 이상 숙면자에 비해 30%나 높게 나타났다.

잠을 줄이는 건 말 그대로 수명을 갉아먹는 행위인 셈이다. 대한수면연구학회 2024년 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에 불과하다. OECD 평균보다 18%나 부족한, 만성적인 ‘수면 빈곤’ 국가다.

◆왜 하필 ‘6시간’ 만에 깰까?

문제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눈이 떠지는 경우다. 수면 전문가들은 6시간 후 강제 기상하게 되는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한다.

가장 큰 적은 역시 ‘스트레스’다. 한국인 수면실태 보고서에서도 숙면 방해 요인 1위로 심리적 스트레스(62.5%)가 꼽혔다. 우리 몸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아침에 자연스럽게 증가하며 잠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이 코르티솔이 새벽부터 급격히 치솟는다. 정신과 전문의 파멜라 월터스 박사는 “코르티솔 리듬이 너무 일찍 상승하면 새벽에 각성 상태가 된다”고 지적했다. 몸은 피곤한데 뇌만 새벽에 ‘풀가동’ 되는 이유다.

나이가 들면서 생체 시계가 앞당겨지는 것도 원인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생체 리듬이 변해 초저녁잠이 많아지고 새벽잠이 없어진다. 여기에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거나 야식을 먹는 잘못된 습관이 더해지면 수면의 질은 바닥을 친다.

◆주말 ‘몰아 자면’ 괜찮을까?

평일에 못 잔 잠, 주말에 몰아서 자면 회복될까.

성균관대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주말 ‘보상 수면’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약 19%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18~21도의 실내 온도와 완전한 어둠이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연합뉴스
6시간을 자더라도 낮에 졸리지 않고 집중력이 유지된다면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일 가능성이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월터스 박사는 “6시간을 잤는데도 낮에 짜증이 나고 집중이 안 된다면 수면 부족 신호”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경우 “매일 숙면한다”고 답한 비율이 고작 7%에 불과했다. 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하지만, 질도 엉망이라는 뜻이다.

◆침실 온도는 21도, 귀마개 필수…‘잠’을 경영하라

결국 해법은 ‘환경’과 ‘리듬’에 있다. 전문가들은 잠들기 가장 좋은 ‘골든타임’으로 밤 10시에서 11시 사이를 꼽는다. 이때 잠들어야 생체 리듬 회복이 가장 빠르다.

환경 조성도 필수다. 우리 몸은 잘 때 체온이 약간 떨어져야 숙면 모드에 들어간다. 침실 온도는 18~21도 정도로 서늘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빛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파괴하므로 암막 커튼으로 ‘완벽한 어둠’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술 한잔 마시고 자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알코올은 잠이 들게는 도와줄지 몰라도,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새벽에 자주 깨게 만드는 주범이다.

오늘 밤, 당신의 잠은 안녕한가. 줄어든 수면 시간은 훈장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구조 신호다. 오늘만큼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10분이라도 일찍 잠자리에 들어보자. 당신의 뇌와 심장이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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