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 배경된 의혹 무죄에… “진작 털었더라면” 야권 허탈
野내부 “특검 거부하고 계엄 선포... 무죄 될 의혹 방어하다 정권 잃어”
與는 “죗값에 턱없이 부족한 판결... 해괴한 판례로 역사에 남게 될 것”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여론조사 무상 수수 의혹 등으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8일 열린 1심 재판에서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자 더불어민주당은 “사익으로 국정을 망친 죗값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민중기 특검팀이 기소한 대다수 혐의가 무죄가 되자 여당 강경 지지자들은 “사법부가 썩었다”며 사법 개혁을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선고 직후 서면브리핑에서 “재판 결과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고 밝히면서 법원의 판단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관련) 자본 시장을 조작해 8억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취한 명확한 증거가 넘침에도 불구하고 주가 조작 공동정범이 인정되지 않았다”면서 “(여론조사 관련) 명태균씨와 김건희씨의 공모관계는 그동안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인정되기에 넉넉하다”고 했다. 김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샤넬백 2개 중 1개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된 데 대해선 “해괴한 판례를 역사에 남기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대변인은 “드러난 사실과도, 국민과도, 법 상식과도 동떨어진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대통령보다 영향력이 세다는 뜻에서) ‘V0’라 불리며 국정을 좌지우지한 김건희씨의 위상이 훼손될까 걱정될 정도의 형량”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은 “김건희 단죄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민중기 특검에 항소를 요청했다.
개혁신당은 예상보다 김 여사의 형량이 낮다고 지적하면서 “김건희씨에 대한 국민과 역사의 엄중한 평가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동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김 여사가) 국정을 사유화하고 권력의 원칙과 질서를 무너뜨린 데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이번 선고로 끝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여사의 각종 비위 의혹이 윤석열 정권의 조기 퇴진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식 논평이나 당 차원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각종 법원 재판에 대해 “사법부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 최종 판결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120일간 벌인 김건희 특검 수사가 용두사미에 그쳤다”고 했다.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혐의 가운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윤석열 정부 내내 논란이 됐다. 이 의혹은 2020년 4월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이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이성윤 검사장(현 민주당 의원) 등이 이끌던 서울중앙지검은 19개월간의 수사 끝에 관련자들을 기소했는데 여기에 김 여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엔 야당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2024년 7월 현직 대통령 부인으론 첫 검찰 소환 조사가 이뤄졌고, 같은 해 10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비공개로 이뤄진 조사 방식 등을 놓고 검찰 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거대 야당이던 민주당은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안을 세 차례나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여권 내에서도 “김 여사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며 특검에 동조하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안의 국회 재표결을 1주일 앞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정치권에선 “김 여사의 사법 리스크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 일정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결국 무죄를 선고받게 될 의혹을 무리하게 방어하느라 정권을 넘겨줬다”며 허탈해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조기에 김 여사 의혹을 해소했더라면 작금의 상황까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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