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이 ‘경제’] <중>‘전기 공장’ 경북, 정부의 전폭 지원 필수
경북 에너지 자립률 216%…남는 전기 수도권으로
위험 부담 안고 전력 생산…역할 맞는 보상 이뤄져야

대한민국 전력 생산에 막대한 역할을 하는 경북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력 생산과 소비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 생산, 지역 소비(지산지소)' 발언이 립서비스가 아닌 정부 기조로 뚝심 있게 추진됨으로써 역대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국토균형발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28일 대구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에너지 자립률은 18~20% 수준이다. 에너지 자립률은 에너지 총공급량 대비 국내 생산(원자력 및 신재생에너지 포함) 비중을 의미한다. 경북의 에너지 자립률은 216%로, 전국 17개 시·도 중 압도적 1위다. 경북에서 소비하는 전력량보다 2배 이상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남은 전력을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공급하는 구조인 셈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대한민국이 지금의 에너지 자립률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원전(원자력발전소) 덕분이다.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55%가 산업용으로 쓰인다. 국내 원전은 총 32기로, 이 중 절반인 16기가 경북에 집중돼 있다. 경북 경주(월성)와 울진(한울) 두 지역에 들어선 대형 원전이 대한민국 전력 생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북의 에너지 총생산량은 100TWh. 이는 국내 에너지 총생산량(600TWh)의 16.1%를 차지하는 수치다. 발전설비 용량으로 보면 17.3GW로 국내 발전설비 총용량(156.6GW)의 12%를 담당한다.

하지만 전력 생산의 책임과 역할만 주어졌을 뿐 지역 발전을 위한 보상은 미비했다. 경북은 전력을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하청'에 불과했고, 경북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전달하기 위한 송전탑 건립 등에서 발생하는 첨예한 갈등만 떠안아야 하는 형편이었다. 특히, 원전을 곁에 두고 살면서 감수해야만 하는 안전 리스크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수도권이 나날이 팽창하는 데는 양질의 일자리에 있다. 고부가가치 기업들은 전력 생산지인 경북을 비롯한 지방에 가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과 동일한 전기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지방으로 내려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도권에 조성될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23년 3월 국가전략사업으로 공식 발표된 뒤 2024년 12월31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남사읍 일대 777만㎡ 부지에 시스템반도체 특화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곳에 필요한 전기설비 용량은 15GW로, 전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이는 곧 경북에서 생산된 전력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을 시사한다.
이는 역대 정부가 진정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실현하고, 지역소멸을 막으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방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있었다면, 이처럼 경북을 '수도권 전기 공장'으로 삼아 수도권 중심의 성장에 집중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북에는 구미와 포항을 비롯해 첨단산업을 육성해도 무방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춘 곳이 있고, 대구의 경우도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기요금 대수술'에 대해 적극 공감하면서 이제라도 전력 생산지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대구·경북에 국가 차원의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대기업의 지방 이전 및 투자 유도 등이 대표적인 해법으로 꼽힌다.
이강현 대구대학교 교수(전자전기공학부)는 "경북은 대한민국 전력 생산의 핵심 거점이다. 막대한 전력을 생산함에도 실제 전기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지역주민이 느끼는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경북이 사실상 '전력 생산의 하청지역'으로 인식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도권의 대규모 산업단지는 수도권 집중화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며 "위험 부담과 함께, 환경·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는 지역에 대해 정부 차원의 합당한 보상과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대구·경북에는 원자력 관련 산업과 전력 소비가 많은 AI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생산라인 유치와 세제 지원, 인력 및 인프라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수도권은 합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는 지방비가 아닌 국비 사업 등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김명규 기자 km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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