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한민국 제조AI 중심으로!] (6) 경남대 경남지능화혁신사업단

권태영 2026. 1. 2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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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조융합 SW 개발… 국내 25건·미국 2건 특허 출원

세계 첫 기계 기반 제조업에 AI 기술 적용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 목표로 2023년 설립
기술 이전·사업화 연계 실용 중심 연구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해외 진출 지원도
“초거대 제조AI 연구 개발 중심지 될 것”

피지컬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산업 지형을 빠르게 흔들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생성형 AI 다음은 피지컬 AI”라고 선언했다. 생성형 AI 시대를 이끈 글로벌 반도체 기업 수장이 차세대 산업 패러다임으로 피지컬 AI를 지목한 것이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도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피지컬 AI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기술 경쟁을 벌였다.

오픈AI가 2022년 공개한 대화형 AI 챗GPT 이후 2년간 이어진 생성형 AI 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언어와 이미지, 영상 생성 기술을 넘어 실제 물리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해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누가 먼저 구현하고 산업 현장에 적용하느냐가 차세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다.

유남현 경남지능화혁신사업단장이 경남대학교 내 연구실에서 ‘피지컬 인공지능(AI)’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성승건 기자/

피지컬 AI는 센서와 카메라, 로봇 등과 결합해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분석한 뒤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인공지능 기술을 말한다. 제조 현장에서 설비 이상을 스스로 감지해 공정을 조정하거나, 로봇이 작업자의 동작을 학습해 최적의 생산 방식을 구현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그중에서도 기계·방산·조선·항공 등이 밀집한 경남 지역은 피지컬 AI가 가장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산업 현장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경남대학교에 있는 경남지능화혁신사업단(이하 사업단)은 피지컬 AI 연구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업단은 세계 최초로 기계 기반 제조업에 초거대 AI 기술을 적용해 수출 기업의 세계적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 2023년 12월 설립됐다.

사업단은 지난 2019년 만들어진 ICT(정보통신기술)·SW(소프트웨어) 융합혁신사업단과 2023년 설립된 초거대제조AI 글로벌연구센터를 통합해 출범했다. 초거대제조AI 글로벌연구센터는 창원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하는 경남 제조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중국 제조업의 급성장과 가격 경쟁력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경남 산업 구조를 인공지능 전환(AX)을 통해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단은 제조산업 특화 초거대 제조 AI 서비스 개발과 실증, 글로벌 제조융합 SW 개발, 디지털 헬스케어와 신산업 발굴 등 원천 기술과 응용 기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연구 성과를 학술 논문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 기업에 기술 이전과 사업화까지 연계하는 실용 중심 연구가 특징이다. 구글과 아마존 웹 서비스(AWS), 핀란드의 가상 시운전 솔루션 전문기업 비주얼 컴포넌츠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지역 기업의 해외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경남대는 지난 2023년 아시아 대학 중 최초로 독일 연방정부 산하 협의체 IDTA(산업디지털트윈협회, 세계적인 첨단 제조와 디지털 대전환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민간단체) 회원이 됐으며, 2024년에는 국내 대학 첫 미국 DTC(디지털트윈컨소시엄, 디지털 트윈 기술의 인식, 채택, 상호 운용성과 발전을 주도하는 글로벌 단체)의 회원이 됐다. 사업단은 이를 기반으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공동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유남현 사업단장은 “경남지능화혁신사업단은 경남 제조업을 혁신할 초거대 제조AI 연구 개발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며 “경남을 넘어 우리나라 최고의 제조AI 연구개발, 인력양성 사업단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업단은 인공지능에서 가장 필요한 데이터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피지컬 AI를 개발하고 쓸 수 있도록 제조 산업 현장의 공정, 영상 데이터와 행동 데이터를 모으는데 주력한다. 유 단장은 “제조 데이터 융합 사업을 하면서 모은 데이터를 경남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전략을 세웠다”면서 “데이터가 모이니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산업현장 데이터 연구를 위해 경남을 찾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자, 핀란드 기업 비주얼 컴포넌츠와 우리나라의 클라우드 전문기업인 메가존클라우드㈜ 등이 경남대에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피지컬 AI 개발을 위해 대기업은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해외 기업과 같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스타드업들이 데이터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만들어줄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초거대제조AI 글로벌연구센터 내 제조클라우드팀을 맡아 데이터 관리와 제조 클라우드 기술 개발, 비즈니스 모델 발굴,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구글과 오픈AI 등 해외 기업들도 투자와 공동 연구개발을 통한 협력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대는 AI 인재 양성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 202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지원하는 ‘지역지능화혁신인재양성사업’ 주관대학으로 선정됐다. 카이스트(KAIST)와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펜실베이니아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가 협력 기관으로 참여하며,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해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AI/SW융합 기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매년 20여명의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양성한다. 또 경남도가 AI 전환 주도할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하는 ‘AI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도 경남대에 구축된다. 재직자와 퇴직자 등 전문가를 위주로 하는 이 아카데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경남·서울·대전에서 시행되고, 이노베이션아카데미(옛 42서울)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교수·교재·학비가 들지 않는 실전형 인재 양성 모델로 매년 150명의 인재를 배출할 예정이다.

사업단은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1년 6개월 동안 국내 25건, 미국 2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논문은 SCI 13편, KCI 18편을 게재했다. 학술대회에서도 국제 21건, 국내 17편을 발표하고, SW도 10건 등록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모한 PINN모델 제조융합데이터 수집·실증사업(국비 192억원)을 수주해서 피지컬AI 연구개발에 필요한 300TB 수준의 고품질 멀티모달 융합 데이터를 2개월간 확보했고, 피지컬AI 핵심기술 중에 하나인 PINN(Physics Informed Neural Network) 모델 가능성을 검증했다.

연구 분야 역시 폭넓다. 제조 데이터 표준(AAS)과 보안 기술 개발, 독일 IDTA 국제 연구허브 설립(올해 3월 예정), 항공산단 메타버스 비즈니스 협업 플랫폼 구축, CNC 공작기계 동특성 모델링과 가공 공정 조건 최적화 알고리즘 개발, 지능제어형 리드프레임 제조라인 구축, 제조업 ESG 규제 대응 AI 기반 플랫폼 개발, 디지털 스레드 기반 지능형 가공 시스템 개발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스마트 액추에이터, 전동식 펌프 구동 시스템, 자율주행 SDV 안정성 강화 기술, 개인맞춤형 서비스 알고리즘, 정서 분석과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 등 다양한 응용 연구도 진행 중이다.

유 단장은 “지난 정부에서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면서 연구자들은 많은 위기감을 느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제조, 서비스 분야에서 딥시크 등 AI 기술을 적용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AI 시대 생태계 변화에 대한 명확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단장은 AI 시대에 맞는 규제 개혁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AI 기술이 발전을 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과 동등한 수준이 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사람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10년 정도 지나서 제조 공정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부분까지 로봇이 모두 대체하면 어떻게 될지 고민스럽긴 하다. 하지만 기술개발을 하지 않고 멈춰 있다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타다(차량 호출 서비스)나 우버 같은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규제로 인해 잘 되지 않았다. 피지컬AI 기술 개발로 인해 제조현장에서는 로봇 도입으로 생산직을 대체하고, 거리에는 무인자동차 서비스 등이 보편화되면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으로 피지컬AI 시대에 걸맞은 전반적인 사회 체계 전환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을 이기려면 우리나라도 바뀌어야 한다.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규제 특혜 등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유 단장은 “경남의 피지컬 AI 진척 상황은 우리나라에서 빠른 편”이라고 진단하면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얼마나 신속하게 적응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또 피지컬 AI를 위해서 작업자의 얼굴과 행동 패턴, 기업 내 데이터 수집이 필요한 만큼 개인정보와 기업 비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지침 마련 필요성도 거론했다.

권태영 기자 media98@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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