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매출 감소와 ‘국민 건강 해치는 기업’ 낙인 우려
당류가 일정량 이상 들어간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Sugar Tax)’ 도입 논의가 재점화하면서 식품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 제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가 감소해 매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데다, 자칫 국민 건강을 해치는 식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비자들은 세수 부족에 따른 ‘우회 증세’ 방안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SNS를 통해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라고 제안하자 식품업계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탕세는 해묵은 논쟁이지만 국민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졌던 적이 없다”며 “대통령 말 한마디로 관련 입법이 부랴부랴 추진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설탕세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미국·영국·프랑스 등 전 세계 120여개국이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당이 포함된 제품 ㎏당 일정 세금을 부과하거나 당 함량 정도에 따라 차등 부과한다. 식품업계가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설탕세 대상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당장 소비자 부담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담배에만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설탕에 적용한다는 점도 업계로선 부담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부정적인 세금을 식품 특성에 따라 만들면 소비자들은 특정 식품을 기피하게 되고 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탕과 담배를 동일시하는데, 담배 가격을 올렸을 때도 가격 저항 심리가 무뎌지면서 흡연율 하락 효과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덴마크에서는 2011년 고열량 식품에 세금을 부과했지만, 제품 가격 상승으로 주변 국가로의 원정 쇼핑이 증가하는 등 실효성 논란이 불거져 1년 만에 폐지했다.
식품업계는 자체적으로 설탕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알룰로스·스테비아 등과 같은 대체당이나 저당 사업 포트폴리오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들 반응은 부정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다음은 소금세, 고춧가루세도 나오겠다” “자영업자에겐 직격탄이다. 설탕이 안 들어간 제품을 찾는 게 더 힘든데, 세수가 부족하니 나온 무리수”라는 등의 비판 글이 다수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보고서에서 “설탕세는 국민 부담 증가로 인한 조세 저항 및 음료 산업계의 반발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도입 검토 시에는 관련 이해당사자, 전문가 등을 포함한 국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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