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오늘]보편적 언어를 향한 여정
로맨스 장르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가장 해독하기 어려운 마음의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로맨스의 이 같은 성격을 정확히 보여준다. 남주인공 주호진(김선호)은 무려 6개 국어를 하는 다중언어 통역사임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언어가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호진이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의 주인공 차무희(고윤정)는 그에게 애정을 말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 숨어버리는 혼돈의 존재다. 물론 무희에게도 사정은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분열된 무희의 마음은, 호진을 향해 다가가면서도 두려움에 주저한다. 드라마는 그렇게 자주 엇갈리는 두 남녀가 그럼에도 서로의 마음을 끊임없이 해독하려 노력하는, 로맨스의 근본적 여정을 그려나간다.
눈여겨볼 점은 이 작품의 작가다. 극본을 쓴 ‘홍자매’(홍정은·홍미란)는 김은숙(<파리의 연인> <도깨비> 등), 박지은(<별에서 온 그대> <눈물의 여왕> 등) 작가와 더불어 로맨스 장르의 3대 장인이라 불린다. 이들 모두는 로맨스에서 출발해 판타지, 사극 등 다양한 장르와의 적극적 결합으로 서사의 지평을 넓혀 K드라마 글로벌 열풍을 이끌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령 홍자매의 전작인 <환혼> 시리즈는 지도에도 없는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남녀 주인공의 운명적 인연을 무협물과 결합해 새로운 한국형 판타지 로맨스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글로벌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이 같은 행보로 글로벌 작가 반열에 오른 홍자매가 오랜만에 내놓은 정통 로맨스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차무희의 분열적 자아 소재에 홍자매 전매특허와 같은 호러 판타지 요소가 곁들여지기는 하나, 트라우마의 표현일 뿐 초자연적 현상과는 거리가 멀다. 드라마는 로맨스 장르의 최대 미스터리인 사람 마음, 그 복잡하고 미묘한 대상의 해독에 집중한다. 일본 스타와의 데이트 여행 예능에 출연하게 된 톱배우 차무희가 그의 말을 전해주는 통역사 주호진에게 빠져들면서, 그 경유된 감정, 오독의 높은 확률을 극복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들은, 서로의 언어를 해석하지 못해 어긋나던 두 사람의 거리가 비언어적 표현으로 가득 채워지는 장면들이다. 관계의 전환점이 된 캐나다 오로라 신이 대표적 사례다. 여행 프로그램 장치를 활용해 멋진 볼거리를 적극적으로 전시하던 드라마는, 마침내 나란히 오로라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그 풍경의 아름다움은 사랑의 마음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환기한다. 침묵이 더 많았던 두 사람 사이에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풍부한 감정이 오간다. 전문 통역사도,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 통역기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인간의 마음이 그토록 깊고 섬세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도 된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올해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은 넷플릭스의 포부가 드러난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1인치 자막’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해 집중 투자해왔다. ‘통역’이야말로 넷플릭스의 핵심 과제다. 지난 21일 개최된 한국 론칭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올해 K드라마의 목표로 ‘폭넓은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포용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신하고 파격적인 장르물로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는 앞으로 ‘사랑, 웃음, 눈물’ 등의 보편적 언어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택한 정통 로맨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넷플릭스의 ‘오늘의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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