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민이 주도하는 남구 ‘특화거리’가 현실적인 이유
울산 남구 상권의 중심인 삼산동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어제 남구 삼산동 달삼로 일대 음식점주들이 제안한 '삼겹살 특화거리' 지정과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 인근 건물주들이 제안한 'K-뷰티 특화거리' 조성 요구가 그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과거 관(官) 주도의 일방적 인프라 확충에서 벗어나,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직접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움직임이다.
삼산동 주민들이 내놓은 제안들 모두 대단히 현실적이다. 달삼로는 이미 돼지고기 관련 업종 60여 곳이 밀집해 전국 최고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검증된 생태계'다. 여기에 '삼겹살'이라는 명확한 브랜드를 입히고, 삼겹살 축제를 벌이고, 고래축제 등과 연계해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K-뷰티 특화거리' 제안 또한 영리하다. 이미 헤어, 메이크업, 패션 업종이 고밀도로 집적된 지역 특성을 활용해 대규모 토목 공사 없이도 패션쇼나 시연 행사 같은 '소프트웨어'만으로 상권을 살리겠다는 계산이다. "이미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초기 투자 비용이 적다"는 이들의 주장은 세금을 써야 하는 행정 입장에서도 거부하기 힘든 매력적인 제안이 된다.
남구에서는 이미 '삼호곱창 특화거리'라는 성공 사례가 있다. 50년 전 와와도축장 시절부터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이 거리는, 상인들이 '특화거리'지정을 요청하고, 행정이 이를 공인하고 환경 개선과 홍보를 뒷받침하면서 울산의 대표 먹거리 명소로 우뚝 섰다. 특히 상인회가 주축이 돼 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자생력은 삼호동을 단순한 식당가 이상의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주민들의 '축적된 시간'에 행정의 '기획'이 더해졌을 때 어떤 시너지를 발휘하는지 보여준 셈이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다. 무엇보다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한 일방통행 전환, 도로 점용 허가, 보행자 안전보장, 온누리상품권 가맹 지원 등을 위한 행정의 정교한 조율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남구청과 남구의회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상권의 주인은 결국 그곳에서 먹고사는 상인들이다. 상인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면, 지자체가 '조력'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마땅하다. 남구청과 구의회는 삼산동 상인들의 '이유 있는 제안'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정책이 만든 거리'보다 '주민들의 열정이 만든 거리'가 더 오래가는 법이다.
강정원 논설실장 (mikangjw@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