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디딜 수 없는 디딤돌대출

윤혜경 2026. 1. 28. 19:2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혜경 경제부 기자


“신혼생활 어때?”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그럴 때마다 “남자친구가 집에 안 갑니다”라고 답한다. 결혼 후 달라진 점을 꼽자면 배우자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서다. 1인 가구에서 2인 가구로 바뀌었지만, 살고 있는 곳은 여전히 혼자 살던 원룸이라 생활방식이 크게 변화하지 않은 탓도 있다.

자취방이 ‘신혼집’이 된 만큼 최근 배우자와의 화두도 ‘내 집 마련’이다. 2세 계획이 있기에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직장과 가까운 수원 위주로 집을 찾아보고 있지만 제약이 너무 많은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대출이 걸림돌이다. 주택도시기금의 ‘디딤돌대출’이 대표적이다. 디딤돌대출은 무주택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주택 구입 자금을 시중은행보다 저리로 대출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디딤돌대출 요건은 까다롭다.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고 부부합산 연소득은 6천만원 이하이어야 한다. 또 5억원(전용면적 85㎡ 이하) 이하 주택이어야 대출이 가능하다. 최대 한도는 2억원 수준이다. 신혼부부의 경우 부부합산 소득이 8천500만원을 넘지 않고, 주택 가격이 6억원 이하라면 최대 3억2천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문제는 주택 가격이다. 정책 기준상 ‘적정 주택’으로 분류되는 가격대의 매물은 시장에서 찾기 어렵다. 최근 청약을 진행한 수원 당수동 민간아파트 전용 84㎡ 공급가가 8억2천100만원 수준이다. 구축이 많은 영통구 등에서는 전용 59㎡ 매매가가 5억~6억원을 넘긴 지 오래다. 신축과 구축을 막론하고 집값은 오름세인데 대출 한도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않고 있다. 결국 신혼부부는 직장 또는 생활권을 포기하고 외곽으로 밀려가거나 금리가 높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이름과 달리 내 집으로 향하는 ‘디딤돌’이 되지 못하고 있는 디딤돌 대출.

주택 시장의 가격 현실 등을 반영한 제도 개편 없이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맡지 못할 것이다.

/윤혜경 경제부 기자 hyegyung@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