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현빈 "시선 처리부터 담배 무는 동작까지, 모두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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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1을 마친 배우 현빈을 만났다. 촬영이 없는 인터뷰 자리에서도 그는 완벽하게 세팅된 스타일로 취재진을 맞았다.
포마드를 발라 넘긴 2:8 가르마와 딱 떨어지는 수트 차림으로 1970년대 중앙정보부 요원 '백기태'를 연기한 그는, 대사 없이 카메라에 잡히는 순간만으로도 캐릭터가 설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력을 가진 자의 위압감을 표현해내기 위해 약 13~14kg 벌크업을 감행했고, 시선 처리부터 손동작, 담배를 피우는 방식까지 세세한 지점을 계산해 살아 숨 쉬는 인물 백기태를 완성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1이 글로벌 흥행 속에 종영했다.
OTT로 작품을 공개하는 방식 자체가 처음이라, 공중파나 종편에서 시리즈 드라마를 할 때 받던 피드백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직접 체감하긴 어려웠지만, 주변에서 많이 봤다고 하고 좋게 봐줬다고 해 감사했다.
Q. 해외 반응을 체감한 순간이 있나.
해외 팬들이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주기도 해서 스태프들과 함께 힘을 내 촬영할 수 있었다. 사무실로 편지를 보내주기도 하고, 포마드 머리를 하고 다니는 분들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바버샵을 많이 간다고 하더라. 그런 얘기를 들으면 '많이 보시는구나' 싶다.
Q. 영화 <하얼빈>에 이어 우민호 감독과 두 편 연속 작품을 함께 했는데.
<하얼빈>이 끝날 무렵 감독이 시나리오를 보내주며 '백기태'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읽자마자 재미있었다. 그래서 다시 함께하게 됐다.
Q. 두 작품 모두 시대극이다, 시대극의 매력은 무엇인가.
내가 안 가본 곳이라 매력이 있다. <하얼빈>과 <메이드 인 코리아>는 시대 배경도 다르다. 백기태로 분장하고 세트장이나 로케이션을 가면 공간이 주는 힘이 엄청 크다. 소품, 장치, 세트, 조명 등을 보면 진짜 그 시대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원래의 '나'에서 빠져나오는 기분이다.
Q. 우민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에게 늘 감사하다. 좋은 작품을 같이 해 좋은 결과를 얻은 것도, 전혀 다른 얼굴로 새로운 장르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무엇보다 우민호 감독은 배우에게서 계속 뭔가를 끄집어내 준다.
현장에서는 작품에 '미쳐 있는' 분 같다. <하얼빈>도 그랬고 <메이드 인 코리아>도 당일까지 고민해 장면을 바꾸는 분이다. 리허설 후 한 테이크를 갔는데 만족스럽지 않으면 신을 다음 촬영으로 넘기기도 하고, 대사를 다시 쓰거나 아예 다른 공간에서 찍기도 한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바뀐 장면을 찍고 현장 편집을 붙여보면 감독의 판단이 늘 맞아왔다. 그래서 감독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갖고 따른다.
Q. 현장에서 갑자기 바뀌면 힘들지 않나.
당연히 힘들다. 미리 생각할 시간이 있으면 아이디어를 두세 가지라도 준비할 텐데,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 그런데 즉흥적인 상황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연기가 나올 때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 작업을 했고, 예전엔 쪽대본도 많았다. 그런 과정을 오래 겪어서 크게 당황하지는 않는다. 다만 집에 갈 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한다.

Q. 2:8 가르마, 핏 되는 수트와 조끼, 도청 장치 등 스타일링이 돋보였다.
대사를 하지 않을 때 카메라에 잡히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백기태가 속한 중앙정보부는 당시 최고의 권력기관이었고 '기태를 봤을 때 위압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벌크업을 했다. <하얼빈> 기준으로 13~14kg 정도 증량해 지금의 기태를 만들었다.
한 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 외형으로 보였으면 해서, 포마드로 만든 가르마와 딱 떨어지는 수트로 '약점 잡히지 않으려는 칼 같은 성격'을 보여주려 했다. 와이셔츠 단추가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디테일 등도 의상팀이 계산해서 만든 장치다.
Q.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인데, 과한 말투 변주 없이 건조하고 냉철하게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다.
나름대로 모든 걸 계산해 연기했다. 어떤 신에서는 시선 처리부터 동작까지 계산했다. 나랏일을 하는 분들을 보면 잔동작이 거의 없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 기태도 공적인 자리나 상황에서는 잔동작을 하지 않으려 했다. 설 때 손을 넣을지 뺄지, 담배를 어떻게 피울지까지 설계했다. 담배를 물 때 입술에 비비고 무는 것도 계산한 거다. 대사 톤도 매번 다르게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Q. 백기태를 단순한 악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어떤 컨셉을 가지고 연기했나.
기태가 옳지 않은 선택을 하는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편함 속에서 공감하고, 어느 순간 응원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모순 자체가 기태라는 인물, 그리고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군대에서 겪은 고초를 지나며, 부와 권력을 잡지 않으면 같은 불행이 반복될 거라는 공포가 기태를 움직였다고 봤다. '내가 권력을 잡지 못하면 가족도 같은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불안을 차단하려는 마음이 그의 욕망을 키운 셈이다.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지만, 지금도 존재할 수 있는 인물이다. 누구나 순간의 선택 앞에서 '성공이냐, 양심이냐'를 고민하게 되고, 조금만 방심하면 백기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Q. 스윗해 보이기도, 터프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양면성은 어떻게 만들었나.
기태는 누군가를 만날 때 자신을 많이 드러내지 않고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춰 처세한다. 그래서 인물마다 대하는 방식을 조금씩 다르게 가져가려 했다.
Q. 작품에서 담배를 정말 많이 피우더라. 힘들진 않았나.
힘들었다. 당시엔 어디서든 담배를 피우던 시대라, 그 시대상을 보여주는 소품이자 권력을 상징하는 장치다. 높은 사람에게 불을 붙여주는 행동 역시 계급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백기태가 엔딩 신에서 시가를 피우는 것도 천석중(정성일 분)만 할 수 있었던 '권력의 상징'을 손에 쥐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는 담배를 안 피우다가, <하얼빈> 때 다시 폈다가 끊었었다. 이번에 기태가 피는 담배는 사실 금연초다.(웃음)
Q. 감독은 "시청자가 욕망의 전차를 함께 타서 가보지 못했던 곳까지 질주하길 바랐다"고 했다. 기태가 향하는 욕망의 종착지는 어딘가.
시즌2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 사람마다 성공의 기준이 다르고, 기태가 원하는 바를 이뤘을 때 정말 만족할지 계속 고민하면서 촬영하고 있다. 시즌2의 결말은 나도 아직 잘 모른다.
정효림 기자 jhli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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