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타계에 '조의 대신 미사일'…깊어진 '남북 단절'
김정일, 첫 정상회담 김대중 작고에 조문단
"민족의 화해ㆍ단합ㆍ통일 염원 실현한 공적"
노무현ㆍ정주영ㆍ정몽헌 타계에 "깊은 애도"
김일성 작고 때 남한 '조문 파동' 흑역사
이명박, 김정일 타계에 "북한 주민 위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타계했다.

북한, 이해찬 타계에 '조의 대신 미사일'
중국ㆍ베트남 외교부 대변인 "깊은 애도"
북한은 달랐다. 이해찬 전 총리의 운구가 27일 오전 인천 공항에 도착하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조문이 시작된 이날 오후 탄도미사일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핵전쟁 억제력 고도화를 위해 "갱신형 대구경 방사포탄 4발"을 시험 사격했고, 현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참관했다.
물론 고인이 전면에 나서 남북 관계 역사를 써 내려가진 않았지만, 주요 변곡점마다 평양을 방문해 주요 역할을 해온 인물이란 점에서 북한이 '조의'까진 아니어도 '미사일'로 답하는 모양새를 취한 건 매우 초현실적이다. '남북 단절'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김일성 작고 때 남한 '조문 파동' 흑역사
김대중 정부 때부터 '상호 조문' 정착해
미사일까진 아니어도 이 전 총리의 타계에 북한이 조의를 표하진 않을 거란 짐작은 가능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이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타계 소식을 전한 작년 11월 4일 이재명 정부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공식 조의문을 통해 고인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지만, 북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1년 12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조문' 문제는 1994년 김일성 주석의 타계 당시 남북정상회담 추진 중이었는데도 김영삼 정부가 조문단을 보내는 대신, 되레 최고의 대북 군사 경계 태세를 취하면서 남북 관계를 다시 적대적으로 몰아갔지만,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6‧15 정상회담 이후론 '상호 조문'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화해와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정일, 첫 정상회담 김대중 작고에 조문단
"민족의 화해ㆍ단합ㆍ통일 염원 실현 공적"
그 후 남북기본합의서(1991년)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1992년) 체결의 북측 주인공인 연형묵 국방위 부위원장이 2005년 10월 22일 타계했을 때 당시 노무현 정부는 '정부' 명의로 공식 조전을 보내 깊은 애도를 표했다.
2009년은 한국 민주주의와 남북 관계의 역사에선 매우 비극적인 해였다.
한 해 전인 2008년 이명박 수구보수 정권이 출범하고 그해 7월 박왕자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되고 남북관계는 다시 급속히 악화하는 상황에서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등진데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도 8월 18일 유명을 달리했다.
악화된 남북관계 와중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은 2007년 10‧4 평양 정상회담의 파트너였던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틀 후 "로무현 전 대통령이 불상사하게 서거하였다는 소식에 접하여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본인 명의의 조전을 보냈다.

김정일, 노무현 타계에 "깊은 애도" 조전
'남북경협 상징' 정주영ㆍ정몽헌에도 예우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타개했을 때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보내지 않았고, 다만 류우익 통일부 장관 담화문 형식으로 "정부는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란 뜻을 밝혔다. 유가족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겨냥한 냄새가 짙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민간 조문단은 방북했다.

이명박, 김정일 타계 때 "북 주민 애도"
날로 깊어만 가는 '남북 단절'의 풍경
거기까지였다. 북한은 2020년 6월 16일 남북 화해협력과 대화의 상징이었던 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을 폭파하고, 2022년 4월 금강산 내 남측 시설들을 철거했다. 그리곤 반북 대결과 흡수통일에 매진한 윤석열 수구 보수 정권 때인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그리고 통일 및 대남 관련 기구를 모두 없앴다.
급기야 2024년 10월 15일 민족의 혈맥인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와 철로 북측 구간을 폭파하고 대전차 방벽 구축 등 요새화에 주력했다. 윤석열 내란을 제압하고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평화공존과 남북 공동 성장'을 내세우며 대화 재개와 화해의 손짓을 하고 있지만, 이젠 군사분계선(MDL)을 '국경'이라고 주장하면서 3중 철조망 설치로 대답하고 있다.
남쪽에선 이해찬 전 총리 빈소에서 상실의 눈물을 흘리고, 북쪽에선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지금의 현실이야말로 날로 깊어만 가는 남북 단절의 풍경을 보여준다.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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