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들, 北에 매우 부정적 K컬처·브랜드엔 압도적 환호"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교수
북은 실리, 러는 우군 확보…
이해관계 맞은 임시동맹일뿐
푸틴의 '관계회복 희망' 발언
진의는 '韓 태도 지켜보겠다'

영하 10도에 칼바람이 몰아치던 겨울날 만난 귀화 10년 차, 푸른 눈의 한국인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러시아언어문화 교수(44)는 몸을 덥히려 오미자차를 주문했다. 보통 러시아가 한국보다 위도가 높아 더 춥다고 알려져 있고, 그 역시 러시아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이런 한파는 출신지를 불문하고 통 익숙해지기 어려운 종류다.
대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유학을 왔다가 자리 잡은 지 어언 24년째. 일리야 교수는 다수의 방송 출연 외에도 러시아를 소개하는 책과 강의로 한·러 민간 외교의 가교 역할을 자처한다. 최근 개정 증보판을 출간한 저서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틈새책방 펴냄)에선 가깝지만 낯선 러시아인의 사고방식과 생활문화, 현재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의 배경과 전망 등을 총망라했다. 매일경제와 만난 그는 "내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해 전쟁을 일으킬 거라곤 상상조차 한 적이 없었다"며 "누구도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감정"이라고 운을 뗐다.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은 이미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소전쟁보다 길어졌다. 일리야 교수는 "만 4년째 전쟁이 지속되면서 러시아인 저마다 가족·친구 중 전쟁에 연관되지 않은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며 "모두의 일상을 파고든 비극"이라고 말했다. 직접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아도, 전쟁은 사회 곳곳에 갈등을 격화시켰다.
"러시아 정부는 일반인이 전쟁의 여파를 느끼지 못하도록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메신저를 통제하고, 뉴스를 차단하죠. 반체제 인사였던 나발니(2024년 사망)를 검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에요. 그러면서 사회는 극한으로 찢어졌어요. 지지자와 반대자가 서로를 밀고하고 폭력을 행사합니다. 한국에서도 2024년 12·3 계엄 사태 이후 정치 갈등, 폭력 사태가 벌어졌죠. 현재 러시아의 상황은 그때의 다섯 배는 더 심각하다고 느껴져요."
수많은 인적 자원은 이미 러시아를 탈출했다. 공식 통계가 발표된 바는 없지만 일리야 교수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100만명 이상이 러시아를 떠나 유럽, 중앙아시아, 튀르키예 등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국제 제재로 그 외 다른 지역과의 직항 이동은 불가능하다. 그의 부모님은 여전히 러시아에 머물고 계시지만 그가 러시아 땅을 밟은 건 2018년이 마지막이 됐다.
이런 와중에 지난 1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러시아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한국과 관계 회복을 기대한다"고 언급하며 진의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일리야 교수는 "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의지보다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일 것"이라며 "다른 친미·서방 진영 국가들과 달리 한국이 노골적인 러시아 비판을 자제했다는 것에 대한 감사 표시"라고 분석했다.
전쟁을 거치며 긴밀해진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에 대해선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임시 동맹'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는 당장 전쟁을 지지해줄 우군이 필요했고, 북한은 경제적 이득과 군사 기술 등 외교적 실리를 챙겼다"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전쟁이 끝나거나 국제 정세가 바뀌면 언제든 단절될 수 있다고 그는 본다. 또 "러시아 일반 국민 사이에서 공산주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라며 "오히려 대한민국의 문화와 브랜드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고 전했다.
일리야 교수는 1999년 당시 집에서 가까운 러시아 극동연방대의 한국학과로 우연히 진학하게 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국비유학으로 한국에 온 뒤 사회생활도 이곳에서 시작했고, 효율적인 국가 시스템과 쾌적한 치안 등에 만족해 귀화를 택했다. "종종 한국 문화에 관한 질문을 받아보면 한국 사람들은 한국을 저평가하는 부분이 마음 아프다. 국가는 선진국이 됐지만 막상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역설이 있더라"고도 말했다.
[정주원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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