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 슬로바키아 총리, 트럼프 면담 뒤 “제정신 아니다”

유럽 정상들 가운데 드물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해온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피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평가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79) 미국 대통령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이 최근 그를 직접 면담한 유럽연합(EU) 회원국 슬로바키아 총리에게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초 총리는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을 사저인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나 대화한 뒤 나중에 다른 EU 회원국 정상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제정신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내렸다는 것이다.
피초 총리는 지난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긴급 정상회의 기간 소모임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고 이는 다수 익명의 외교관을 통해 전해졌다.
자국 정상들에게서 피초 총리의 발언을 전해 들은 외교관들은 피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적 상태’를 우려하고 있다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피초 총리는 EU 26개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한 공식 원탁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당시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밀어붙이기 위해 EU 국가들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함에 따라 소집된 회의였다.
폴리티코는 피초 총리가 다른 EU 회원국 정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몇 명 되지 않는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주목했다.
피초 총리는 EU 회원국 정상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고, EU의 다수 정책에 회의적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친화적 접근법을 수용해 EU 집행위원회와 주요 유럽 국가들의 골칫거리로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피초 총리가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상태를 폄훼하는 발언을 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악관은 피초 총리의 발언에 대한 폴리티코의 보도를 일축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뭔가 존재감이 있어 보이려고 하는 익명의 유럽 외교관들에게서 나온 절대적으로 다 틀린 가짜뉴스”라며 “당시 마러라고 회담은 긍정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말했다.
피초 총리의 발언과는 별개로 유럽의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에 점점 더 심한 우려를 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EU 당국자는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정부의 각급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의제가 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 최고령 대통령을 향해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신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건강을 주제로 전날 공개된 뉴욕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도 인지력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질환도 없다고 강조했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가 시작된 이후 끊임없는 변덕과 불확실성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친러시아 접근법부터 유럽 내 극우 정파들에 대한 지지, 고율 관세를 앞세운 통상분쟁,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 분담 확대,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추진까지 유럽에 전방위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유은규 기자 ekyo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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