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발소 문 닫자 미용실로…고령층 “예약 없인 머리도 못 깎아”
미용실 예약제·가격 부담에 노년층 ‘이발 공백’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전국 곳곳에서 오랜 세월 동네를 지켜온 이발소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은 이용원이 사라지면서 주 고객층인 어르신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28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이용원 폐업 건수는 △ 2023년 1172곳 △2024년 1124곳, △지난해 1035곳으로 집계됐다.
매년 1000곳 넘게 문을 닫는 셈이다.
충청권도 △2023년 105곳 △2024년 136곳 △지난해 107곳이 폐업해 연평균 100곳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업계 종사자들의 고령화와 젊은 미용사들의 선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이발소를 운영하던 기성세대가 은퇴를 맞았지만 이를 이어받을 후계자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용 관련 학과를 졸업한 젊은 미용사들은 전통적인 이용원보다 트렌디한 바버샵이나 미용실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업계에서는 젊은 미용사들이 이용원을 기피하는 이유로 수익성과 이미지를 꼽는다.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감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버샵이나 미용실은 높은 단가를 받을 수 있고, SNS 마케팅을 통한 개인 브랜딩도 가능하다.
반면 전통 이발소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해야 하는 데다 젊은 층에게는 구식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이용원은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소도시에서는 이발소를 찾기 어려워 어르신들이 인근 도시까지 나가 머리를 깎아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고령층은 어쩔 수 없이 미용실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이들에겐 또 다른 난관이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용실이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앱이나 인터넷을 통한 예약 시스템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 큰 장벽이 되고 있다.
대전에 사는 김모(73) 씨는 "평생 예약 없이 이발소를 이용했는데 갑자기 핸드폰으로 예약하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며 "자식들에게 부탁하기도 미안하고, 그냥 머리를 안 깎고 지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가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용원에서 1만원 안팎이면 가능했던 이발이 미용실에서는 그보다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금이나 제한된 수입으로 생활하는 고령층에게 이런 비용 증가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5~6000원대 저렴한 가격의 착한가격업소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 역시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아야 돼 쉽게 접근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미용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혜미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머리를 자르고 일상을 영위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에 기반한 기본 사회권"이라며 "전화 예약 쿼터제나 예약 대행 서비스 등을 도입해 고령층도 원활히 미용실을 이용할 수 있는 고령친화적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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