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우 칼럼] 산을 걷고 기록하며 묻는다, 현대 등산의 윤리와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고태우 대기자 2026. 1. 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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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몇개 정복 결과 기록보다 과정.도덕성이 가장 기본
세계언론 노출 없는데 "국내용 세계적인 산악인" 각성해야
[<사람과 산> 고태우 대기자] 나는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자, 동시에 그 풍경과 변화를 기록해 온 기자다. 산을 오르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일상의 휴식을 위해, 건강을 위해, 혹은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산에 들어간다.   
고태우 대기자(大記者)   30년 이상 전문산악인으로 등산·안전·응급처치 등 생활등산 교육전문가. 성남·광주 및 경기.인천지역 언론 현장 기자로 활동 중이다.

등산이 이처럼 다양한 목적을 품게 된 지금, 우리는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현대 등산의 윤리와 가치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오늘날 등산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뉜다.

하나는 기록과 개척, 고난도 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등산의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 속에서 자연을 찾는 생활등산의 영역이다. 두 영역은 목적도 방식도 다르지만, 같은 산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윤리의 기준 또한 분리될 수 없다. 전문등산은 인간의 한계를 넓혀온 역사이자, 등산 문화의 근간이다.

새로운 루트 개척, 고난도의 환경에 대한 도전은 산을 향한 인간의 탐구심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전문등산은 성취와 기록 중심의 평가 구조 속에서 새로운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무리한 일정, 과도한 위험 감수, 구조 시스템에 대한 전제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영역 처럼 우월하게  보이려고 인위적인 우상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히말라야 14좌(개봉) 16좌 정상정복(완등) 운운이다. 한국에서 '세계적인 산악인'이라고 하는 몇몇은 실은 해외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지만 아웃도어 업체에서 만든 "국내용 세계적인 산악인"이다.

전문 산악인은 도덕성을 가장 중요시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결여 되면서까지 자기 홍보에 치중하는 것은 전문산악인이 아니다. 단지 산을 이용하여 상업적으로 이름을 알리려는 스타 지향적인 인물에 불과하다.

전문등산은 생활등산의 산을 대중의 공간으로 확장하는데 일정부분 기여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더 많은 사람이 자연을 경험하고, 산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산은 쉽게 소비된다. 쓰레기 문제, 샛길 이용, 과도한 편의 요구는 생활등산이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다.

전문등산의 가치는 '히말라야 몇 개를 올랐는가'보다 '어떻게 감당했는가'에서 판단돼야 한다. 왜곡된 정상정복 산악문화의 부작용 사례가 최근 울산 울주군, 경남 거제시, 함양군이다. 정상완전정복자에게 선착순으로 6만원 상당 은메달을 주거나 기록인증으로 댓가를 지불하는 것은 산의 기초적인 도덕정신을 망각한 것이다.

산을 즐기는 자유에는 반드시 절제와 배려가 따라야 한다.

기자로서 현장을 지켜보며 느끼는 것은, 전문등산과 생활등산의 갈등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는 각 영역에 맞는 윤리 기준을 분명히 세우지 못한 데 있다. 전문등산에는 준비와 책임, 사회적 영향에 대한 도덕적 고려가 필요하고, 생활등산에는 공공 공간을 공유하는 시민으로서의 태도가 요구된다.

두 영역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문화의 축이다. 산은 인간의 성취를 증명하기 위한 무대도,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도 아니다. 우리는 잠시 그 안으로 들어가는 방문자일 뿐이다. 이 인식이 흔들릴 때, 등산은 문화가 아니라 소비가 되고, 갈등은 반복된다. 현대 등산의 윤리와 가치는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더 높이,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책임 있게, 더 조심스럽게다.

전문등산이든 생활등산이든, 산을 대하는 태도는 겸손에서 출발해야 한다. 산을 남기는 방식으로 오르는 것, 그것이 오늘날 등산이 스스로에게 부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산은 내일도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산을 마주할 다음 세대의 모습은 달라진다.

고태우 대기자(大記者) ∣ 30년 이상 전문산악인으로 등산·안전·응급처치 등 생활등산 교육전문가이다. 성남·광주지역 남한산성일보, 시대일보를 비롯 경기.인천지역의 신한뉴스 기자로 언론 현장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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