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뒤끝?... '앙숙' 이시바 측근들 총선 비례대표 명부 후순위에
후순위 배정… 다카이치와 거리 둔 인사
비자금 스캔들 연루 후보들은 보은 공천

일본 집권 자민당이 다음 달 8일 중의원(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발표한 비례대표 선거 후보 명부에서 전임인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의 측근들을 후순위에 배치했다.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이시바 전 총리의 앙숙 관계가 후보 공천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 지도부는 이시바 내각 시절 장관을 지낸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전 총무장관, 이토 요시타카 전 지방창생장관, 아베 도시코 전 문부과학장관 등 3명을 비례대표 선거 명부 뒷번호에 배정했다.
이시바 전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무라카미 전 장관은 시코쿠 권역 비례대표 명부 10번에 이름을 올렸다. 이토 전 장관과 아베 전 장관도 각각 홋카이도 권역 명부 6번, 주고쿠 권역 20번을 받았다. 세 사람은 이전 총선인 2024년 10월 선거에서 모두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

당내에선 다카이치 총리와 이시바 전 총리 간 불편한 관계가 작용한 결과로 본다. 일종의 '공천 보복'인 셈이다. 두 사람은 2024년 9월 자민당 총재 자리를 두고 경쟁했고, 이시바 전 총리가 승리했다. 이시바 전 총리는 이후 다카이치 총리에게 당 요직을 제안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거절했다. 정권을 물려받은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한 뒤 이시바 전 총리의 주요 정책들을 뒤집었고, 이시바 전 총리는 공개 비판을 이어갔다. 자민당 중진 의원은 요미우리에 "두 전현직 총리의 정치적 신념이 맞지 않아 (공천) 우대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비례대표 순위를 둘러싸고 당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민당 계파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인사들에게는 공천 혜택을 줬다. 이시바 전 총리는 이전 총선에서 이들을 낙천시키거나 소선거구·비례대표 중복 출마를 불허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연루 인사 42명을 비례대표 명부에 올렸다. 일본은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가 비례대표에도 중복 출마할 수 있다. 자민당 계파 비자금 스캔들은 2023년 12월 당내 계파 일부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거둔 지원금을 비자금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다. 자민당은 이 여파로 최근 실시된 국정 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반성과 당 개혁보다 자신을 지지하는 아베파(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끈 계파) 보은 공천을 택한 것이다. 아베파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지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비판 여론에 오히려 "이들에게 꼭 일할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두둔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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