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싸다" 발언에 값 내린 생리대 업계…그동안은 왜 안 됐나

김나연 기자 2026. 1. 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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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싸다” 지적에…생리대 업계 중저가 제품 확대
2017년 ‘생리대 파동’ 이후 고기능 제품 쏠림 현상 심화
국세청, 유한킴벌리·LG유니참 등 특별 세무조사 착수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국내 생리대 업계가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절반가량 낮춘 '저가 생리대' 출시 계획을 잇따라 내놨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과점 구조로 굳어졌던 가격 체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유한킴벌리·LG유니참·깨끗한나라 등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주요 업체들은 불과 며칠 사이 중저가 생리대 출시 및 확대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다이소와 대리점 채널을 중심으로 중저가 생리대 판매를 확대하고, 2분기 안에 '수퍼롱 오버나이트' 형태의 중저가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유한킴벌리는 '좋은느낌 순수' 등 중저가 생리대 3종을 판매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일본 유니참그룹의 합작회사 LG유니참은 기존 프리미엄 제품 대비 약 50% 저렴한 신제품을 3월 출시한다. 회사는 흡수력과 착용감 등 기본 기능에 집중해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본형 생리대를 리뉴얼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변경 신고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깨끗한나라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중저가 생리대 제품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 대통령 발언 이후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9일 공정거래위원회·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 생리대 가격이 평균적으로 엄청 비싸다고 한다"며 주요 업체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지시했다.

이어 20일 국무회의에서는 "우리나라 생리대는 해외보다 40% 가까이 비싸다. 싼 것도 만들어서 팔아야 가난한 사람도 쓸 수 있지 않냐"며 저가 생리대 생산과 위탁 생산을 통한 무상 공급 방안까지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국내 생리대 가격은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여성환경연대가 2023년 국내 513종, 해외 11개국 69종의 생리대를 비교한 결과 국내 제품의 개당 평균 가격은 해외 평균보다 약 39.55% 비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형마트 기준 유한킴벌리 '좋은느낌(중형)'은 개당 221~375원으로 일본(170원대), 프랑스(210원대), 미국(265원)보다 높다.

이 가운데 국내 생리대 가격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상승해 왔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생리대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는 2021년 100.49에서 지난해 119.31로 3년 새 18.7%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3.8%)보다 높은 수준이다.

단순한 체감 물가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소비자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기저귀를 대체 사용하거나 해외 생리대를 직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일부 여성·시민단체에서는 "생리대가 필수재가 아니라 사치재처럼 취급된다"는 비판도 수년간 이어져 왔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그동안 생리대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았던 배경으로 시장 구조를 꼽는다. 현재 국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 3개 업체가 약 90%를 점유하는 과점 구조에 놓여있다.

경쟁이 제한되다 보니 한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도 유사한 수준으로 따라가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요 브랜드 제품들의 가격을 비교해 보면 용량과 유통 채널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1000원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2017년 발생한 이른바 '생리대 파동' 이후 시장이 프리미엄·고기능 제품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된 점도 가격 상승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생리대 유해 물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업계는 유기농, 무표백, 저자극, 고흡수력 등 각종 기능을 경쟁적으로 도입했고, 그 과정에서 제품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저가 제품은 선택지에서 밀려났고,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생리대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리대 품질 논란 이후 소비자들이 '비싸더라도 안전한 제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제조사들도 고기능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과정에서 저가 생리대는 자연스럽게 밀려났다"고 말했다.

유통 구조 역시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생리대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1+1', '2+1' 할인 행사가 상시 진행되는 대표적인 판촉 상품 중 하나다. 정가는 1만원 안팎으로 높게 책정되지만 실제로 정가에 판매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할인을 하지 않으면 유통 채널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져있다"며 "이로 인해 정가는 높고, 판촉은 잦은 구조가 굳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그동안 저가 생리대를 안 만든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가 생리대는 그동안 만들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시장 구조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며 "저가 제품도 있었지만, 프리미엄 중심의 제품 진열과 광고 속에서 소비자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저가 제품이라고 해서 품질이나 안전 기준을 낮춘 것은 아니다"라며 "고급 기능을 덜어내고 핵심 기능만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정부 문제 제기를 통해 생리대 가격 구조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국세청은 유한킴벌리와 LG유니참 등 주요 생리대 업체를 포함한 생필품 업체 17곳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들 기업이 제품 고급화를 명분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리거나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불공정 거래와 세금 탈루를 저질렀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생리대 등 위생용품을 생산하는 한 회사는 제품 고급화를 이유로 지난해 가격을 33.9% 올렸지만, 실제로는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회사는 계열사에 판매장려금 300억원과 수수료 50억원을 지급하고, 광고·마케팅비까지 대신 내며 500억원대의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 회사의 탈루 혐의액만 1500억원에 달하며, 최근 5년간 조사 대상 기업들이 탈루한 세금 규모를 4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여성·복지 단체들은 생리대를 공공재에 준하는 필수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생리대 가격 문제는 단순한 소비자 불만이 아니라 여성의 건강권과 생존권의 문제"라며 "중저가 제품 보급뿐만 아니라 공공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중저가 생리대 출시 흐름 확산 가운데,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이벤트에 그칠지, 생리대를 둘러싼 산업과 유통 구조 전반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 이후 업계가 일제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이벤트성 대응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중저가 제품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려면 가격 인하뿐 아니라 품질 기준 강화와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제품 확대와 무상 보급은 비용 부담이 큰 소비자층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가격이 원가와 품질을 반영하는 시장 기능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신제품 투자 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정부 재정 부담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논쟁이 일시적인 가격 인하로 끝날지, 생리대를 둘러싼 과점 구조와 유통 관행 전반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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