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에 뒤바뀐 승자… 서학개미 '환차손', 외국인은 '더블 수익'
'1500원 공포'에서 '1420원대'로 하락
강달러 베팅한 서학개미 '환차손' 울상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일주일 새 4% 가까이 급락했다. 일본 엔화 강세와의 동조화 흐름 속에, 대내외 변수로 달러 약세 압력이 겹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중에 과도하게 확산됐던 '환율은 무조건 오른다'는 일방적 기대가 꺾일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이유 있는 원화 강세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3%(23.7원) 하락한 1,422.5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20일(1,419.2원) 이후 석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이 같은 급격한 하락 흐름을 예상하긴 어려웠다.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를 유도하는 등 환율 안정을 위한 당국의 잇단 조치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20일 1,480원(야간 종가)을 넘어서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환율은 급격히 방향을 틀어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날까지 3.9% 떨어졌다. 27일 대미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닷새 만에 반등하긴 했지만, 밤사이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재료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다시 하방 압력이 우세해졌다. 일주일 전 160엔 선을 위협하던 달러·엔 환율은 미·일 외환당국의 동시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며 전날 154엔까지 급락한 데 이어, 이날은 152엔대로 추가 하락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위협 이후 미국 자산을 매도하는 이른바 '셀 아메리카' 분위기가 확산한 가운데, "달러지수 하락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그의 발언 직후 달러지수가 급락한 점도 원화 강세에 힘을 실었다. 이날 달러 인덱스는 95.7로,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22년 2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 약세와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 속에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만 3조2,000억 원에 이른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원화가 강해지지 않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서학개미 연초 美 주식 10조 넘게 매입

최근 일주일 새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주식 커뮤니티에는 '환차손'을 우려하는 글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말부터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자 유튜브 등에는 "원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며 원화를 달러 자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콘텐츠가 쏟아졌다. 이에 미국 주식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당시 이 같은 '위기 심리'가 오히려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707억 달러(약 245조 원)로, 지난해 말 1,636억 달러(약 233조 원)와 비교하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10조 원을 웃도는 자금이 환전됐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환차손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주가 상승에 더해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까지 거두며 '더블 수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국내에 위기설이 과도하게 퍼지면서 서학개미들은 강달러에 베팅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 환율이 과도하게 높다고 판단해 국내 주식을 적극 매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은 신도 정확히 전망하지 못하는 영역인 만큼, 달러 자산 역시 분산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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