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시장 파고든 AI면접···구직자들은 '혼선' 기업은 '의구심'

김도영 인턴기자 2026. 1. 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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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역량평가 도입되며 구직자 혼선
답답함에 '꿀팁' 찾거나 학원 다니기도
인사담당자 82% "AI구직자 평가 신뢰 안 해"...그리팅 조사결과
"장기적으로 채용제도 신뢰 저하로 이어질 우려"

[시사저널e=김도영 인턴기자] 

"화면을 보며 일부러 늦게 답변하는 것이 좋다"
"시종일관 영상을 보며 웃고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AI)을 채용과정에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취업시장의 풍속도도 바뀌어 가고 있다. 경험이 많은 조직 내 관리자들의 인재를 보는 안목과 인사이트보다 AI에 맡기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는 것인데 현재로선 취업시장에 주는 혼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채용 관리 솔루션 그리팅이 발표한 '2026 AI 채용 전략 리포트'에 따르면 채용 담당자 중 58%는 '현재 채용 업무에 AI를 매일 또는 주 3~4회 이상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채용 담당자들의 AI 활용 분야는 채용 공고 작성을 비롯한 텍스트 초안 작성부터 AI 면접 등 지원자 평가 영역까지 다양했다. 구체적인 활용 빈도는 채용 공고 작성(134회), 채용 보고서 작성(75회), 지원자 이력서 평가(64회), 지원자 안내 메일 작성(51회), 지원자 면접 평가(33회), 채용 홈페이지 제작(25회) 순으로 많았다.

특히 구직자들이 AI 채용 시스템을 체감하는 분야는 AI 역량 검사였다. AI 역량 검사를 수차례 경험한 취업준비생 A씨(24)는 "대기업을 비롯해 요즘은 중견 기업도 채용 과정에 대부분 AI 역량 검사를 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AI 역량 검사는 AI를 활용해 지원자의 역량을 알아보는 검사다. 뇌 신경 과학 기반으로 사고와 행동의 패턴을 분석해 지원자의 성향과 역량이 직무에 적합한지 파악한다. ▲인성, 가치관을 측정하는 성향검사 ▲가위바위보, 도형 회전하기 게임 등을 통해 순간 집중력, 논리력,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전략게임 ▲의사소통 능력과 심층 역량을 평가하는 영상면접 등 총 3가지 유형을 포함한다.
/ 사진 = GPT

문제는 이같은 역량 평가가 비정형적으로 이뤄져야 할 인재 평가를 더욱 정형적으로 만들어 채용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미 AI 역량 평가와 관련한 일명 '꼼수'들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공유되고, 이를 준비하는 학원도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도 사실상 AI채용 시스템에 의구심을 갖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결국 고득점을 받기 위한 특정한 패턴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이것이 공유되면 다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될 것인데 이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그리팅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인사담당자 82%가 AI의 인재평가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취업준비생 A씨는 "AI 면접 볼 때 팁 같은 게 있냐"는 기자 질문에 "유튜브나 포털 검색 창에 'AI역검'만 쳐도 관련 콘텐츠가 넘쳐난다"고 답했다. A씨가 말한 대로 포털 검색 창에 'AI 역검'을 치자 '역검 잘보는 법', '팁' 등이 연관검색어로 떴다. 소위 '꿀팁'이라 불리는 AI 역량 검사 콘텐츠는 이미 포털 블로그,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올라와 있었다. 

공통적인 팁으로는 ▲일관적인 답변 ▲일정한 목소리 톤, 속도, 발음 ▲pause(말 멈추기) 금지 ▲웹캠에 시선 고정 ▲답변 내용과 표정의 일치 ▲STAR 기법을 꼽았다. 

A씨는 "AI 성향검사(인성검사)의 경우 똑같은 속도로 답하는 게 좋다"며 "1초 안에 답변할 수 있는 문제에도 일부러 3초라는 시간에 맞춰서 일관된 속도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AI가 지원자의 행동 패턴을 안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바로 답할 수 있는 질문에도 3초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반응했다는 것이다.

사기업 홍보 직무를 지원했다가 AI 역량 검사를 해봤다는 B씨(27)는 "AI 면접 팁으로 시선 고정하고 또박또박 말하는 것 위주로 많이 들었다"면서도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AI 역량 검사를 다섯 번 정도 경험했다는 C씨(23)씨 역시 "AI 면접이 실제 평가에 정확히 어떻게 반영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구직자들은 AI 역량 평가의 실제 평가 기준을 모르다 보니 인터넷에 확산돼 있는 팁을 따르면서도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콘텐츠마다 말하는 팁은 제각각이었다. 한 유튜브 영상에선 AI 역량 검사 중 게임을 할 때는 웃지 않아도 된다는가 하면, 다른 블로그 글에서는 영상으로 다 녹화되고 있으니 검사 내내 밝은 표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AI처럼 완벽해도 부자연스러우니 일부러 망설이거나 고민하는 표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글도 있었다. 

특히 구직자들은 가위바위보와 같은 AI 전략게임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A씨는 "취업하는 데 게임 같은 게 솔직히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기업들의 횡포"라고 했다. B씨 역시 "가위바위보, 도형 맞추기가 해당 직무에 왜 필요한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AI 역량 검사의 '깜깜이식' 평가 기준에 혼란스러운 구직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AI 면접 학원까지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스피치 학원에서 AI 면접 대비 강의를 개설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원 교수는 "AI 채용 평가가 사람의 역량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시스템에 적응하는 시험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AI 평가 기준과 작동 방식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장기적으로는 채용 제도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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