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플레이션에 ‘가성비 조립PC’는 옛말…위기 몰린 조립·유통업체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컴퓨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부터 그래픽카드(GPU)까지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중소업체들부터 피시(PC)방까지 어려움이 번지고 있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조립 컴퓨터 업계 1위 기업 ‘컴퓨존’은 일부 지피유 부품을 주문한 고객들에게 “지피유 (수급) 문제로 현재 재고가 없는 제품들은 정확한 (재입고) 일정이 잡혀 있지 않다”고 답변을 보내고 있다. 여태까지 게임용으로 사용됐던 지피유가 인공지능 연산에 활용되면서 가격이 올랐고, ‘입도선매’에 나서기 힘든 중소업체들은 수급 자체가 어려운 지경이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홍콩에 본사를 둔 지피유 제조·유통 기업 조텍의 한국 지사 조텍코리아도 자사 쇼핑몰 ‘탁탁몰’에 “지금 상황은 앞으로의 지피유 제조·유통사들의 존립을 걱정할 만큼 심각하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이어 “메모리 수급은 되지 않고, 지피유 공급량도 줄어드는 가운데 최근 받은 가격대는 터무니없는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쪽은 소비자 가격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2%의 적립금도 한시적으로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조립 컴퓨터는 완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품을 직접 골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부품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조립 컴퓨터’라는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들은 미리 디램과 지피유 등의 물량을 확보해뒀지만, 중소 유통업자와 일반 소비자들의 접근성은 떨어진다.
한 피시방 업계 관계자는 “디램과 지피유 가격 등이 비싸지면서 유지비 부담으로 인해 폐업 피시방이 늘어나고 있고, 중고 제품 문의도 많다”며 ”고사양 게임을 4케이(K)화질로 돌리기 위한 지피유 알티엑스(RTX)50 시리즈는 지난해보다 가격이 1.5∼2배는 올랐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부품값 인상은 중고 시장을 키우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블룸버그는 지난 27일(현지시각) 중고 컴퓨터 업체 ‘컴퓨터홀스’, 데이터센터 장비 재활용 업체 ‘빅데이터 서플라이’가 호황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고 컴퓨터와 장비를 해체하며 나오는 디램에 대한 문의가 늘어났고, 관계자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와 같은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에도 디램 가격이 55∼60% 오를 것으로 봤다. 현재 500만∼600만원대에 팔리는 알티엑스5090 지피유의 가격은 최대 5000달러(약 670만원)를 넘길 것으로도 예상했다.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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