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야쿠르트 배달해요" MZ 청년의 선택과 세상이 남긴 선택지
hy 프레시 매니저·코웨이 코디 등
일명 현장직 선택하는 2030 증가
MZ세대의 성향과 잘 맞아 선호
중장년층 직업이라는 경계 약화
다만, 여기엔 숨은 의미도 있어
hy 프레시 매니저와 코웨이 코디 등 '현장직'을 선택하는 2030세대가 부쩍 늘어났다. 성과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 낮은 진입 장벽, 유연한 업무 방식이 MZ세대의 성향과 맞물린 결과다. 직업의 고정관념이 무너졌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이를 개인의 선택으로만 봐선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살펴보자.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던 hy 프레시 매니저가 젊어졌다.[사진|hy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8/thescoop1/20260128143811526zipx.jpg)
hy에 따르면 2017년 22명에 불과했던 2030세대 프레시 매니저는 지난해 718명으로 늘어났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프레시 매니저 1만1000명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5% 수준이다. 절대 다수는 아니지만, '젊은층 유입'이라는 흐름 자체는 분명해지고 있다.
hy 매니저만 변화의 물결에 올라탄 건 아니다. 정수기ㆍ공기청정기 방문 관리직으로 알려진 코웨이 코디를 선택하는 2030세대도 늘어났다. 코웨이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신규로 유입된 코디 중 2030세대 비중은 평균 30%에 달한다.
코웨이 관계자는 "최근 2030 세대가 코웨이 코디 조직에서 단단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며 "연령과 상관없이 기존의 틀을 깨고 코디 직업군에 뛰어든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중심이던 조직 구조 자체가 서서히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왜 현장형 일자리를 선택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이 흐름은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효율)'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과 맞물려 있다. 2030세대는 오랜 시간 조직에 묶여 일하는 방식보다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구조를 선호하는데, 이런 성향이 활동량과 판매 실적이 연동되는 '현장형 일자리'와 맞닿는다.
군 전역 후 진로를 고민하던 이우리(가명ㆍ23)씨는 이런 보상 체계의 장점을 보고 코웨이 '코닥(남성 코디)'에 지원했다. 우리씨는 "안정적인 고정급을 받는 일자리보다, 노력에 따라 수입의 상한선이 열려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며 "내가 움직인 만큼 바로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주도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 | 코웨이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8/thescoop1/20260128143812865fyam.jpg)
이런 모습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채용 플랫폼 캐치가 Z세대 취준생 10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선호하는 조직문화 1위는 '유연한 근무제도(37.0%)'였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로는 '근무시간과 워라밸(49.0%)'이 꼽혔다. 고용 형태나 기업 간판보다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직무 선택의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장직의 이미지와 역할이 변했다는 것도 청년 유입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야쿠르트 아줌마'나 '코디 아주머니ㆍ아저씨'는 단순 배달ㆍ방문 판매의 상징처럼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직무는 매니저, 헬스케어 컨설턴트, 라이프케어 매니저 등으로 불리며 역할 자체가 달라졌다.
업무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모바일 주문 시스템이 도입되고, 고객 관리가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단순히 물건을 전달하는 역할은 뒤로 밀렸다. 그 결과, hy 프레시 매니저나 코웨이 코디가 고객을 관리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자율적인 B2C 직무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
코웨이 관계자는 "'실시간 코디 매칭 서비스' '디지털 카탈로그' 'AR 서비스' 등 다양한 디지털 툴을 개발하고, 코디들이 이를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며 "'디지털 네이티브'인 2030 코디들은 회사가 제공한 인프라를 본인의 성과를 높이는 유용한 옵션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특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런 현상을 긍정적인 변화로만 보긴 어렵다. '현장직'을 선택한 청년층의 심리 밑단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안정적 정규직, 특히 대기업과 공기업의 문이 더 좁아졌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수준을 넘어 아예 들어갈 수 있는 문 자체가 줄었다.
채용 플랫폼 캐치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 공고는 2145건으로, 전년(3741건) 대비 43.0% 감소했다. 인턴ㆍ계약직을 포함한 전체 신입 채용 감소폭(34.0%)보다도 크다.
공공부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그동안 공공부문은 침체기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채용을 유지하며 청년 고용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난 15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2024년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29세 이하 공공부문 일자리는 40만6000개로 전년보다 2만9000개(6.7%) 줄었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29세 이하 공공부문 일자리는 2022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청년들이 "들어갈 문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느끼는 배경이다.

전문가들 역시 '현장직'이 부상하는 현상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청년 일자리 지형의 변화로 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허창덕 영남대(사회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긍정적으로 보면, 직업에 붙어 있던 고정관념이 무너지기 시작한 신호로 볼 수 있다. 과거엔 '젊은층이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여겨졌던 직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거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청년들이 선호하던 대기업ㆍ공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에 접근할 기회가 크게 줄어든 결과다. 과거처럼 대기업이 대규모 공채를 하고, 졸업과 동시에 안정적인 일자리로 진입하는 경로가 존재했더라도 청년들이 이런 선택을 했을지는 의문이다."
hy 프레시 매니저와 코웨이 코디로 향하는 청년들의 발걸음엔 이처럼 '빛과 그림자'가 숨어 있다. 빛만 보면 세상의 이면이 보이지 않고, 그림자만 보면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어디를 봐야 할까. 지금 한국 노동시장은 청년들에게 어떤 선택지를 남겨두고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