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호놀드, 헛짓거리 왕에게 경배를

윤성중 2026. 1. 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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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101 프리솔로 등반
미국의 등반가 알렉스 호놀드가 대만의 빌딩 타이베이101을 프리솔로로 올랐다. 그의 등반은 지난 1월 25일 넷플릭스에서 생중계됐다. 그림=윤성중 기자

나는 알렉스 호놀드를 '헛짓거리의 왕'이라고 칭한다. 아웃도어 활동이 세상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쓸모없는 행위로 전락한 시대의 왕, 전위적인 암벽등반 행위로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업적을 남긴 그에게 내가 왕관을 수여했고 나는 그의 아래에 서서 머리를 조아렸다.

얼마 전 1월 25일 오전 10시(한국 시각) 나의 왕께서 대만에 있는 타이베이101 빌딩을 프리솔로로 올랐다. 넷플릭스에서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라는 이름으로 그의 등반을 생중계했다.

나는 방에서 아내와 그가 등반하는걸 구경했다. 아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 사람, 대체 왜 저래?" 나의 왕에게 빌딩은 오르기에 쉬워 보였다. 군데군데 잡을 곳이 많고, 발 디딜 곳도 널렸으니까. 그는 거침없이 쑥쑥 빌딩 벽을 올라갔다. 나는 대단한 저 헛짓거리의 왕 밑에서 오랫동안 시중을 들었던 신하처럼 아내에게 대답했다. "응, 저 사람은 원래 저래."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지만 내 손엔 땀이 뱄다. 그가 용의 날개처럼 생긴 장식대를 오를 땐 다리를 오므리기도 했다. 나는 아내 몰래 손바닥을 옷자락에 문질러 닦았고, 오므린 다리를 폈다가 접었다가 하면서 TV 화면을 바라봤다. 나는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아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했다. 이유는 나는 저 헛짓거리 왕이 다스리는 어떤 나라의 백성이고, 그 나라의 백성이라면 저 정도는 여유 있게 봐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알렉스 호놀드를 존경했다. 그가 지배하는 세상의 시민이 되고 싶었다.

그의 등반은 넷플릭스에서 '스카이스크래퍼'라는 제목으로 생중계됐다. 사진=넷플릭스

알렉스 호놀드가 클라이밍 세계에 '짠'하고 등장한 날은 2008년 4월 1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유타주 자이언 캐니언 국립공원에 있는 수직의 사암 절벽 '문라이트 버트레스'를 프리솔로로 등반하고부터다. 많은 등반가가 그의 등반이 만우절에 이뤄졌다는 걸 알고 믿지 못했다. 1971년 온갖 도구를 사용해 하루 반 걸려 이 루트를 초등한 제프 로우는 알렉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단한 일을 해냈네, 알렉스. 그럴 거라고 믿지만 항상 조심해."

이후 그는 요세미티로 관심을 돌렸고, 하프돔의 레귤러 노스웨스트 페이스 루트를 프리솔로로 오르기로 한다. 이전까지, 이 루트를 프리솔로 등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안전벨트나 카라비너 없이 라스포르티바 미우라 암벽화와 클리프 바(에너지바) 몇 개만 주머니에 넣고 등반에 나섰다. 2시간 50분 후 그는 하프돔 꼭대기에 섰다. 암벽 위에서 조깅하듯 길이 600m의 벽을 올라 등반을 끝냈다. 2008년 9월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3세였다.

알렉스의 프리솔로 등반이 어떤 것인지 일반인들은 체감 못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여러 미디어에서 말했듯 지금 그와 같은 프리솔로 등반가 중 절반은 죽었다. 티끌만 한 크기의 실수가 곧 죽음을 의미하는 프리솔로의 세계에서 10여 년 넘는 세월 동안 알렉스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나에게 왕이다. 황제다! 제왕이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대만의 타이베이101 빌딩을 올려다보고 있는 알렉스 호놀드. 사진=넷플릭스

나 말고도 여러 사람으로부터 그가 왕으로 대접받아야 할 이유는 많다. 몇 가지 나열해 보겠다. 첫째로 그는 프리솔로 등반가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지만 여전히 프리솔로를 시도한다(여전히 매번 자주, 목숨을 건다). 그러다가 2017년 요세미티 엘캐피탄의 '프리라이더'를 프리솔로로 오르는 대단한 미친 짓을 또 벌였다(역시 또 목숨을 담보로 한 굉장한 모험을 보여줬다. 이 등반은 <프리 솔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됐고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둘째, 그는 '운'에 기댄 등반을 하지 않는다. 즉, 프리솔로를 시도하기 전, 같은 루트를 수십 번 등반하면서 루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외우고 모든 변수를 계산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실 그는 공포를 매우 잘 느끼며 단지 그것이 자신을 방해하지 않을 때까지 연습하고 준비한다. 그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셋째, 알렉스는 꽤 순수한 편이다. 그는 이번 타이베이101 프리솔로 이벤트를 위해 얻은 이익이 그의 명성과 하는 일(목숨을 거는 일)에 비해 창피할 정도로 적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밝혔다(2026년 1월 22일 기사). 그 액수는 40만~60만 달러(한국 돈으로 약 5억~8억)로 알려졌는데, 미국 메이저리그의 무명 선수가 받는 연봉보다 어처구니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니까 그가 이번 이벤트를 벌인 목적은 단지 세계 최고 빌딩을 프리솔로로 오를 기회였기 때문인데, 그는 10여 년 전부터 이 빌딩을 프리솔로로 오르고 싶다고 수차례 여러 곳에서 밝혔다. 그는 또 인터뷰에서 이번 프리솔로 등반이 넷플릭스를 통해 생중계되지 않는 조건으로 건물 측만 허락한다면 무료로라도 오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넷째, 그는 자신이 얻은 이익 중 상당 부분을 '호놀드 재단'에 기부하면서 환경 보호와 에너지 빈곤을 겪는 여러 나라를 위해 쓴다.

타이베이101을 배경으로 서 있는 알렉스 호놀드. 사진=넷플릭스

자, 이 정도면 알렉스 호놀드가 통치하는 '헛짓거리의 나라' 시민이 되고 싶은 사람이 늘었을까? 그를 왕으로 치켜세움과 동시에 나처럼 그를 위해 머리를 조아릴 의향이 생겼을까? 아니라면 아래 이야기를 더 덧붙인다.

그가 대만에서 벌인 이벤트를 두고 후배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토론이 벌어졌다. 그는 "위대한 등반가다 VS 대단한 등반가다"와 관련된 내용이다. 후배는 그를 두고 위대한 클라이머라고 했고 나는 그가 그저 대단한 등반가일 뿐이라고 허세를 부렸다(나는 이미 헛짓거리 나라의 시민이므로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보여야 했다). 나의 주장은 이렇다.

"알렉스를 두고 위대하다고 하긴 좀 그렇지. 그는 알피니스트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히말라야 같은 고봉에서 등반하진 않잖아. 단지 환경이 비교적 안온한 곳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등반을 즐길 뿐이라고. 위대한 것까진 아니고. 대단하다고 할 정도는 되지."

후배는 이렇게 반론했다. "아니에요! 그는 세계 최초로 피츠로이(파타고니아의 어려운 봉우리 중 하나. 기후가 굉장히 열악하기로 소문났다) 트래버스를 완등했어요. 최근엔 그린란드의 1,000m가 넘는 절벽을 세계 최초로 완등했다고요. 그 역시 알피니스트라고 할 수 있어요. 위대한 모험가라고요!"

알렉스 호놀드. 그는 여러 등반을 골고루 즐기지만 프리솔로 등반가로 주로 불린다. 사진=넷플릭스

이어서 우리는 모험과 스포츠와 관련해 토론을 벌였다. 스포츠 선수와 모험가 중 누가 더 대단한가와 같은 다소 수준 낮은 대화였는데, 여기서 우리는 쉽게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스포츠 선수와 모험가의 차이는 자신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변수를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갈라지는데, 똑같이 자신만의 영역을 나름 각자 깊이 있게 개척하는 두 영역에서 알렉스는 어느 쪽에 상관하지 않고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라고. 결국 나는 알렉스는 위대한 등반가라는 쪽에 서고 말았다.

건물 중간에 달린 용 무늬 장식대를 오르고 있는 알렉스 호놀드. 사진=게티이미지

알렉스는 이번 타이베이101 빌딩 등반에 앞서 여러 클라이머로부터 비난을 들은 것 같다. "그건 그냥 바보짓이잖아! 묘기일 뿐이야, 알렉스! 그걸 대체 왜 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말이다. 거기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이 이벤트를 보는 사람들이 최소한 즐거움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요. 어렸을 때 우리는 누구나 그랬잖아요. '저기 올라가 보면 정말 멋지겠다'고요. 어른이 되면 이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대신 이렇게 말하죠. "왜 그렇게 해? 위험하잖아. 보험은 들어놨어?"라고요. 어린아이처럼 그저 제가 등반하는 걸 바라보고 '정말 멋지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라면서 순수한 기쁨을 느껴보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뉴욕타임스 2026년 1월 22일 기사 중)."

그는 높이 500여 미터에 이르는 빌딩 꼭대기까지 1시간 30여 분 걸려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

아, 그는 역시 나의 왕이다. 세상 별 쓸모없는 일을 벌이면서 큰돈을 받고, 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아내에게 핀잔을 듣지 않(아 보인다)는. 그는 나의 진정한 왕이다.

*다시 덧붙이는 말, 후배가 이 글을 읽고 궁금한 게 있다고 말을 걸었다."선배! 그렇다면 알렉스의 이번 빌딩 등반은 단지 쇼였을까요? 알렉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타이베이101을 오르고 싶어했다고 했는데, 그 순수한 동기를 쇼를 위해 실행한 걸까요?"

나는 대답했다.

"쇼를 벌인 면도 있지. 빌딩의 거의 마지막 구간에서 다리를 건물 틈에 박아 넣고 두 팔을 놔 버리잖아. 네가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았어? 그건 거기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이잖아. 그건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을 위한 서비스였어. 그가 쇼를 벌여야 하는 건 당연해. 빌딩을 오르는 대가로 돈을 받았으니까.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는 의무가 약간 있었을 거야. 만약 이 등반이 생중계되지 않았다면 그는 거기서 굳이 쇼를 벌이지 않았을 거야."

요세미티 엘캡의 '프리라이더'를 프리솔로로 오르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프리 솔로'.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다. 사진=디즈니플러스

"어떤 매체에서는 알렉스가 빌딩을 오르는 내내 그의 아내는 공황발작 상태였다고 했어요. 선배도 그렇게 생각해요?"

"풉(웃음). 아니. 그건 완전 오보야! 그의 아내는 그의 프리솔로 등반을 그동안 숱하게 봐왔어. 요세미티 엘캡의 프리라이더를 오를 땐 아마 그랬을지도 모르겠는데, 거긴 5.13a급 난이도였고, 고도도 높았으니까 진짜 실수하면 모든 게 끝이었지. 타이베이101은 그것보다 난이도가 훨씬 쉬웠어. 너도 봤잖아? 그의 아내는 인터뷰 때 이렇게 말했어. '더울 것 같아요. 반바지를 입힐 걸 그랬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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